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Culture Insight②] 몰입형 공연과 버추얼 아이돌, 공연 콘텐츠의 기술 혁신과 소비자 경험의 전환

무대는 사라지고, ‘체험’이 남는다

2025-06-10     김 규운 기자
2NE1 15주년 서울 콘서트 직캠·세트리스트 화제…YG 연출력 집약 사진=2025 04.15    YG엔터테인먼트 제공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 규운기자] 2025년 중국의 공연산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무대 위 공연’의 해체다. 무대와 객석이라는 물리적 구획은 점차 흐려지고 있으며, 공연은 시청각 콘텐츠를 넘어 관객의 경험 전반을 설계하는 몰입형 체험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중국공연산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소극장, 라이브하우스, 신문화공간에서 열린 중소형 공연은 450회를 넘었고, 토크쇼의 공연 횟수는 전년 대비 54%, 티켓 판매액은 48% 증가했다. 이는 공연장 자체가 공연 소비의 중심이 아니라 ‘몰입 가능한 공간’으로 재설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츠네 미쿠 공연은 왜 매진되었는가

가상 아이돌 ‘하츠네 미쿠’는 2024년 베이징, 상하이, 광둥 등지에서 첨단 홀로그램 기술을 적용한 공연을 선보였고, 11회 전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1만 6,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티스트가 현실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며, ‘존재의 실감’이 기술로 재현되는 사례였다.

이러한 공연은 기술력이 전하는 ‘신기함’을 넘어, 디지털 세대가 공연을 소비하는 방식의 전환을 상징한다. 라이브 공연은 이제 ‘현장성’보다는 ‘몰입성’을 요구받고 있으며, 이 몰입은 공간 구조, 기술 장치, 서사 설계까지 통합적으로 구성된 경험을 전제로 한다.

콘텐츠에서 공간으로

경기장과 체육관 중심의 대형 공연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문화공간이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복합상업시설, 외식공간, 지역 창고, 심지어 미술관까지 공연 플랫폼으로 변모하면서, 공연은 더 이상 전통적 극장에서만 열리지 않는다. 관객은 무대 앞에 앉는 것이 아니라, 무대 속으로 들어가 ‘체험’에 동참하는 존재로 변화한다.

중국 지방정부는 이를 공식 정책 수준에서 지원하고 있다. 선전시와 하이커우시는 복합상업시설을 활용한 몰입형 공연 콘텐츠 기획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으며, 신공간을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과 설비 지원까지 제공하고 있다.

공연은 포맷이 아니라 경험의 플랫폼

2025년 중국 공연산업은 포맷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공연은 단일 장르가 아니라, 미디어 아트, 게임, 인터랙션 디자인, 미식, 관광 체험이 뒤섞인 복합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으며,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경험하느냐’가 관객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관객층도 분화되고 있다. 중소형 공연과 몰입형 콘텐츠는 2030대 Z세대의 도시 여가 모델로 안착했고, 전통 극장의 리뉴얼 공연은 4060대 중장년층 관객을 유입하고 있다. 공연산업은 콘텐츠 장르가 아니라 ‘경험의 분기점’으로 구조화되고 있다.

공연의 ‘기술화’에 대한 대응 필요

한국 공연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높은 아티스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포맷 혁신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정체되어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하츠네 미쿠가 상징하는 기술 기반 몰입형 콘텐츠는, 단순한 무대 퍼포먼스를 넘어선 감각 설계의 결과물이다.

K-콘텐츠가 중국 공연시장에 재진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티스트 중심의 퍼포먼스를 넘어서야 한다. 버추얼 공연, 인터랙티브 무대, XR 기반 몰입형 콘텐츠 등 기술 협업 역량을 확보하고, 중국 현지 테크 스타트업·공연 공간 운영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 핵심이 된다.

특히 중국 정부가 공연장 인프라의 신기술화, 관객 체험 중심 콘텐츠를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흐름 속에서, 공연 콘텐츠는 문화상품이 아니라 ‘기술 기반 경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콘서트’가 아니라 ‘체험’으로 진입해야 한다

공연은 이제 음악 장르가 아니라, 감각의 설계, 공간의 기획, 기술의 융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체험의 플랫폼이다. 중국은 공연장을 ‘디지털 문화공간’으로 재정의하고 있으며, 관객은 이 공간의 설계 대상이자 소비 주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이 공연을 여전히 전통적인 '라이브 무대'로만 접근한다면, 중국 공연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공간 안에서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