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d Nation Insight④] 자치경찰과 자치사법 – 지역 치안도 민주주의다

자치분권의 마지막 조각, ‘치안’과 ‘사법’의 구조 재편 치안은 서비스가 아니라 권력이다

2025-06-27     최기형 기자
경기북부 자치경찰, ‘안전’을 넘어 ‘안심’으로… 실효성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 발굴 나서 /사진=경기도,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치안은 단지 공공서비스가 아니다. 법을 해석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권력의 집행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중앙이 모든 경찰력을 장악하고 있는 체제는, 자치분권을 표방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권력을 독점한 구조로 이어진다.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 중인 자치경찰제는 ‘이름뿐인 분권’에 머물러 있다. 실질적 수사권, 인사권, 예산 편성권 모두 경찰청과 행정안전부가 통제하며, 지방자치단체는 단지 ‘협의·조정’ 역할만 수행한다. 치안권의 주체가 중앙에 집중된 상태에서는 지역정책도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자치경찰제, 이대로는 ‘지역 치안 민주주의’ 어렵다

2021년 전면 시행된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자치경찰 이원화 모델을 기초로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실상 국가경찰의 하위 구조로 기능하고 있다. 광역단위에 설치된 자치경찰위원회는 독립된 수사조직이 아닌 행정 자문기구로, 수사권과 징계권, 예산 결정권은 여전히 중앙이 통제한다.

행정안전부가 지휘하고 경찰청이 승인하는 구조에서, 지역 실정에 맞춘 치안 정책은 실현되기 어렵다. 주민이 선출한 지방정부가 치안 계획을 수립해도, 실행은 국가의 판단에 좌우된다. 이는 결국, 치안 정책에서 시민의 통제력을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자치사법제, ‘완결형 분권’의 결정적 제도

치안의 자치화가 논의되고 있지만, 사법권 분산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사법 역시 권력 작동의 핵심이다. 중앙집중형 법원체계와 검찰 시스템은 지역의 법적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하며, 시민의 사법 접근권을 제한한다.

자치사법제는 지역 내 경미사건이나 주민 생활 관련 분쟁에 대해, 지역 단위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준사법 시스템을 포함한다. 이는 단지 법원의 분소 설치가 아니라, 생활사법의 지역화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지방판사제’나 ‘지역검찰단위’가 정착돼 있다.

중앙-지방 간 치안·사법 공존 구조 설계 필요

자치경찰제와 자치사법제는 중앙정부의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중앙-지방 간 권력의 재배분을 통해 민주주의의 심층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사건은 국가경찰과 국가사법 체계가 담당하되,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영역은 지방정부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광역지자체 단위의 경찰·검찰 권한 일부 이양, 지역생활사건 조정기구 신설, 자치법원의 단계적 도입 등을 중장기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분권의 행정적 완결이 아니라, 정치적 공화국으로서의 지방정부 완성을 지향하는 방식이다.

치안과 사법, 민주주의의 ‘현장’에서 작동해야

정치학에서 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은 시민이 경험하는 공공권력의 성격에 달려 있다고 본다. 치안과 사법이 시민의 일상과 유리되어 있는 한, 자치의 외형만으로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축할 수 없다. 권력은 현장에서 작동할 때만, 시민의 권리가 된다.

자치경찰과 자치사법은 자치단체가 진정한 의미의 ‘정부’로 기능하기 위한 마지막 조각이다. 권력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서 민주주의를 확장하기 위해, 치안과 사법의 분권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