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Insight③] 산업별로 본 밸류업의 차이, 구조개편은 어디까지 확산되고 있는가

반도체는 선제적, 금융은 수동적, 내수는 제한적… ‘구조개편의 격차’가 나타나는 지점들

2025-06-10     박채빈 기자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채빈기자]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과 기업가치 제고(Value-Up) 정책은 자본시장 내 구조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도 개편과 함께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늘어나면서 증시는 반응하고 있고, 외국 자본의 순매수는 18조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구조개편이 산업 전반으로 균일하게 확산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업종별로 기업의 대응 수준은 분화되고 있다. 산업 구조, 주주 구성, 자본 여력, 수익성 구조에 따라 밸류업 실행 방식과 의지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수출주: 정책 변화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섹터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수출 기반 대형주들은 상법 개정안 발표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밸류업 전략을 표방한 그룹에 속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을 공개하고, 배당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 대상 설명회(IR)에서도 ‘지속적인 주주환원’을 공식화한 상태다.

이들 기업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고,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 편입 비중도 상당하기 때문에, 정책 변화에 대한 시장 반응을 가장 직접적으로 수용해 왔다. 외국인 매수 역시 반도체 섹터에 집중되는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3년간 2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병행하는 계획을 공개하며 시장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실질적인 실행과 예측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이 결합된 사례로 평가된다.

금융업종: 정량적 계획은 있으나 실천력은 낮은 수준

금융업종, 특히 은행과 보험사의 경우 높은 자기자본비율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음에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확대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배당성향 확대 계획을 발표한 기업은 일부에 그치며, 자사주 관련 계획은 대체로 명확하지 않다.

금융당국과의 관계, 규제 리스크, 금융소비자 보호 의무 등이 주주환원 정책의 탄력적 운영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2023년 이후 고금리 수익을 실현했음에도, 이익의 상당 부분을 유보하거나 내부 유동성 관리에 사용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업종의 자산가치가 여전히 저평가 상태로 남아 있으며, 주주친화 정책 강화가 동반되지 않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흐름에 합류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내수소비·중소형주: 제도 수용 여력 자체가 낮은 기업군

중소형 내수소비 기업은 밸류업 흐름에 기술적으로 포함돼 있지만, 실질적 실행 여력은 제한적이다.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낮게 인식되어 있는 경우가 다수다.

특히 오너 중심의 비상장 계열사와의 거래 구조, 가족 경영 체제 등은 상법 개정안의 핵심 취지를 직접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언은 이뤄졌지만, 정책 수용은 상대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같은 이질적 구조는 상법 개정안의 실효성을 업종별로 상이하게 만들고 있으며, 정책 효과의 파급력이 산업 내에서 편차를 보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연결되고 있다.

에너지·중후장대 산업: 장기적 구조 개편의 기로에 서 있는 업종

정유·화학·중공업 등 중후장대 산업은 장기 수주 기반 사업 구조를 갖고 있으며, 글로벌 수주 성과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특성이 있다. 이들 업종은 최근 몇 년간 비용 부담과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주주환원보다 생존 전략에 집중해왔다.

다만 정부 정책과 ESG 대응 흐름이 결합되면서, 일부 대기업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전략을 검토 중이다.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등이 비재무 지표와 경영 투명성 확보 방안을 논의 중이며, 향후 공시를 통해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밸류업 정책이 이들 업종의 경영 전략과 접점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되고 있으며, 실행 여부는 향후 글로벌 발주 흐름과 투자 여력의 회복 속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산업별 격차가 남긴 정책적 시사점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상법 개정은 자본시장 전반에 공통된 구조 신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업종별 자본 여력, 규제 환경, 지배구조 구조의 차이가 밸류업 실행 속도와 방향성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와 수출주는 정책 신호에 선제적이고 실천적이다.

금융은 높은 자산가치에도 불구하고 실천이 제한적이다.

내수와 중소형주는 제도 수용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

중후장대 산업은 구조적 전환이 요구되며 정책 연계가 필요하다.

향후 정책 효과의 확산을 위해서는 산업별 맞춤형 제도 지원과 실행 가이드라인의 세분화가 요구된다. 산업 구조와 자본시장 규범 사이의 접점을 명확히 설정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정책의 내실이 확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