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Insight⑩] 연극 '꽃 며느리', 존재의 재배치와 서사의 전복

이유진 배우가 구현한 ‘정애’의 탈경계적 주체성

2025-06-23     임우경 기자
정애는 ‘며느리’라는 명목 아래 공동체에 편입되지만, 그 위치에서조차 결코 내부화되지 않는 고립성과 생존 전략을 내재한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꽃며느리>의 인물들 중 가장 이질적인 궤도를 그리는 인물은 ‘정애’다. 섬 외부에서 도입된 이 타자적 주체는, 이야기 내부의 질서를 교란하고, 기존의 가부장적 구조를 파열시키는 전위로 작동한다. 정애는 ‘며느리’라는 명목 아래 공동체에 편입되지만, 그 위치에서조차 결코 내부화되지 않는 고립성과 생존 전략을 내재한다.

이유진 배우는 이 모순된 성질을 단순한 이중성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유진 배우는 정애에 대해 “이 인물은 처음부터 공동체를 안으로부터 변화시키려는 인물이 아니라, 자신이 빠져나갈 통로를 찾는 데 집중하는 생존자”라고 설명했다. 정애는 누구보다 계산적이고 전략적이며, 동시에 누구보다 외롭고 위태롭다. 이유진 배우는 이 모순된 성질을 단순한 이중성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대 위에서 정애의 감정은 철저히 절제되며, 인물의 행위는 모든 관계 속에서 ‘이해득실’로 전개된다.

이유진 배우는 이 구도를 의도적으로 분열시키며, 정애의 존재가 ‘가족 내부의 이방인’이 아닌 ‘구조의 바깥에서 안을 파악하는 주체’로 기능하도록 설정했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영민 연출은 정애에 대해 “정애는 섬의 질서를 허무는 것이 아니라, 그 질서에 더는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내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정애는 둘째아들과의 관계를 통해 탈출을 모의하고, 엄니와의 대립을 통해 생존 윤리를 갱신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자기 중심적 전략’이 아니라,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 가족 질서에 대한 냉철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정애는 둘째아들과의 관계를 통해 탈출을 모의하고, 엄니와의 대립을 통해 생존 윤리를 갱신한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유진 배우는 “정애는 누구와도 진정으로 연결되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모든 인물들의 욕망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배우의 표현처럼 정애는 관계의 중심에 머물지만, 그 관계에 실제로 편입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애는 모든 관계를 하나의 ‘탈주 경로’로 전환시키는 인물이며, 그 전략은 단순한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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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며느리>의 무대 위에서 정애는 움직임과 시선, 발화의 강약, 타자와의 거리 등을 통해 공간의 구도를 재배치한다. 이유진 배우는 이 구도를 의도적으로 분열시키며, 정애의 존재가 ‘가족 내부의 이방인’이 아닌 ‘구조의 바깥에서 안을 파악하는 주체’로 기능하도록 설정했다. 이 점에서 정애는 단순히 이탈의 인물이 아니라, 무대 자체를 전환시키는 장치로 해석된다.

  이유진 배우는 이를 “살아남기 위한, 혹은 유일하게 살아 있는 사람으로 남기 위한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애가 향하는 방향은 ‘집’이 아니라 ‘밖’이다. 이 방향성은 단지 도피가 아닌, 지속 불가능한 공동체에 대한 결단이다. 이유진 배우는 이를 “살아남기 위한, 혹은 유일하게 살아 있는 사람으로 남기 위한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정애는 떠나면서 죄책감이나 망설임을 남기지 않는다. 그 탈주는 감정의 파열이 아니라, 구조의 균열에서 비롯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유진 배우는 이 다층적인 정체성을 장면마다 절제된 발성과 거리 조절로 수행하며, '꽃며느리' 무대 전체에 결정적인 구조적 밀도를 부여했다.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꽃며느리>는 정애를 통해 한국 사회가 지속적으로 배제해온 여성 주체의 ‘제3의 위치’를 드러낸다. 순응하지도, 파괴하지도 않는 방식으로 존재를 유지하는 정애는, 외부자이자 내부자의 이중지위를 전략화한 주체다. 이유진 배우는 이 다층적인 정체성을 장면마다 절제된 발성과 거리 조절로 수행하며, <꽃며느리> 무대 전체에 결정적인 구조적 밀도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