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Culture Insight③] 실버세대와 글로벌 콘텐츠, 공연산업 저변 확장의 새로운 변수

중장년층 팬덤이 공연산업을 바꾸고 있다

2025-06-10     김 규운 기자
더보이즈가 팬콘서트 '더 비 랜드(THE B LAND)'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 사진=원헌드레드.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 규운기자] 공연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이 무너지고 있다. 2024년 중국 7개 도시에서 열린 다오랑 순회공연은 50세 이상 관객 비율이 44.5%에 달했다. 고가 티켓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연일 매진됐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중장년층 팬들은 공연장 밖에서 자발적 합창을 벌이며 사회적 화제를 만들었다. 류더화, 저우화젠 등 다른 중화권 아티스트의 공연에서도 50세 이상 관객 비율이 10~20%대를 기록하며 같은 현상이 관측되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0세 이상 인구는 3억 1,000만 명, 전체의 22%에 이른다. 고령화는 공연 소비의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

공연장이 복지공간으로 변모하는 이유

다오랑 콘서트 제작진은 중장년층 관객을 위해 2층에 전용석을 마련하고, 따뜻한 음료와 간식을 제공했다. 관객의 물리적 편의를 고려한 서비스 설계는 단순한 친절의 차원이 아니라, 소비 주체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전략적 선택이다.

공연제작사는 중장년층 관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분화된 마케팅을 설계하고 있으며, 특정 연령대를 겨냥한 큐레이션형 공연, 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라인업 기획 등 새로운 제작 포맷이 등장하고 있다. 고령층 관객은 단순한 ‘확장된 고객’이 아니라, 고정 팬덤을 형성하고 체류 소비까지 유도하는 고부가가치 소비 주체로 재정의되고 있다.

실버 팬덤의 확산은 사회 통합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고령화에 대응하는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실버세대 대상 문화소비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다. 공연은 고립된 고령층의 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공동체적 정서 형성을 유도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공연장에서 노년층이 타 지역 팬들과 교류하고, 지역경제에 참여하며, 감정적으로 결집되는 경험은 단순한 여가의 차원을 넘는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공연시장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공연을 청년 문화로 고정해두는 전략은 시장 저변을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실버세대를 타깃으로 한 공연 콘텐츠 기획, 접근성 높은 공연장 인프라, 인터랙티브하지 않으면서도 감성적인 공연 연출 등이 새로운 수요를 유입시키는 핵심 요소가 된다.

해외 콘텐츠 개방은 ‘기회’인가 ‘불확실성’인가

2024년부터 중국 공연시장에 등장한 글로벌 아티스트들은 분명 새로운 기대를 낳았다. 카니예 웨스트의 하이커우 콘서트는 약 4만 명을 모으며 도시 관광수입 3억 7,000만 위안을 견인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외 콘텐츠의 진입은 여전히 제도적·정서적 이중 장벽에 직면해 있다.

예컨대 한국 아이돌그룹 이펙스의 2025년 5월 푸저우 공연은 공연 직전 돌연 연기됐다. 일부 중국 네티즌의 반감 여론, 한국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발, 공연 신청 절차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중국 공연당국은 문화교류에 대해 ‘유익한 협력’을 전제로 개방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상업공연의 경우에는 여전히 정치적 안정성, 여론 수위, 콘텐츠 수위 등에 따라 가변적 반응을 보인다.

 단기 진출보다 ‘구조 협력’

중국 시장에서 K-콘텐츠의 공연 진출은 여전히 제도적으로 가능하지만, 단기성과 중심의 접근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특히 외지 관객 유치 비율, 티켓 실적, 문화외교 성과 등 지방정부가 공연에 부여하는 다층적 평가기준을 충족하려면, 단순한 공연기획이 아니라 지역과의 문화협력 모델이 함께 기획되어야 한다.

광저우, 하이커우, 상하이, 청두 등 주요 도시들은 외국 아티스트 유치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되, 공연 효과의 질적 성과(예: 팬덤, 도시 브랜드 영향, 지역 소비 증진 등)를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한국 콘텐츠는 단발성 투어 대신, 도시-콘텐츠-문화교류를 연결한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

공연은 세대, 정서, 정치의 교차점이다

중국 공연산업은 세대 재편, 문화소비 다변화, 글로벌 콘텐츠에 대한 제한적 개방이라는 이중적 흐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실버세대의 등장은 공연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기회이며, 해외 콘텐츠에 대한 개방은 정교한 협력과 설계 없이는 언제든 중단될 수 있는 불안정한 가능성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이 이 흐름을 이해하려면, 공연을 시장의 ‘거울’이 아니라, 정책과 정서, 소비 구조의 교차점으로 읽는 감각이 필요하다. 공연은 단지 무대 위 일이 아니라, 도시와 세대, 국가 간 신뢰 구조 안에서 작동하는 정교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