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Insight⑨] 순응과 각성 사이, 무력한 윤리의 미세 진동

김장준 배우가 구축한 ‘막내아들’의 모순적 주체성

2025-06-23     임우경 기자
극단 까치놀의 창단 40주년 기념작 '꽃며느리'에서  배우 김장준이 연기한 셋째 아들은 가장 순응적이며 가장 조용한 인물로 등장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광주 지역 극단 까치놀의 창단 40주년 기념작 <꽃며느리>에서  배우 김장준이 연기한 셋째 아들은 가장 순응적이며 가장 조용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작품이 전개될수록 그는 누구보다 내면의 격랑을 품고, 결국 섬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변화의 이정표 같은 존재로 떠오른다. 이영민 연출은 이 캐릭터를 통해 단지 가족 내 질서의 붕괴를 넘어서, 고립된 전통 속에서 ‘이탈’을 선택하는 젊은 세대의 심리와 시대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배우 김장준이 연기한 '셋째'는 초반엔 형들과 어머니 사이에서 조화를 유지하려 애쓰는 소극적 인물로 그려진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배우 김장준이 연기한 '셋째'는 초반엔 형들과 어머니 사이에서 조화를 유지하려 애쓰는 소극적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외부에서 유입된 인물, 즉 며느리 정애의 등장은 그가 속해 있던 내부 질서를 급속히 흔들기 시작한다. 이 변화는 단지 외부 인물의 등장 때문만이 아니라, 그동안 억눌려온 개인의 욕망, 무언가를 선택하고 싶었던 막연한 갈망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셋째는 점차 ‘섬’이라는 공간에 균열을 일으키고, 결국 전통에서의 이탈자이자 세대 전환의 상징으로 재배치된다.

배우 김장준이 연기한 '셋째'는 초반엔 형들과 어머니 사이에서 조화를 유지하려 애쓰는 소극적 인물로 그려진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꽃며느리'의 무대 연출에서도 셋째가 무대를 벗어나는 순간, 조명은 서서히 꺼지고 무대는 ‘열린 채’로 남는다. 퇴장 이후의 삶이 묘사되지 않는 이 연출은, 젊은 세대가 마주한 불확실성의 메타포이자, 연극적 여운의 정점으로 기능한다.

셋째는 단순히 막내 아들이 아닌, 시대의 경계에서 망설이고 결단하는 젊은 세대의 얼굴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셋째는 단순히 막내 아들이 아닌, 시대의 경계에서 망설이고 결단하는 젊은 세대의 얼굴이다. 그가 선택한 침묵, 떠남, 고민은 곧 오늘날 청년들이 마주한 가족·지역·전통이라는 울타리 속 갈등을 대변한다. "전통에 머무는 자와 떠나는 자 사이의 이질감, 순응의 껍질을 벗고 나아가려는 불완전한 용기"이 모든 것이 셋째라는 인물에 녹아 있다.

형들과 어머니, 새롭게 들어온 며느리 정애 사이에서 셋째는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정리’하는 대신, 더 복잡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기제로 기능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영민 연출은 셋째를 단지 철없는 막내로 묘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족 내부의 균형을 깨뜨리는 결정적인 불안 요소로 셋째를 배치했다. 형들과 어머니, 새롭게 들어온 며느리 정애 사이에서 셋째는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정리’하는 대신, 더 복잡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기제로 기능한다.

꽃 며느리 셋째 역 배우 김장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극단 까치놀은 이 인물을 통해 연극이 전통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전통을 통과한 이후의 감정과 선택을 다룰 수 있음을 증명했다. <꽃며느리> 속 셋째는 가장 조용했지만, 무대를 가장 멀리 흔든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