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Health Insight] 디지털 치료는 이제 ‘시스템’
플레이투큐어 국책과제가 보여준 구조 전환… 치료의 방식이 아니라 구조를 바꾼다
[KtN 박준식기자]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구조적 전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도 제2차 바이오산업기술개발 사업 중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플레이투큐어를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했다. 선정 과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웨어러블 경두개자극 및 디지털치료기기 융합 시스템 개발’로, 총 연구비 75억 4,115만 원 가운데 52억 원은 정부출연금이다. 연구 기간은 2025년 4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약 5년이다.
㈜플레이투큐어는 2019년 ㈜리메드의 디지털 치료제 부문이 분사하며 설립된 전문기업이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학교병원,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등 5개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개발 목표는 단일 디지털 치료제나 단일 물리 자극 장치가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와 경두개자기자극(TMS)을 통합한 융합 치료 시스템의 상업화다. 치료 방식이 아니라 치료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시도이다.
디지털 치료제, 기술이 아니라 인프라가 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단순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인지 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개발된 과학적 중재 콘텐츠가 반복적이고 맞춤화된 훈련을 제공하며, 부작용이 낮고 지속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미국 FDA는 2020년 이후 디지털 치료제의 치료 효과를 독립적 치료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23년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제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플레이투큐어가 개발 중인 융합 시스템은 TMS를 통한 비침습적 뇌 자극과 디지털 중재 콘텐츠를 통합한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가정과 병원, 데이터와 의료인프라를 연결하는 복합 치료 인프라로 기능한다. 치료 콘텐츠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언어 훈련을 중심으로 설계되며, TMS는 자폐 아동의 신경 회로 가소성을 촉진하는 과학적 자극을 제공한다.
탈중심화된 의료 접근, 치료 격차 해소의 해법
보건복지부의 ‘2022년 발달장애 실태조사’는 자폐 아동 조기 치료 접근성이 지역 간 최대 4.7배 차이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도권에 집중된 발달센터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치료가 대면 기반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해결되지 않았다.
플레이투큐어의 융합 시스템은 웨어러블 TMS와 디지털 콘텐츠를 통합해 치료를 ‘지역’에서 ‘개인’으로 이관시킨다. 치료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수집되며, 환자의 증상·민감도·학습 반응에 따라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자극 강도와 콘텐츠를 조정한다. 치료 표준화와 맞춤화가 동시에 가능해지는 이 시스템은 치료 인프라 자체를 ‘중앙 집중형’에서 ‘분산형 플랫폼’으로 전환시킨다.
경두개자기자극과 디지털 콘텐츠, 뇌과학 기반 복합 개입
경두개자기자극(TMS)은 뇌 특정 부위에 자기장을 가해 신경 회로를 조절하는 비침습 치료기술이다. 자폐 아동의 경우, 사회적 인지 및 언어 처리를 담당하는 뇌 영역의 비정상적 신호 패턴이 반복적으로 관찰되며, 해당 부위에 대한 TMS 자극은 뇌 가소성을 촉진하는 효과가 다수의 임상 논문에서 입증되고 있다.
플레이투큐어는 이러한 물리적 자극과 디지털 콘텐츠를 개별 맞춤형으로 연결한다. 초기 정밀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자극 강도와 콘텐츠 유형이 자동 조정되며, 치료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다시 콘텐츠 알고리즘과 연동된다. 신약이나 전통적 대면 치료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지능형 치료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플랫폼 기반 복합 치료 산업으로의 구조 변화
디지털 치료 산업은 기술 단위의 경쟁을 넘어, 환자-플랫폼-의료기관-데이터-정부 제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 치료 생태계로 재편되고 있다. 단일 장비의 효능을 증명하는 것을 넘어서, 플랫폼 기반 통합 치료 구조가 작동 가능한지를 증명하는 것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이 된다.
McKinsey는 2023년 보고서에서 디지털 치료제 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신경·정신 발달 치료 플랫폼’에서 찾으며, 플랫폼형 모델이 기술 단위 개발보다 앞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플레이투큐어의 국책과제는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를 한국 보건의료 산업 구조에 반영한 사례로, 제도적·산업적 구조 전환의 실험으로 평가할 수 있다.
KtN 리포트
플랫폼 기반 치료 시스템은 지역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아동 발달장애 분야에서 특히 중요한 조기개입 치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치료 거주지 편차를 줄이는 인프라 구축은 공공의료정책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
보험 수가와 인허가 체계도 복합 치료 시스템에 맞춰 구조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장비 단위·프로그램 단위 기준은 플랫폼 기반 치료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며, 치료기기와 콘텐츠의 통합 심사와 실시간 데이터의 공공 활용체계 마련이 요구된다.
자폐 치료를 넘어 ADHD, 조현병, 경도인지장애 등 확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플랫폼 치료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장기 구조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단기 제품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공공보건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된 중장기 산업 전략의 핵심축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플레이투큐어의 국책과제 선정은 단순한 기술력 확보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치료 산업이 보건정책과 치료 인프라를 구조적으로 재설계하는 첫 사례로서의 실효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치료의 방식이 아니라, 치료의 구조를 바꾸는 본격적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