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①] 디지털 경제의 역설 – 플랫폼 독점은 어떻게 민생을 위협하는가
플랫폼 혁신 뒤에 감춰진 공정경제의 균열 플랫폼 경제는 왜 ‘공정’을 잃었는가
[KtN 최기형기자] 쿠팡, 네이버, 배달의민족, 카카오. 2025년의 일상에서 이 플랫폼들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인프라’가 되었다. 소비자는 클릭 한 번으로 물건을 사고 음식을 주문하며 숙박을 예약한다. 그러나 이 디지털 편의성의 그늘에는 거대 플랫폼의 지배력과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산업은 2022년 기준 162조 원 규모로 성장하며 전체 디지털 산업의 14.3%를 차지했다. 그 속도만큼 규제는 뒤처졌다. '자사우대', '끼워팔기', '알고리즘 불투명성', '최혜대우' 요구 등 복합적인 불공정 행위가 방치되며, 입점 업체와 소비자, 그리고 노동자에게 그 피해가 누적됐다. 단순한 독점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민생의 균열이자 구조적 양극화의 신호다.
플랫폼 독점, 시장은 무너지고 권리는 사라진다
시장지배적 플랫폼의 전형적 행위는 ‘이중 가격제’와 ‘수수료 전가’다. 배달앱의 예를 보면,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에는 '무료 배달'이란 이름 아래 수수료와 배달비가 모두 포함된다. 주문 건당 중개수수료는 9.8%, 배달비는 평균 2,400원을 넘는다. 그 부담은 입점 자영업자에게, 결과적으로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되돌아온다. 플랫폼은 자신들의 시장점유율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사회 전체에 분산시키는 구조를 고착화해왔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한 행위는 계약상 지위의 우위를 기반으로 하며, 중소상인의 협상력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은 자율적으로 거래조건을 조정할 수도, 자신의 권익을 제대로 주장할 수도 없는 구조에 갇혀 있다.
‘온라인 플랫폼법’의 정당성 – 무엇을 규율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법’을 22대 국회 10대 당론 중 하나로 명시했다. 입법의 핵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사전지정과 불공정 행위 금지, 그리고 행정처분 강화에 있다.
시가총액 15조 원 이상
연매출 3조 원 이상
월 이용자 1천만 명 이상
입점사업자 5만 명 이상
이 기준을 충족하는 플랫폼은 자사우대, 알고리즘 조작, 끼워팔기 등 다양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과징금과 영업정지 등 실효적 제재를 받게 된다. 특히 데이터 이동성과 플랫폼 간 호환성 확보는 ‘디지털 경제 민주화’의 핵심 인프라로 제시된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거래 공정화법’은 입점사업자의 계약해지 사전 통지, 계약서 교부 의무, 정산대금 지급 기한 명시 등 세부적 거래 질서를 강화한다. 중요한 점은, 손해배상 입증책임을 플랫폼 기업에 전환하고, 사업자단체 구성권과 협의요청권을 명문화한 점이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을'의 위치에서 최소한의 협상력을 갖도록 하는 법적 토대가 된다.
공정 플랫폼의 대안, 단지 착한 플랫폼이 아니다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위해 ‘공정 플랫폼’ 육성을 병행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수수료 절감, 공공배달앱 통합, 우체국 근거리 배달 위탁 등의 공공 인프라 연계를 포함하며, 단순히 ‘착한 플랫폼’을 넘는 구조적 대안이다. 입점업체에 수수료 혜택이 돌아가고, 소비자에게는 가격인하 혜택이 재분배되도록 하는 것이다. 공정플랫폼 간 공동 입점, 연동 시스템 등 생태계 단위의 연합도 구상되고 있다.
공정경제의 회복, 디지털 민주화의 시작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민생경제의 개혁 과제는 단순히 가격이나 복지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경제로의 구조 전환 속에서 발생한 독점, 불공정, 정보비대칭은 곧바로 시장 실패로 이어지고 있으며,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다.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과 공정플랫폼 육성은 ‘규제냐 혁신이냐’라는 이분법을 넘어, 공정한 경제 생태계 복원의 출발점이다.
경제는 기술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권리, 책임, 그리고 공정한 제도 설계 위에서 비로소 지속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