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⑧] 자영업자 금융, 왜 ‘빚 권하는 제도’로 작동하는가

대출은 많지만, 회복은 없다 – 구조적 채무화의 민생경제 위기 대응이 곧 ‘대출 증가’로 연결되는 구조

2025-06-25     최기형 기자
보증은 쉬우나, 회생은 어렵다  사진=2025 03.10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2020년 이후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난에 대응하기 위해 100조 원 이상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보증 기반의 대출’ 형태였다. 긴급 금융, 특별대출, 소진공 경영안정자금, 신용보증기금 지원 등이 모두 채무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자영업자의 총 금융부채는 2024년 기준 970조 원을 넘어섰으며, 이 중 정책금융·보증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1.8%에 달한다. ‘정책 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자영업자의 채무 위험은 구조적으로 증가해 온 셈이다.

위기를 견디는 자영업자의 생존 전략이 정부 정책에 의해 ‘채무 확대’로 귀결되는 현실은 제도의 구조적 오류를 반영한다.

보증은 쉬우나, 회생은 어렵다

정책금융은 비교적 접근성이 높은 대신, 부실화 시 회복 수단은 제한적이다. 신용보증재단 보증을 기반으로 한 대출은 금융기관이 아닌 보증기관과의 관계로 전환되며, 연체 시 법적 추심과 재산 압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금리 전환 대출, 만기 일괄상환 조건, 상환 유예 종료 시점의 채무 집중 구조는 2023년부터 부실률 증가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코로나 위기 이전 0.68%에서 2024년 1.74%로 급등했으며, 개인사업자 대상 금융기관의 신규 대출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회복 지원은 부재하거나, 구제적 접근에 한정된다. 신용회복위원회, 소액채무조정, 개인회생 절차 등은 파산 직전 단계에서만 접근 가능하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조적 지원은 체계화되지 않았다.

‘자립을 위한 금융’은 왜 없는가

자영업자 금융은 단기 운전자금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창업 대출–보증 지원–상환 압박의 순환 구조 속에서 중장기 사업전환, 기술 전환, 상권 재편 등을 위한 전략적 금융은 뒷전으로 밀려 있다.

자영업자의 생계 기반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채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금융 구조 전환이 요구된다.

상환 중심 구조에서 ‘수익 기반 분할상환’ 모델로 이행

신용보증 외에 사업 유형별 상환유예 권한 제도화

소득 기반 금융지원(기초 소득보전) 제도와 연계한 금융정책 재구성

자영업자 전용 공공기금 설립 및 채무조정 전용 트랙 구축

단기 유동성 공급이 아닌 생존과 회복을 중심으로 설계된 금융체계가 필요하다. 대출은 금융 수단이지, 정책의 목적이 아니다.

채무는 구조이자, 복지의 대체물이 되어선 안 된다

정책금융은 위기 대응의 수단이어야 하나, 실제로는 복지의 부재를 대출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기능해 왔다. 경영난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소득보전이나 복지 안전망 없이 대출만을 제공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부실과 탈락만을 증가시킨다.

영세 자영업자는 저신용·저소득 계층과 중첩되며, 이들에게 있어 채무는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생계 유지의 마지막 수단이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금융은 자립보다 종속을 재생산한다.

자영업자 금융은 ‘대출 중심’이 아니라 ‘자립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민생경제를 위해서는 자영업자 금융의 기본 단위가 ‘생존과 회복’에 맞춰 재설계돼야 한다. 정책이 대출을 손쉽게 만들었다면, 회생도 손쉽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구조는 ‘빚 권하는 정책’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영업자를 하나의 금융소비자가 아닌, 공공경제 주체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자영업자 금융은 지원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의 일부로 재정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