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⑥] ‘민생’의 이름으로 누가 공급망을 독점하는가

생필품 유통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조직되는가 골목상권은 유통 자본의 말단으로 전락했다

2025-06-24     최기형 기자
‘민생 소비’를 앞세운 대기업은 실제로 유통 주권을 장악하고 있다   사진=2024.04.18 과자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생필품·식자재·생활용품의 공급 구조가 플랫폼 기업과 대형 유통 자본 중심으로 재편되며, 지역 기반 자영업자는 유통망의 최하단에 위치하게 되었다. 가격 결정권도, 물량 선택권도 없이 본사가 제공한 조건에 종속되는 ‘유통의 말단’으로 기능하는 현실은 민생경제의 자생력을 위협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전국 중소 슈퍼마켓의 52.3%가 유통 대기업의 직·간접 유통망에 편입되어 있다. 쿠팡, SSG닷컴, 롯데온, 홈플러스몰 등 온라인 채널도 오프라인 자영업자의 생존 여력을 압박하고 있다. ‘총판+도매상+본사’ 체계로 집중된 공급 구조는 개별 자영업자에게 협상권 없는 단가를 강제하고 있다.

‘민생 소비’를 앞세운 대기업은 실제로 유통 주권을 장악하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 이마트는 트레이더스, 롯데는 통합몰과 오프라인 확장을 통해 지역 상권 전반을 흡수하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가 강화된 이후, ‘물류센터’ ‘전문점’ ‘상생형 점포’ 등의 형태로 법망을 우회하고 있으며, 지역상권과의 형평성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공동구매’와 ‘도매 직송’ 역시 상생의 포장 아래 독점적인 단가 우위를 활용한 점유율 확대 전략이다. 실질적 유통 주도권은 본사가 가진 데이터, 물류, 광고 자본력에 집중되어 있으며, 자영업자는 그 흐름에 편승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구조로 밀려났다.

‘유통 주권’은 지역 자영업자가 회복해야 할 권리다

공급망이 중앙화될수록 자영업자의 선택권은 줄어든다. 실제 식자재 공급업체 10곳 중 7곳은 단일 채널 납품 비중이 80%를 초과하고 있으며,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는 가격 결정권·거래 지속성·영업 정보 모두를 본사에 내주는 형태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 같은 유통 집중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개입이 요구된다.

골목상권별 지역 단위 공동물류 플랫폼 구축 및 공공 조달 지원

일정 규모 이상 유통업체의 생필품 유통 비중 공개 의무화

지역유통법 제정: 지역 기반 공급망 유지 시 세제·재정 지원

납품선 다변화와 유통자율권 보장을 위한 구매단 협상권 법제화

중앙 공급망에 편입된 자영업자가 아닌, 지역 내 순환경제의 한 축으로 자립 가능한 생계형 유통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급은 ‘물류’가 아닌 ‘관계의 지속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유통은 단순한 상품 이전이 아니라, 지역과 소비자를 잇는 지속적 관계망이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는 가격과 속도를 우선시하며 관계 기반 유통을 해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는 경쟁력을 잃고, 소비자는 품질과 선택권의 다양성을 잃는다.

공급망의 민주화는 가격 규제가 아닌, 관계 복원의 문제다. 이는 소비자 주권, 자영업자 자율성, 지역경제 생태계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이 맞물리는 구조 개혁의 문제다.

생계형 유통은 생존의 경제, 단가의 경제가 아니다

‘민생경제’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유통 대기업의 확장은 실질적으로는 유통 주권의 집중을 의미한다. 유통구조가 공공적 성격을 지닌다면, 자영업자의 공급망 선택권은 정책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유통 독점 구조를 해체하고 지역 기반의 유통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일은 단순히 기업 간의 점유율 조정이 아닌, 지역사회의 경제 주권을 회복하는 핵심 과제다. 자영업자의 자율성과 유통 선택권 회복은 민생경제 개혁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