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Health Insight②] RNA 간섭 기술과 글로벌 파트너십 전략, 올릭스의 BIO USA 참가가 갖는 산업적 의미
플랫폼 기술 경쟁력, 신약개발 생태계, 그리고 한국 바이오의 구조적 과제 RNA 간섭 기술 플랫폼, 파이프라인에서 구조로 전환되는 산업
[KtN 박준식기자] 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기술로, 희귀질환부터 만성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 전략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술의 핵심은 ‘단일 치료제’보다 '기술 플랫폼' 자체의 응용 확장성에 있다. 간 조직을 타깃하는 GalNAc-asiRNA, 국소 투여용 cp-asiRNA 등은 그 대표 사례다.
올릭스는 RNA 간섭 기반 신약 개발을 주도하는 국내 기업으로, 2025년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글로벌 바이오 행사 ‘BIO International Convention 2025’에 참가해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 협력을 모색한다. 일라이 릴리, 로레알과의 파트너십 체결 이후 가속화된 기술 신뢰를 바탕으로, 추가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개발 논의가 예정돼 있다.
플랫폼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거래구조를 바꾼다
RNAi 기술은 전통적인 화학 기반 약물이나 단일 적응증 중심의 항체치료제 모델과 달리, 플랫폼 구조로서 복수의 질환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약 생태계의 '거래 단위'를 바꾸고 있다. 기술이전 계약이 단일 파이프라인 중심에서 플랫폼 단위로 확장되면, 제약사의 투자 효율성과 파트너십 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올릭스는 이번 BIO USA 참가를 통해 플랫폼 단위의 기술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주요 논의 대상은 황반변성 치료제(OLX301A), GalNAc 기반 간질환 타깃 기술, 지방조직 및 중추신경계 질환 타깃 플랫폼 등이다. 임상 전환 속도, 약물 전달 효율성, 조직 특이성 확보 측면에서 RNAi 기술의 핵심 지점으로 간주된다.
기술 우위가 실제 파트너십 성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비임상 요건을 구조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데이터 일관성, 규제 적합성, 생산 공정의 국제 표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기술 거래 생태계에서 신뢰는 ‘인증’과 ‘데이터 투명성’으로 작동
글로벌 제약사는 RNAi 기술 플랫폼을 도입할 때, 기술적 독창성보다 전임상 데이터의 신뢰도, 적응증 확장성, 규제 당국의 수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따라서 기술 자체보다, 기술이 구현되는 환경의 신뢰 체계가 기술이전의 전제가 되고 있다.
간 타깃 RNAi 기술은 약물 전달 효율성과 조직 특이성 외에도, 환자 기반 시료 검증, 동물 모델 신뢰도, 공정 기반 데이터의 일관성 등이 글로벌 거래 기준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우수한 플랫폼 기술이라도 파트너십에서 배제될 수 있다.
한국 바이오 산업의 구조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RNAi 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 참여하려면, 단순한 기술력 확보를 넘어 구조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전임상-임상 전주기 데이터의 국제 표준화 인프라. 현재 한국은 공공 수준에서 데이터 표준화 기반이 매우 제한적이다. 조직별 RNAi 전달효율, 동물 모델 기반 비교데이터, 타깃 유전자 발현 억제율 등 핵심지표를 통합관리할 플랫폼이 부재하다.
공공 인증 기반의 신뢰 시스템. 미국과 유럽은 CRO, CMO, 바이오벤처 간 데이터 통합을 위한 인증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기술이전의 사전 평가에 이를 적극 활용한다. 반면 한국은 민간 CRO 간 격차가 크고, 공공 기반 신뢰지표가 미흡해 글로벌 파트너십 협상력에 한계가 발생한다.
기술거래 전문화 정책의 부재. 기술이전은 단순 수출 계약이 아니라, 전략적 기술 포지셔닝을 위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일본은 RNA 기반 기술에 대해 후생노동성이 인증하는 공동 임상 등록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은 RNAi 플랫폼에 대한 표준특허 연계 지원 정책을 가동 중이다.
플랫폼 기술 경쟁은 '기술'이 아니라 '구조'의 경쟁이다
올릭스의 BIO USA 참가와 RNAi 기술 플랫폼 확대 전략은, 한국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파트너십 거래의 새로운 장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진입은 기술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술의 신뢰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구조, 데이터 관리 체계, 국제 기준 적합성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플랫폼 기술은 실제 거래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RNA 간섭 기술이 글로벌 산업의 전략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 바이오 산업이 ‘기술 수출’의 단계를 넘어, 글로벌 기술 거래의 표준 구조를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산업국가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