[Art Review] 감정의 겹, 선과 낙서로 그려낸 사랑의 역설

배우미의 신작 'JOY', 애정과 애증의 구간에서 기쁨을 사유하다

2025-06-05     임민정 기자
JOY90.9×72.7Mixed media2025. 사진=배우미 작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2025년 제작된 배우미의 회화 'JOY'는 애니메이션 속 친숙한 이미지인 가필드를 차용해, 인간관계의 본질을 조형적으로 분석한 작품이다. 겉으로는 유쾌하지만, 내면에는 상호 감정의 복잡한 층위가 교차하는 감정 구조를 면밀히 구성했다. 화면 전체는 단순한 팝 회화의 유희를 넘어, 정서와 구조, 직관과 기호 사이의 충돌을 실험하는 시각적 장치로 기능한다.

감정의 조각, 선과 색으로 분할된 애증의 구도

'JOY'는 90.9×72.7cm 크기의 캔버스 위에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혼합매체 작품이다. 화면은 붉은 계열과 노란 배색으로 선명하게 구획되며, 전체적인 구조는 정사각형과 직선 분할을 통해 강한 리듬감을 형성한다. 중심에 배치된 고양이와 강아지는 명시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를 향해 뻗어 있는 시선과 방향, 그리고 기하학적으로 해체된 귀와 발, 꼬리는 감정의 불균형과 비대칭성을 시각적으로 암시한다.

그림 곳곳에는 손글씨처럼 삽입된 낙서형 그래피티 문구가 흐르듯 배치돼 있다. ‘Love is yours’, ‘Forever’, ‘In your eyes, I found my soul’과 같은 문장은 감정의 언어가 아닌, 감정의 잔향처럼 화면 위에 얹혀 있다. 이는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여운으로만 남게 만드는 조형적 장치다. 즉, 사랑은 말이 아니라 흔적으로 존재한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의 잔류물로서의 시각 언어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인간관계의 모순적 구조, 특히 사랑과 혐오가 공존하는 ‘애정-애증’의 감정 구간을 조형화했다. 강아지와 고양이라는 상반된 존재는 단순히 친근한 캐릭터의 설정이 아니라, 감정의 대립항을 형상화하는 도상이다. 강아지는 충성심과 직진성의 상징이며, 고양이는 독립성과 거리감의 은유다. 이들이 하나의 화면에 공존한다는 것은 감정의 구조가 단일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감정은 사랑이면서도 동시에 저항이고, 기쁨인 동시에 두려움이다. 배우미는 이 감정의 다중성 위에 ‘JOY’라는 제목을 부여했다. 이는 감정의 핵심이 명확한 감정 상태가 아니라, 복합적인 정서 구조에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화면은 기쁨을 재현하지 않고, 기쁨이 발생하기 직전의 역설적 구간을 회화화한다.

면분할과 낙서, 회화 기법의 병치 전략

배우미는 이번 작품에서도 평면 위에 선형적 면분할을 도입했으며, 이를 낙서 형태의 글씨와 병치시켰다. 정제된 구조와 즉흥적 감성의 혼합은 이 회화에서 감정의 균형을 지탱하는 주요 전략이다. 한쪽에서는 계산된 구도와 색면이 시각적 안정감을 주고, 다른 쪽에서는 의도적 왜곡과 글자의 불균형이 감정의 불확실성을 노출시킨다. 이 긴장감은 화면 전체를 감정적 흐름이 아닌 구조적 역설로 견인한다.

작품 전체의 조형성은 감정이라는 주제를 팝아트의 도상과 추상 구성 사이에 배치해, 감정이 단순히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되고 분해되는 구조임을 시사한다. 감정은 화려한 배경이나 사랑스러운 도상이 아니라, 직선과 곡선, 활자와 기호가 충돌하며 남기는 구성의 결과로 구현된다.

트렌드와의 접속, 감정을 구조로 설계하는 회화의 변환

동시대 미술에서 감정은 다시 주제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감정의 복권은 과거처럼 서사적 회화나 감성 중심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대 회화는 감정을 어떻게 조직할 수 있는가, 감정을 어떤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JOY'는 감정을 해석하는 도상이 아니라, 감정을 매개하는 구조 자체가 작품의 핵심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작업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친숙한 캐릭터와 산문적 문장은 단순히 위안을 제공하지 않는다. 각각의 감정은 분할되고, 구조화되고, 해체된다. 관람자는 이 화면 안에서 하나의 명확한 감정을 느끼기보다는, 감정이라는 복합적 구조를 구성하는 흐름 속으로 진입하게 된다. 이는 배우미 회화가 갖는 철학적 긴장감이자, 감정 회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작품 정보

작품명: JOY
작가: 배우미
크기: 90.9×72.7
재료: 혼합매체 (Mixed media)
제작연도: 20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