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⑤] 대통령제가 감당할 수 있는 통합 – 강력한 정부의 권한은 어떻게 분산되어야 하는가

정치적 안정 위에 세워진 이재명 정부, 통합의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을까

2025-06-04     최기형 기자
이재명, 21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 수락 연설... 3년 만에 정권교체 사진=2025 06.04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대한민국 정치권은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 총선과 대선을 잇따라 승리한 더불어민주당과 범야권은 국회와 행정부 모두를 확보했고, 이재명 정부는 명실상부한 강력한 정부로 출범했다. 그러나 이 정치적 안정은 단순한 권력의 집중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회복과 시민 통합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서 있다.

통합은 정서가 아닌 제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모두의 대통령’을 자임하며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적 수사만으로 분열을 봉합할 수는 없다. 통합은 정서적 접근이 아니라 제도적 설계로 완성되는 과제다. 강력한 권한을 위임받은 정부가 할 일은 단지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 권력을 어떻게 분산하고 공유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일이다. 분열로 얼룩진 공동체는 구조 없이 회복되지 않으며, 민주주의는 절차 없이 정착되지 않는다.

협치는 선택이 아닌 의무다

협치는 단지 정치적 태도가 아니다. 구조화된 제도 없이는 협치는 일시적 타협에 그친다. 야권과의 협치는 인사 몇 자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무총리 인선을 공동화하고, 정책결정과 입법조율 과정에 야당의 제도적 참여를 보장하며, 국정 전반의 운영에 다양한 정치 세력과 시민사회의 참여를 구조화해야 한다. 포용은 미덕이 아니라 체계이고, 통합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다.

광장은 정치의 형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언급한 ‘광장의 명령’은 대선 승리라는 단일한 결과로 환원될 수 없다. 2024년 12월 내란 사태 이후, 광장은 단지 반란에 저항한 장소가 아니라, 체제 회복의 주체로 기능했다. 따라서 새로운 정부는 광장을 국정의 형식으로 변환해야 한다. 시민입법 패널, 숙의형 예산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의 동시 정책 설계는 더 이상 이상론이 아니다. 그것은 헌정 회복 이후의 시대정신이다.

다중 권력 시대, 대통령제는 나눔을 통해 살아남는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오늘, 대한민국의 권력지형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다극화되어 있다. 전통적인 정치 권력 외에도 플랫폼 기업, 미디어 집단, 지역 네트워크, 지식공동체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대통령제의 중심성만으로 모든 국정을 장악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강력한 정부가 진정으로 유능하기 위해서는, 다중 권력 사이의 조율자가 되어야 하며, 자신의 권력을 나누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강한 정부, 나누는 권력으로 지속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가진 정치적 정당성과 입법적 우위는 유례없는 구조지만, 그 권위는 권한의 나눔에서 비로소 품격을 얻는다. 강한 정부는 위계를 통해 통치하는 체제가 아니다. 그 본질은 책임의 분산, 결정의 공유, 참여의 제도화다. 협치와 통합이 의례적 수사에 머문다면, 지금의 정치적 기회는 빠르게 실망으로 전환될 수 있다.

강력한 정부의 품격은 스스로의 권력을 절제하고, 시민에게 권한을 환원하는 방식으로 증명된다. 이재명 정부가 감당해야 할 통합은 단순한 정치적 연정이 아니라, 민주주의 구조의 재설계이며, 권력의 기술을 공동체의 기술로 바꾸는 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