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Insight①] 극단 까치놀 ‘꽃며느리’, 40주년 기념공연 성료…정통 리얼리즘 연극의 귀환
섬은 감옥이었고, 연극은 그 탈출구였다
[KtN 임우경기자] 광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극단 까치놀의 창단 40주년 기념공연 <꽃며느리>가 지난 6월 20일 빛고을시민문화관 무대에서 관객의 기립박수 속에 막을 내렸다. 故 김창일 작가가 1992년 집필한 이 작품은 3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리얼리즘 연극으로, 고립된 섬이라는 설정 속에 가족, 권력, 인간의 욕망이 중첩된 붕괴의 서사를 담았다.
이영민 연출은 1992년 초연 당시 배우로 참여했던 개인적 기억을 이번 연출작업에 투영시켰다. 30여 년의 시간 차를 통과한 이 작품은 세월의 흔적 속에서 더욱 날카롭고 깊이 있는 심리 묘사를 통해, 원작의 무게와 현재의 감각을 동시적으로 구현해냈다.
작품은 남해 홀섬에서 어머니와 세 아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던 중 외부에서 팔려온 정애라는 여인으로 인해 벌어지는 가족의 붕괴와 인간의 욕망을 그린 정통 사실주의 연극이다.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각 인물의 심리와 현실적 동기를 섬세하게 따라가며, 고립된 공간에서 변해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섬은 이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감옥이 되며, 결국 모두 떠나고 어머니만 홀로 남게 되는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이번 공연은 지난 3월 광주연극제에서 연기상과 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지역 연극계에서는 드물게 사실주의와 고전적 대사 구성을 정면에서 지켜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청각 효과에 의존하지 않고, 무대 위 인물의 감정과 갈등, 현실적 동기를 오롯이 드러내는 방식은 최근 실험적·융복합적 양식이 주류가 된 지역 연극계에서 오히려 낯설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이영민 연출은 “섬이라는 설정은 곧 연극이라는 한정된 공간의 은유다. 한정된 무대 위에서 인간의 조건을 얼마나 깊이 있게 드러낼 수 있느냐는 연출자와 배우 모두의 과제였다”고 밝히며, “극단 까치놀 40주년 기념작 '꽃며느리'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해 사유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극단 까치놀은 1985년 광주 석산고 연극동아리를 모태로 창단돼, 광주 출신 인물인 시인 '용아 박용철', '오방 최홍종', '의병장 고경명'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며, 민중의 서사를 연극으로 풀어내는 독자적인 레퍼토리를 구축해왔다. <용아 박용철>, <불꽃> 등의 작품은 지역사 콘텐츠를 예술로 변환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번 <꽃며느리> 역시 이러한 예술적 축적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극단 까치놀은 앞으로도 “훌륭한 예술이 삶을 변화시킨다”는 창단 이념을 바탕으로, 창작과 교육, 공동체가 어우러진 예술 실천을 통해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를 이어가며 창단 50주년을 향한 여정을 힘차게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