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⑤] 기소권과 정보권력의 오남용을 막는 장치들
검찰의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가 – 제도적 견제 메커니즘의 재설계
[KtN 박준식기자] 검찰은 단지 수사기관이 아니다. 기소권, 영장청구권, 정보수집권 등 한국 형사사법체계 내에서 유례없는 다중 권한을 보유한 권력기관이다. 검찰은 법률을 근거로 작동하지만, 동시에 법률의 사각지대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도의 자율성과 재량권을 갖고 있다. 수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는 권한, 누구에게든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력. 이 모든 권한이 견제 없이 행사될 때, 검찰은 법 위의 존재가 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 같은 검찰권의 구조적 오남용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세 가지 제도 개편 과제를 제시했다. 핵심은 기소 재량에 대한 외부 감시, 강제수사에 대한 사전통제, 정보권력의 비공식화 차단이다.
재정신청 제도의 확대 – 기소하지 않을 권한에 대한 견제
검찰이 어떤 사건을 기소하지 않는다는 결정은 사실상 사법적 판단이다. 그러나 이 결정은 오직 검찰 내부 절차에 의해 이뤄지며, 국민은 그 타당성을 검증하거나 다툴 수 있는 수단이 매우 제한적이다.
현행법상 재정신청은 고소 사건에만 가능하며, 고발 사건의 경우 형법 제123조~126조에 해당하는 직권남용 등 극히 일부 범죄에만 적용된다. 이는 고발인을 사실상 ‘무권리자’로 만드는 구조다.
참여연대·민변은 재정신청 대상을 모든 고발 사건으로 확대하고, 전담 재판부를 구성해 그 적정성을 판단하는 구조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나아가 재정신청이 인용된 경우 공소유지 업무는 불기소 결정을 내렸던 검사가 아닌 외부 변호사나 공공변호인이 맡도록 하는 제도도 병행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검찰의 기소 재량권은 사법적 통제 아래 놓이게 되며, 특정 인물·사건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정치적 고려나 조직 이기주의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구조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 강제수사의 적법성 회복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의 발부율은 90%를 상회하고 있다. 반면 기각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영장 발부는 검사의 서면 요청만으로 이뤄지며, 수사 대상자 또는 피의자의 입장은 사전에 반영되지 않는다. 사실상 ‘검찰이 요청하면 법원은 발부하는 구조’가 정착되어 있다.
참여연대·민변은 영장청구 전, 판사가 수사 대상자 또는 제보자에 대한 사전심문을 진행하는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프리히어링(pre-hearing)이나 독일의 사전통지 모델과 유사한 구조로, 수사 대상자에게 적법 절차에 따라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를 보장한다.
특히 내부 고발자나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할 수 있는 조건부 심문 방식, 비공개 심문을 병행하는 조항 도입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영장청구는 곧바로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공권력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의 적법성 확보는 민주주의의 핵심 조건이다.
대검 정보수집기구 폐지 – 사정정보의 비공식 통로를 차단하라
검찰은 수사 외에도 정보수집 기능을 갖고 있다. 대검찰청 산하의 범죄정보기획관실은 과거 법무·검찰개혁위의 폐지 권고를 받았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2023년 이를 다시 부활시켰다. 해당 기구는 범죄정보뿐 아니라 언론, 기업, 노조, 시민단체 등의 정치·사회적 동향 정보까지 수집해 왔다는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검찰이 공식 수사권을 넘어 ‘정치적 사정정보’를 장악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검찰이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성향, 인맥, 발언을 모니터링하고, 수사 또는 기소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면, 이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결사의 자유와 직접 충돌한다.
참여연대·민변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과 산하 담당관직을 폐지하고,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제3조의5를 개정해 정보수집 자체를 제한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검찰이 정보기관의 기능을 병행하지 못하도록 구조를 분리하는 핵심 개혁 과제다.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
검찰권의 남용은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수사와 기소의 재량권은 필연적으로 정치화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행사하는 권한이 법률에 근거하더라도, 그 법률이 시민을 위한 통제 장치를 갖추지 못한다면, 결과는 항상 비민주적 권력으로 귀결된다.
재정신청 제도의 확대는 기소 독점주의에 대한 시민권의 회복이다. 영장 사전심문제는 강제수사의 인간 존엄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방어다. 정보수집 조직 폐지는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분리하는 제도적 설계다.
검찰개혁은 결국 ‘권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권한을 통제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을 내세운다면, 이제는 통제 없는 권한을 법으로 묶는 작업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검찰개혁의 종착지는 '없는 권한'이 아니라, '제한된 권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