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⑦] 건강보험, 영세 자영업자의 조세권리로 재설계돼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은 ‘복지제도’인가, ‘준조세 시스템’인가 소득이 불안정한 자영업자에게 더 무거운 부담이 지워지고 있다

2025-06-25     최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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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최기형기자]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약 37%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영세 자영업자이다. 그러나 지역가입자에게 부과되는 보험료 산정 방식은 소득 외에 재산·자동차 등 비소득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득이 일정치 않은 자영업자일수록 보험료 예측 가능성이 낮고, 납부 부담은 고정적으로 발생한다.

2024년 기준, 직장가입자 평균 건강보험료는 약 14만 원이지만, 지역가입자의 평균 납부액은 11만 원 수준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직장가입자는 절반을 사용자(고용주)가 부담하는 반면, 자영업자는 전액을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명목상 비슷해도, 실질 부담은 두 배다.

‘사회보험’이 아닌 ‘준조세’로 기능하는 불평등한 구조

건강보험은 본래 사회보험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지역가입자에 대한 부과 방식은 실제로는 조세에 가깝게 작동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자영업자일수록 ‘소득 없는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구조는 제도의 목적과 배치된다.

직장가입자는 보험료 납부로 인해 고용보험·산재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등과 연계된 복합 혜택을 누리지만, 자영업자는 고용 관련 복지와는 단절된 채 ‘의료 접근권’ 하나만을 보장받는다. 동일한 납부 구조이지만, 혜택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보험료 부과체계의 조세적 전환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자영업자 중심의 지역가입자 제도에 대한 조세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보험료를 사회연대 기반의 ‘복지기여금’ 개념으로 전환하고, 다음과 같은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가입자의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 비중 확대

비소득 부과 항목(재산·자동차 등)의 단계적 폐지 또는 완화

보험료 체납자의 복지 이용 제한 대신, 분할 납부 유예제 도입

자영업자 전용 고용안전망(고용보험 포함) 연계 설계

지역가입자를 위한 건강보험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그 출발점은 ‘형평성’이다. 단순 납부의무가 아니라, 납부 여력과 복지 권리의 균형이 보장되어야 한다.

자영업자는 공적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다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은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출산·육아지원 등의 공적 복지로부터 배제되어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만큼은 그 체계에 강제 편입되어 있으며, 정기적인 납부 의무를 지닌다. 즉, 권리는 없는 채 의무만 부과되는 구조다.

보험료는 자동 이체되지만, 고용안전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소규모 영업장이 많은 여성 자영업자와 고령층 자영업자는 질병·폐업·소득 상실 상황에서 정책적으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는 건강보험이 ‘의료 보장’이 아니라 ‘복지 시스템 전체’와 연계되어야 하는 이유다.

건강보험은 조세이며, 조세는 권리여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건강보험료는 매출과 무관하게 고정된 ‘조세’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정책은 이 보험료를 단순 납부 의무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공적 권리의 출발점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이제 ‘사회보험’의 한계를 넘어, 조세 정의와 복지 권리의 균형 위에서 다시 설계돼야 한다. 자영업자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는 구조는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지역가입자’라는 행정적 분류는, ‘국민의 복지권’이라는 헌법적 가치 앞에서 재정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