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④] 계약의 이름으로 불평등을 감추다 – 종속적 자영업자의 구조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사실상 '가면을 쓴 노동자' 계약은 평등하지 않았다. 우월적 지위가 일방적 의무를 만든다

2025-06-24     최기형 기자
권리가 제한된 계약은 ‘노동에 가까운 종속’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가맹점주, 대리점주, 납품업체 대표. 모두 사업자 등록증을 갖고 있지만, 그 권리는 기업의 하청 구조 안에서 사실상 무력화되어 있다.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본인의 상호도, 영업권도, 가격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계약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율’로 포장된 이들은, 현실적으로는 브랜드 본사의 지시와 공급 조건을 따라야 하는 종속적 지위에 놓여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평균 월수입은 227만원 수준으로, 동일 업종 자영업자 대비 25% 낮다. 본사 공급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판매가는 유지되며, 광고비·마케팅비 분담 등 부가 비용이 본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 계약은 반복되지만, 실질 협상력은 없다.

권리가 제한된 계약은 ‘노동에 가까운 종속’이다

노동권이 부여되지 않는 노동, 기업 이윤에 복속된 자영업. 가맹점과 대리점의 다수는 ‘계약상 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에 가까운 경제적 종속 상태에 놓여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도, 단체행동권도, 고용보험도 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 본사의 부당한 계약 해지, 불공정 납품 조건, 공급가 인상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다. 계약 해지 시 손해배상을 요구받거나, 보복적 공급 제한에 직면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다

가맹사업법·대리점법·하도급법 등 다양한 보호법제가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문화되거나 집행력이 미약하다. 실효적 개선을 위해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

가맹사업 계약 시 영업권·상호권 보장 조항 명시 의무화

납품업체 대상 부당 반품·단가 후려치기 금지 조항 강제화

계약 종료 시 위약금 상한제 및 손해배상 심의기구 설치

대리점주·가맹점주에 대한 단체 구성권 및 단체 교섭권 보장

특히 단체 구성권은 협상력의 출발점이다. 종속적 자영업자를 위한 집단적 협상 기구와 법적 지위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공정거래 제도는 이름뿐인 보호에 불과하다.

‘을의 연대’는 아직 제도 밖에 있다

가맹점·대리점·납품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자율적 계약권과 실질적 협상력을 결여한 채, 개별적 생존을 강요받고 있다. 공정위 조정, 민사소송, 언론 제보 외에는 본사의 결정에 맞설 방법이 없다. 이들의 공통된 요구는 ‘독립된 사업자 대 사업자’가 아니라, '불균형 계약관계의 정상화'이다.

정치와 정책이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거래 계약이 아니라 그 안의 권력 불균형 구조다. 자영업자가 본사의 파트너가 아니라 하청 노동자로 전락하는 구조는,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무너뜨린다.

계약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종속적 자영업은 단순한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법의 부재가 만든 구조적 불평등이다. '계약'이라는 명목 아래 보호받지 못한 이들이 자영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정책은 이제 권리 회복을 위한 공공 개입을 전면에 두어야 한다.

가맹점주·대리점주·납품업체가 시장의 동반자가 되기 위해선, 선택권과 협상력, 독립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공정한 시장은 ‘자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도적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