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utation Insight④] 르세라핌, 서사 기반 커뮤니티의 확산 구조

브랜드지수 상승과 ‘다서사 중심 브랜드화’… 글로벌 페미니즘 코드의 자산 전환

2025-06-15     홍은희 기자
“뜨겁고, 재밌게”…르세라핌, 오늘(19일) 첫 월드투어 인천서 포문 열다  사진=2025 04.19  쏘스뮤직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홍은희기자] 2025년 6월 브랜드평판지수 3,008,113으로 4위를 기록한 르세라핌은 전월 대비 3.47% 상승세를 보였다. 컴백 없이 브랜드지수가 상승한 유일한 상위권 그룹으로, 참여지수·미디어지수는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소통지수(1,240,419)와 커뮤니티지수(1,224,770)의 급등이 이를 견인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노출이 아닌, 커뮤니티 중심의 ‘서사 공명 구조’가 브랜드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르세라핌의 브랜드 구성 지표

르세라핌은 2025년 6월 기준, 참여지수 62,832, 미디어지수 480,091, 소통지수 1,240,419, 커뮤니티지수 1,224,770로 구성돼 있다. 참여 및 미디어 부문 지수는 트와이스, 오마이걸, 아이브 등과 비교해 하위권이지만, 커뮤니티 기반 지수가 상위권으로 상승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분화가 두드러진다.

특히 커뮤니티지수는 전월 대비 9.2% 상승했으며, 이 지표는 유튜브 댓글, 팬덤 포럼, 뉴스 기사 반응, SNS 리포스트 등에서 생성된 파생 콘텐츠와 직접 관련된다. 이는 산업적으로 ‘확산 주체가 기업이 아닌 팬덤 내부’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커뮤니티의 교차적 수용

르세라핌은 초기부터 ‘불완전함을 긍정하는 여성 서사’, ‘자기서사의 주체화’를 중심 가치로 설정해왔다. 2025년 들어, 이 가치들은 영어권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석되고 확산되며 ‘포스트 K-POP’ 브랜드로 이식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팬덤 내에서 형성된 ‘LE SSERAFIM as Feminist Canon’ 프로젝트로, 이는 르세라핌의 뮤직비디오, 인터뷰, 무대 발언 등을 페미니즘 코드로 재해석한 팬 콘텐츠 네트워크다.

WGSN은 2025년 3월 리포트 『Digital Youth Narratives: Identity, Autonomy and Resistance』에서 르세라핌을 “서사 자율성과 교차 정체성을 결합한 새로운 아시아 여성 브랜드”로 분류했다. 이와 같은 평가가 한국 내 미디어지수에는 반영되지 않더라도, 글로벌 커뮤니티에서의 자생적 해석과 공유는 커뮤니티지수 상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팬덤이 콘텐츠를 ‘번역’하는 구조

르세라핌의 콘텐츠는 SM·JYP의 시스템형 그룹과 달리, ‘공백의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완결된 서사를 제공하기보다는, 뮤직비디오 및 앨범 구성에서 의도적 해석 가능 공간을 남겨두는 전략이다. 이는 팬덤이 서사를 구성하고, 해석하고, 재배포하는 ‘번역형 소비자’로 전환되도록 유도한다.

이 구조는 소속사 하이브가 BTS에서 실험했던 ‘ARMY 서사 분산 전략’을 걸그룹 영역에 맞게 적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BTS의 경우 서사-정체성-팬덤 구조를 연결해 ‘Narrative Fandom’을 구현했다면, 르세라핌은 ‘Interpretable Fandom’으로 확장해 팬덤 자체를 해석 공동체로 재조직하고 있다.

기획사의 자율화 전략과 플랫폼 동선 설계

하이브 산하 쏘스뮤직은 르세라핌의 콘텐츠 동선을 단기 이벤트 중심이 아니라 중장기 콘텐츠 재활용이 가능한 ‘서사형 라이브러리’로 구성해왔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시리즈 〈The World Is My Oyster〉, 인터뷰 아카이브, 영문 자막 무대 등은 글로벌 커뮤니티 내에서 ‘비공식 해석 콘텐츠’로 확산되며 커뮤니티지수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글로벌 페미니즘 아카이브 플랫폼들과의 비공식 연결 구조 역시 소통지수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콘텐츠 자체보다 ‘접속 경로 설계’가 커뮤니케이션 자산에 미치는 구조적 효과를 보여준다.

한국 산업에 대한 시사점

르세라핌은 K-POP 콘텐츠가 단순 소비재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서사 자산’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속사 주도의 메시지 전달보다 팬덤 내 해석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브랜드 자산이 형성되는 구조는, 향후 콘텐츠 산업의 플랫폼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기획사·미디어 플랫폼·공공기관은 이제 콘텐츠를 단일 메시지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다중 해석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내장한 콘텐츠 설계를 모색해야 한다. 이는 한국 콘텐츠산업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서, 문화 수출이 아닌 문화 ‘확산’이라는 개념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