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⑨] 디지털 플랫폼은 어떻게 자영업자의 노동을 수탈하는가
‘입점’은 자유지만, ‘퇴장’은 없다 – 플랫폼 의존 구조의 불균형 디지털 시장의 중심, 자영업자는 플랫폼의 종속 변수가 되었다
[KtN 최기형기자] 2025년 현재 온라인 유통의 84.3%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카카오커머스 등 소수 플랫폼 기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자영업자에게 플랫폼 입점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제가 되었다. 그러나 그 자유로운 ‘입점’은 역설적으로 완전한 ‘종속’으로 이어진다.
플랫폼은 알고리즘, 노출 순위, 고객 후기 등 자의적 기준으로 판매자의 수익 구조를 결정한다. 광고비를 내지 않으면 검색 결과에 노출되지 않고, 리뷰 수가 적으면 상품권 폐지 대상이 된다. 판매자는 물류·광고·결제·고객 대응까지 모든 영역에서 플랫폼이 정한 룰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비대칭 구조는, 자영업자가 노동을 투입하면서도 플랫폼에 의해 실질적 수익 결정권을 잃는 구조를 형성한다.
‘수수료’는 숨겨지고, ‘데이터’는 사유화된다
디지털 플랫폼은 수수료 외에도 다양한 ‘간접 비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에게 결제 수수료 외에도 광고비, 톡톡(상담 기능) 수수료, 물류 위탁비용 등을 부과하며, 쿠팡은 로켓배송 참여 조건으로 상품가를 통제한다.
플랫폼은 자영업자의 판매 데이터를 축적하면서도 이를 활용할 권리는 독점한다. 판매자는 자신의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없으며, 소비자 행동 데이터는 플랫폼의 자산으로 귀속된다. 이는 ‘노동은 공급자가, 수익은 플랫폼이’ 가져가는 구조다.
AI 추천 시스템과 데이터 분석은 이 구조를 더욱 강화한다. 판매자는 플랫폼 내부 질서에서만 생존 가능하며, 이를 벗어나는 순간 시장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자영업자의 ‘노동권’은 디지털 공간에서 사라졌다
자영업자는 법적으로 사용자이지만, 플랫폼 경제 구조에서는 노동자적 성격을 지닌다. 정해진 규칙, 보상 체계,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에서 실질적 자율권은 없다. 그러나 노동자로서의 권리, 즉 최소 보상 기준, 계약 협상권, 단체 구성권 등은 제도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중 구조는 자영업자를 시장경제의 외곽으로 밀어낸다. 특히 1인 창업자, 여성 소상공인, 기술 취약 계층은 플랫폼 질서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놓이며, 구조적 탈락의 위험에 직면한다.
공정경제 체제로의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플랫폼 기업과 입점 사업자 간 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전환이 요구된다. 단순히 수수료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구조적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알고리즘 결정 기준의 투명성 공개 및 정보접근권 보장
입점업체의 수수료·광고비 내역 명시 의무화
데이터 공동 소유 원칙 도입 및 이용자 정보에 대한 접근권 부여
플랫폼 계약의 표준화 및 자영업자 단체 협상권 법제화
온라인 플랫폼공정화법 강화 및 실효적 과징금 체계 확립
플랫폼이 유통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는 현재, 그 규율은 공공적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시장은 민간의 자유가 아닌, 공정한 질서 위에 작동해야 한다.
자영업자는 디지털 플랫폼의 ‘사용자’가 아니라 ‘노동자’에 가깝다
플랫폼 경제에서 자영업자의 위치는 더 이상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다. 모든 노동을 공급하면서도 결정권과 수익권은 갖지 못하는 구조는, 자영업자를 플랫폼 내부의 유연한 저임금 노동자로 위치시킨다.
디지털 경제의 공정성은 단지 대기업과 소비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에 의존하는 수많은 자영업자의 생존권과 연결되어 있다.
자영업자에게는 ‘판매할 권리’만이 아니라 ‘협상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경제 민주주의는, 플랫폼 구조 개혁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