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Focus④] ‘엄니’의 침묵, 배우 강원미의 세월을 닮다 – 40년 연극인생과 함께 쌓인 무게
침묵하는 목소리, 배우 강원미가 구축한 '엄니'의 얼굴
[KtN 임우경기자] 배우 강원미는 극단 까치놀 창단 40주년 기념작 <꽃며느리>에서 '엄니' 역을 맡아, 말보다 깊은 침묵으로 극 전체를 지탱했다. 말없이 쏟아내는 감정, 무대에 내리꽂히는 눈빛, 주름진 손끝에서 뻗어 나온 서사는 관객에게 언어를 넘어선 시간의 결을 전달했다. 강원미 배우는 “엄니는 울지도 않고 소리도 내지 않지만, 무너져 있는 상태”라며 “누구 하나 위로해주지 않는 집안에서 그저 참고 사는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강원미 배우가 표현한 ‘엄니’는 단순한 인물 해석이 아니었다. 네 아이를 키우며 연극을 이어온 자신의 삶과 절묘하게 겹쳐진 감정의 지층이었다. 배우 강원미는 “여성, 아내, 어머니, 시어머니라는 위치 안에서 침묵하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며 “‘엄니’라는 인물이 마치 내 삶의 조각 같다”고 말했다.
“그냥 ‘나’가 되는 순간까지, 엄니는 제 안에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강원미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감정이 고요하게 고여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터지는 구조인데, 그 감정을 억눌러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배우 강원미는 감정을 쥐고 끌고 가는 시간이 아니라, 감정을 품고 버티는 연기를 선택했다. “울지 않는 대신, 보는 이가 같이 울게 만들고 싶었어요.”
공연이 끝난 후, 강원미 배우는 객석 뒤에서 관객의 눈물을 본다. “관객이 저를 안고 우시는데, 말없이 끌어안고만 있으면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라고요. 같은 세월을 겪은 사람들인 거죠.” 그 장면은 배우 강원미가 이번 작업에서 가장 강하게 체감한 ‘공감의 무대’였다.
무대 위의 모성, 삶으로부터 온 목소리
강원미 배우가 구축한 ‘엄니’의 얼굴은 단지 연기 기술의 결과가 아니었다. “극단을 20대에 시작했어요. 그때는 시어머니 역할을 이해 못 했는데, 지금은 달라요. 나도 며느리를 두고, 엄마로 살고, 주부로 살고 있으니까요.” 강원미 배우는 그간 축적해온 인생의 체온으로 인물을 다시 꿰맸다. “이제는 어머니의 고요한 분노가 뭔지 알아요. 큰 소리를 내지 않고도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강원미 배우는 ‘엄니’라는 인물을 감정의 폭발보다 존재의 무게로 끌고 갔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무대에서 중심이 되기를 바랐어요. 저 사람이 왜 거기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제 역할이었죠.” 단단한 체구와 침착한 리듬, 무대 위에서 걸어 나가는 한 걸음까지, 배우 강원미는 감정을 쏟기보다 삼켜내는 방식으로 무대를 채웠다.
40년의 시간, 다시 시작점에 선 배우 강원미
강원미 배우에게 <꽃며느리>는 단순한 창단 40주년 기념작이 아니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내가 무대를 참 사랑하고 있었구나’ 다시 느꼈어요. 나이가 들고, 몸이 힘들어도, 공연장에 오면 그 모든 게 사라져요.”
극단 까치놀의 시작과 함께한 강원미 배우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수많은 지역 연극과 함께했다. 한때 극단을 떠났지만, 다시 돌아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 공간이 저를 다시 사람답게 만들어줬어요. 연극이 없었다면, 저는 아이 넷 키우고 그냥 그렇게 살아갔을 거예요.”
강원미 배우는 지금도 작품이 끝나면 집으로 가서 밥을 짓는다. 가족과 예술, 엄마와 배우. 그 경계를 자주 넘나들지만, 배우 강원미는 “그 모든 게 다 나”라고 말했다. “극장에서도 집에서도 나는 계속 감정을 안고 살아가요. 삶도, 무대도, 그렇게 이어져 있어요.”
“말 안 해도 다 느껴지는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강원미 배우는 스스로를 ‘감정을 안고 가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말을 많이 안 해도, 관객이 내 안에 있는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너무 많이 설명하면 오히려 감정이 흐르지 않더라고요.”
이번 작업은 무대 위의 존재감을 새삼 증명해준 계기였다. “정말 오랜만에 ‘배우’라는 말을 들었어요. ‘배우 강원미’라고 다시 불러줘서 고마웠어요.” 배우 강원미는 마치 오랜 세월을 견디고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온 사람처럼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삶의 무게로 서는 무대, 그리고 다음 여정
배우 강원미는 앞으로도 연극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몸이 따라줄 때까지는 하고 싶어요. 더는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고, 그저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꽃며느리>의 ‘엄니’는 단지 등장인물이 아니라, 배우 강원미라는 시간의 집합체다. 관객의 눈물은 연기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살아온 삶에 대한 공감의 응답이었다. 강원미 배우는 연극이란 “가장 내밀한 마음을 나누는 장”이라고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울림을 남기는 시간. 배우 강원미는 그 시간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