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Animation Insight①] 중국 애니메이션의 부상: 산업 성장과 기술 주도 전략

신흥강국 중국, ‘애니메이션 대국’의 설계를 시작하다

2025-06-26     김동희 기자
중국국제애니메이션박람회(CICAF). 사진=828i.com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 2025년 5월 항저우에서 열린 제21회 중국국제애니메이션박람회(CICAF)는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더 이상 주변부 콘텐츠가 아닌, 독립된 산업군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146만 명의 방문객, 3,000여 명의 바이어, 2,50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한 이 박람회는 '기술 주도 산업'으로 전환된 중국 애니메이션의 현재를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중국 콘텐츠 산업동향 2025년 8호』에 따르면,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최근 3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온라인 애니메이션 배급 승인 건수가 2023년 60편에서 2025년 161편으로 2.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양적 팽창이 아닌, 국가 정책 주도 하의 구조적 재편이 실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책과 검열, 그리고 성장 촉진 시스템

중국 정부는 애니메이션을 전략산업으로 분류하며 정책적 지원과 통제를 병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 시행된 온라인 영상 콘텐츠 수입 규제는 자국 제작 콘텐츠의 배급을 유리한 조건으로 전환시켰다. 동시에 보조금, 창작 장려, 민간 투자 활성화 정책을 통해 제작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시켰다. 특히 2025년 CICAF에서 두드러졌던 ‘AI 기반 창작 기술’ 전시는 국가 차원의 ‘디지털 개혁’이 문화산업 전반에 파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AI 기반 제작 기술은 단순한 효율 향상을 넘어서 창작물의 질적 전환을 이끌고 있다. 유쿠의 <묘행동방>은 수묵화를 디지털화한 독창적 표현을 통해 '디지털 미학'의 실험성을 제시했으며, 빌리빌리의 <철변영웅 X>는 일본 애니플렉스와의 공동제작과 글로벌 플랫폼 동시방영을 통해 중국 애니메이션의 기술 자립성과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Z세대 중심 시장, 플랫폼 기반의 IP 생태계

애니메이션 소비 시장은 명확히 젊은 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iiMedia Research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국 애니메이션 소비자 중 25세에서 34세 연령대가 전체의 54.11%를 차지한다. 특히 여성 소비자가 전체의 60.08%에 달하면서, 스토리텔링 중심의 정서적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기존 아동 중심 산업 구조를 무너뜨리고, 청년층 중심의 서사·감성·굿즈 연계 산업으로 전환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흐름은 OTT 플랫폼의 콘텐츠 전략에도 반영되고 있다. 텐센트비디오는 <선역>, <두파창궁>, <퍼펙트월드> 등 장기 시리즈 IP를 기반으로 ‘충성도 중심의 유료회원 확보 전략’을 전개하고 있으며, 빌리빌리는 ACGN(애니메이션·만화·게임·소설) 연계 콘텐츠 확대와 이차원 문화 기반의 굿즈 유통까지 통합해 ‘라이프스타일형 콘텐츠 기업’으로 진화 중이다.

제작기술 진화, 수출 모델의 구조적 전환

중국 애니메이션의 해외 진출은 단일 작품 중심의 ‘수출형 모델’에서 플랫폼 기반의 ‘확산형 모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2024~2025년 동안 빌리빌리와 텐센트비디오는 자사 IP를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 동시 공급하고, 해외 제작사와의 공동제작을 병행하며 문화적 ‘공명(resonance)’을 유도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일본의 ‘쿨재팬 전략’과 유사한 산업형 수출 방식이며, 글로벌 OTT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외교’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은 지금, ‘산업화된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전 세계 콘텐츠 산업에서 정체성과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책, 기술, 플랫폼, 소비문화가 맞물려 구축된 복합적인 산업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시사점

중국의 애니메이션 산업 전략은 한국 콘텐츠 기업에도 구조적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완성작 수출’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IP 공동개발, AI 기반 제작 파이프라인 설계, 굿즈경제 연계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진출이 요구된다. 둘째, 검열과 문화차이라는 진입장벽을 뛰어넘기 위한 ‘스토리 구조의 현지화’ 능력이 관건이 되고 있다. 셋째, 한국의 강점인 웹툰 기반 IP는 여전히 중국에서 유효한 진출 자산이지만, 그 실현 방식은 일본 제작을 통한 우회 방식을 포함해 유연하게 재구성되어야 한다.

중국 애니메이션의 부상은 단순한 문화 트렌드가 아니라 기술 주도 산업 전환의 징후이며, 향후 5년간 아시아 콘텐츠 질서의 재편을 이끄는 중심축 중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