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②] 공수처의 권한은 충분한가 – 반쪽짜리 기구를 넘어
수사와 기소의 단절, 인력 한계, 정치적 무력화… 독립기관의 역량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KtN 최기형기자]2020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는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 조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출범 5년이 지난 현재, 공수처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제도적·조직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수사 권한과 기소 권한의 불일치, 인력 부족, 정무적 중립성 논란 등 복합적 구조 문제가 공수처를 ‘반쪽짜리 기구’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공수처의 권한 강화와 독립성 확보를 위한 입법·제도적 개편을 촉구하며, 공수처법 전면 개정과 조직 확대, 국회 통제 강화를 병행하는 입체적 개혁안을 제시했다.
수사와 기소의 단절 – 구조적 무력화의 기원
공수처의 가장 심각한 구조적 결함은 수사와 기소 권한의 단절이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일부 고위공직자에 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지만, 기소 권한은 제한적이며, 상당수 사건은 다시 검찰로 이첩해야 한다. 수사는 공수처가, 기소는 검찰이 맡는 이 구조는 조직 간 갈등과 정치적 충돌을 반복적으로 유발하며, 결국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위협한다.
대표적 사례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었다.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을 검찰이 기소하지 않거나, 기소 의견을 달리하면서 수사기관의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이는 단지 법률 해석의 차이를 넘어, 수사 주체와 기소 주체의 정치적 성향 차이가 제도적 갈등으로 증폭된 결과였다.
인력의 한계 – 공수처는 너무 작게 태어났다
출범 당시 공수처는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 규모로 구성되었다. 고위공직자 비리를 독립적으로 수사·기소할 국가기관으로는 지나치게 협소한 규모였다. 검찰의 각 지방청과 비교해도 조직 체계나 자원에서 열세였으며, 이로 인해 대형 사건 처리에 한계가 있었다.
검사의 임기도 불안정하다. 공수처 검사는 3년 임기에 3회 연임할 수 있는 구조로, 총 9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이는 검찰청 검사(7년 단일 임기)와 비교해 안정성·전문성 모두에서 떨어지며, 우수 인력 유치에도 걸림돌이 된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검찰청과 동일하게 공수처 검사 임기를 7년으로 정하고, 수사관 및 행정직원 정원을 대폭 확대해 조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정치적 독립성과 민주적 통제 – 두 개의 균형축
공수처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려면 두 가지가 병행되어야 한다. 하나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과 국회를 통한 민주적 통제이다. 두 개의 균형이 무너지면 공수처는 무력하거나, 반대로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받는 기관이 되기 쉽다.
▶공수처 검사의 직무 범위를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및 공소 유지로 한정하고, 타 부처 파견 최소화를 법제화한다.
▶공수처의 규칙 제개정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사전 보고하도록 하며, 매년 사업계획 및 실적을 국회에 제출하는 제도적 감시 장치를 마련한다.
공수처의 독립성과 책임성은 동시에 제도화되며, 국민에 의해 위임된 권한이 자율적 통제를 통해 실효성을 갖도록 조정될 수 있다.
‘제2의 검찰’이 아닌 ‘대안 기관’으로
공수처 권한 확대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은 예상된 문제다. 검찰은 형사사법체계 내 주도권 상실을 우려하고, 공수처의 기소 확대는 ‘제2의 검찰’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핵심은 공수처의 역할이 기존 검찰의 권한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고위공직자 비리를 견제하고 검찰 스스로를 감시할 수 있는 독립적 메커니즘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수처의 수사·기소 권한을 일치시키되, 그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임기 제한·퇴직 후 취업 제한 등을 병행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
공수처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다. 권력 감시의 독립성과 형사정의의 균형을 시험하는 민주주의 실험장이다. 이 실험이 실패하면, 한국 사회는 다시 검찰의 일극 지배 체제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반면, 공수처가 제도적으로 완성되고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한다면, 한국의 형사사법체계는 다원성과 통제력이라는 새로운 헌정 질서를 획득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공수처의 권한 확대와 조직 재설계를 입법으로 추진할 수 있는 유리한 정치적 구도를 갖고 있다. ‘무기력한 독립기관’이 아니라 ‘책임 있는 감시기구’로서의 공수처를 제도화할 수 있는 시점은 지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