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 50% 폭탄…한국 가전, '미국 관세+해상운임 상승' 이중고 맞닥뜨리다
삼성·LG, '생산거점' 다변화와 '프리미엄' 전략으로 관세·물류비 이중고 맞서
[KtN 박채빈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6월 23일 오늘부터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주요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한다. 이번 조치는 기존 철강 관세를 넘어, 철강이 들어간 완제품까지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가전업계는 미국 관세 발표 직후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에서 두 개의 생산라인을 통해 연간 100만 대 이상의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첨단 세탁기·건조기 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냉장고 등 주요 가전제품은 여전히 한국, 멕시코, 베트남 등 해외 공장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는 냉장고를 한국,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냉장고 대부분을 한국, 중국, 인도, 멕시코 등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에 공급한다.
미국은 이들 가전제품에 포함된 철강 함량 가치에 대해 관세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세탁기에 철강이 10만 원어치 들어 있다면, 이 금액에 50% 관세가 부과되고, 나머지 부분에는 기존 수입관세가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철강이 제품 가격의 10~16%를 차지하는 만큼, 관세 부과로 인해 전체 원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 가격 인상과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산 철강을 사용하면 관세가 면제되지만, 미국산 철강은 아시아산보다 20~30% 가량 더 비싼 경우가 많다. 현지 생산을 늘리면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 부담이 커질 뿐 실질적으로 관세 회피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로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물류비 부담도 가중된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간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와 해상운임이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해운업계와 수출 기업들은 물류비 부담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4개월 만에 고점을 기록했다. TV, 냉장고, 세탁기처럼 부피가 큰 가전제품은 해상운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운임 변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는 물류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해상운임 급등으로 인해 물류비가 각각 71.9%, 16.7% 증가해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가전업계는 미국 관세와 해상운임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 생산 물량을 늘리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관세가 오르면 멕시코나 인도 등 다른 해외 생산거점에서 생산을 확대하고, 상황이 바뀌면 다시 미국 내 생산량을 조정하는 식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스윙 생산 체제'를 강화한다. 삼성전자 역시 고가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일부 생산지를 미국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관세와 물류비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가전업계는 '생산 거점' 다변화와 '프리미엄' 제품 확대라는 두 가지 전략으로 관세와 물류비로 인한 경영 압박을 돌파하려 한다.
이번 관세 확대는 단순한 무역 장벽이 아니라 글로벌 가전산업의 생산·공급망 구조까지 바꿀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진다. 한국 가전업계는 이제 관세와 물류, 지정학 리스크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경쟁 구도에 맞설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