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⑤] 도시 상권의 침식 – 젠트리피케이션과 자영업 붕괴

‘잘 되는 상권’이 곧 퇴출의 시작이 되는 구조 임대료가 오르면, 가게는 떠난다

2025-06-24     최기형 기자
‘장기적 상권 권리’가 도시 경제를 살린다. 사진=2025 06.16  15일 오후 명동 쇼핑 거리에 양산을 쓴 시민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골목에 사람이 모이면 브랜드가 들어오고, 브랜드가 들어오면 임대료는 상승한다. 상승한 임대료는 원래 가게를 내몰고, 가게의 퇴출은 곧 상권의 소멸로 이어진다. 이 같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고리는 2025년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경기 성남시, 부산 해운대구 등 전국 주요 도시권역에서 ‘잘 되는 상권’이 곧 ‘자영업 붕괴’의 시작점이 된다.

임대료 상승률은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빠르다. 2020년 이후 소상공인 영업 지속을 어렵게 만든 가장 주요한 변수는 ‘권리금+보증금+월세’로 구조화된 임대비용 3중고였다.

상가 임대차는 민간계약이지만, 그 결과는 공공재인 도시 상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자영업자의 상권’은 법적 개념으로 보장되지 않으며, 그 공백은 부동산 이익과 개발 논리에 의해 채워진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 기반경제를 붕괴시킨다

도시형 자영업자는 골목·광장·시장·지하상가 등 공공적 공간을 통해 소비자와 연결된다. 그러나 이 공간은 오히려 자영업자의 생존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공공재인 상업공간은 민간 임대료 시장에 의해 장악되며

자영업자는 ‘공간 사용자’가 아닌 ‘계약상의 임차인’으로 위치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상권일수록 민간 투자와 투기 세력이 먼저 진입한다

이 구조 안에서 자영업자는 경제활동의 주체가 아닌, 교체 가능한 공간 소비자일 뿐이다. 도시 기반경제는 ‘지속 가능한 공간 이용자’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제도는 자영업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최대 10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보증금 보호 범위 역시 서울 9억원 이하, 지방 7억원 이하에만 적용되며, 권리금 회수 보호는 사실상 강제력이 없다. 상권에서 성공할수록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는 제도적 방치의 결과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구조적 대응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계약갱신요구권 15년 이상으로 확대

상가임대료 상한제 및 지역별 상승률 제한 법제화

공공상권보호구역 제도 도입: 등록된 자영업자의 임대료 및 권리 보호

공공상가 우선공급제 및 장기임대상가 운영기금 확대

특히 상가임대차법은 ‘개별 계약’이 아닌 ‘도시경제의 공공성’ 관점에서 재설계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 보호가 아닌, 도시공간에 대한 권리의 문제다.

도시 설계에서 자영업자는 배제되어 왔다

개발 중심 도시계획은 자영업자를 단기 소비로 간주하며, 공간 재편 과정에서 구조적 배제를 반복해 왔다. 아파트 중심 재개발, 대규모 복합상업시설 건립, 유동인구 기반 대기업 유입은 모두 기존 자영업자에게 철거와 재정착 실패라는 결과를 안긴다.

자영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이 단기 임대계약에 기반한다면, 상권 지속성은 보장될 수 없다. 도시 설계는 자영업자의 생계와 연계된 공간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장기적 상권 권리’가 도시 경제를 살린다

상권은 부동산의 소유가 아니라 이용의 역사에서 생겨난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는 공간을 만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임대료 시장에만 맡겨진 도시경제는, 이익은 부동산 소유자에게, 비용은 자영업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재생산한다.

자영업자의 지속 가능성이 곧 도시의 경제 기반이다. ‘임차인 보호’라는 기술적 문제로 축소된 젠트리피케이션 담론은 이제 ‘상권 이용자의 권리’라는 구조적 시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