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d Nation Insight③] 지방정부의 조세 주권 – 지방세, '세금'이 아닌 '권한'이다
재정분권의 핵심은 세입의 양이 아니라 통제권의 주체다 재정 자립이 아니라 재정 통제권의 문제
[KtN 최기형기자]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24년 기준 34.7%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단순한 예산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중앙이 세금을 걷고 지방이 집행하는’ 체계로 고착된 현실을 반영한다. 지방정부는 자신이 조달하지 않은 재정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하며, 이는 실질적 자치의 한계를 드러낸다.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지방교부세, 지방양여금 등 명목상으로는 다양한 재정 항목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기준과 배분 공식을 따른다. 이는 행정주체로서의 권한이 아니라, 예산 수혜자에 가까운 위치에 지방정부를 머물게 한다.
조세 권한 없는 자치, 정치 없는 재정
헌법 제59조는 “조세는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법률 대부분이 중앙정부가 독점하는 국세를 전제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지방세법은 이름만 자치지만, 세목 구성, 세율 결정, 징수 절차 모두 기획재정부의 통제 아래 있다.
지방소득세는 종합소득세의 일부를 지방에 이전한 구조에 불과하며, 세율 조정이나 면세 기준 등에 대한 독립적 권한은 없다. 지방세의 자율성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에서는, 주민과의 재정적 사회계약 또한 성립되지 않는다. 조세는 단순한 재정이 아니라, 정치적 관계의 핵심이다.
지방세 구조 개편, 세입 규모 아닌 과세 자율이 우선
정책당국이 재정분권을 논의할 때 흔히 ‘지방세 비율 확대’를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단순히 비율을 높이는 방식은 중앙정부의 통제력을 유지한 채 숫자만 키우는 결과로 귀결된다. 진정한 분권은 과세 구조의 자율성과 조세 정책 결정 권한이 지방에 이양될 때 가능하다.
지방세 신설·폐지권, 세율 조정권, 징수·부과 방식에 대한 독자적 권한은 단지 재정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지역경제와 복지·노동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입법적 기반이다. 현재 지방세는 11개 세목으로 구성되며, 이 중 지방정부가 실질적으로 자율 운영할 수 있는 세목은 2개 미만이다.
재정 자율성의 실현은 조세 민주주의의 실현
조세는 권력의 기초다. 주민의 세금을 어떤 방식으로 걷고, 어디에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곧 정치의 출발점이다. 이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상태에서는, 지방자치는 정책 수행 주체일 수는 있어도, 정책 기획 주체가 될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지방세법 전면 개편’ 구상은 단순한 세수 이전을 넘어, 조세의 헌법상 권한으로의 위상 전환을 전제로 한다. 지역 기반 소득에 대한 독립적 과세권, 환경·관광세 등 지역 특화세 신설, 부동산세와 개발이익환수에 대한 지역 기준 도입은 모두 조세 주권의 확장과 연결된다.
국세·지방세의 병렬 구조에서, 분권형 세입 체계로
기획재정부는 2024년 기준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7:3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비율 게임일 뿐, 지방세의 본질적 통제권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의미가 없다. 장기적으로는 국세·지방세를 병렬적 구조가 아닌, 분권형 세입 체계로 재설계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세입 자율성을 확보해야만, 주민의 요구를 정책으로 변환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는 단지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지역 단위에서 성립되는 조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