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d Nation Insight②] 수도권 일극 체제 해체 – ‘5극 3특’ 구상의 정치경제학
균형발전은 지역개발이 아니라 권력의 구조 개편이다 수도권 집중은 자연현상이 아니다
[KtN 최기형기자] 수도권 인구 집중은 단지 인구 이동의 결과가 아니다. 제도적 유인과 정책적 결정의 산물이다. 수도권에 행정기관과 기업 본사가 몰리고, 교육·의료·문화 인프라가 집적되도록 허용한 국가 구조는 결과적으로 지방을 공급지로 전락시켰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인구는 전체의 51.5%를 초과했다. 청년층(20~39세)의 비중은 더 극단적이다. 수도권 집중은 사회적 선호가 아니라, 지방이 ‘살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된 결과다. 수도권 중심의 규제완화, 기업 유인, 국책사업 우선 배분은 지방의 기획력과 투자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왔다.
‘5극 3특’은 지역전략이 아니라 국가모델이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5극 3특’은 단순한 지역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체하고, 헌법적 재구조화를 전제로 한 국가 전체의 권력 재편 전략이다. 5극은 부울경·충청권·대경권·광주전남·강원권의 5개 초광역권, 3특은 제주·세종·인천 등 특별자치단위다.
이 구상의 핵심은 행정공동체가 아닌 ‘자치권 공유체’로서의 지역정부 구성이다. 즉, 물리적 개발이나 SOC 투자를 넘어, 입법·재정·인사 권한의 일정 부분을 초광역 단위에 직접 부여하고, 국무회의의 동등한 당사자로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단순한 ‘연합’이 아니라 헌법상 주권 분산의 단위로 상정하는 접근이다.
정치경제 구조의 전환 – 예산 아닌 권한의 문제
균형발전 정책은 종종 재정 배분의 문제로 축소된다. 그러나 ‘5극 3특’은 단순 예산 이전이 아닌, 구조 권한의 이전을 전제로 한다. 부울경 메가시티 모델은 광역 교통망과 산업기반 공동 설계 외에도, 대학·병원·공공기관 유치 및 입지계획 결정 권한을 시·도 단위에서 초광역 단위로 이전하는 과정을 추진 중이다.
세종특별자치시는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를 계기로 행정수도 논의를 재점화했고, 제주도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광·환경세 권한 강화를 위한 별도 재정자치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은 수도권임에도 특별자치역을 기반으로 독립적 재정운영권과 조세 자율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앙-지방 연계의 새로운 방식으로 '특별'의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초광역 단위, 헌법적 개편 없이는 지속 불가능
초광역 협약과 행정공동체 구상은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도 시도된 바 있다. 그러나 법적 지위와 재정 권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는 장기 지속이 어렵다. 이 구상을 안정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초광역 단위의 헌법 명시와 재정·입법·인사 권한의 분산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초광역 특별연합의 법제화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으나, ‘연합체의 자치권 명시’ 조항은 삭제된 상태다. 권한이 없는 연합체는 공동체가 아니라, 중간관리기구에 불과하다. 분권을 제도화하지 않는 균형발전은 수명 짧은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균형발전의 정치경제학 – 통합이 아닌 공존의 구조
‘5극 3특’은 수도권의 해체와 지방의 통합이라는 이중 구조를 전제하지 않는다. 각 지역이 고유한 주권 단위로 기능하고, 상호 협력과 경쟁을 통해 공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이 구상은 ‘통일국가 내 지역연방’과 유사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국가의 효율은 중앙집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 단위의 자율성과 책임에서 강화된다. 정치적으로는 국무회의 내 지역정부 당사자제, 경제적으로는 지역세 확대와 세율 자율성 확보, 행정적으로는 자치경찰·자치사법의 완결이 동시적으로 요구된다. 단순한 국가균형이 아니라, 구조적 공화국을 설계하는 접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