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d Nation Insight⑥]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 행정의 분산인가 권한의 공유인가

분권 2.0 시대의 법제 – 단순 이양에서 제도 통합으로 특별법의 ‘한계’, 분권의 구조적 병목지대

2025-06-27     최기형 기자
이재명, 호남행 첫 현장 소통…재생에너지·지역 산업 직접 언급  사진=2025 06.25  이재명 유튜브 게시물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2004년 노무현 정부 시기 ‘행정수도 이전’의 후속 조치로 마련된 법률이다. 그러나 이후 20년간 이 법은 수도권-비수도권 간 격차 해소라는 당초 취지를 구현하지 못하고, ‘예산 배분의 명분’ 수준에서 정체돼 왔다. 법률 구조가 과거 중앙 중심의 하향식 정책 전달 체계를 전제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균형발전계획은 매 5년 단위의 국가계획으로 수립되지만, 지역의 참여권은 제한적이며, 중앙정부의 승인 구조가 유지된다. 지역이 스스로 기획하고, 집행하고, 조정하는 권한은 부재하며, 특별법은 지역발전의 주체로서 지방정부를 상정하지 않았다.

개정 방향은 ‘기능의 이양’ 아닌 ‘권한의 재설계’

이재명 정부는 ‘지방정부 중심 국가운영체계’ 전환을 목표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주요 방향은 중앙정부의 정책기획 기능 일부를 광역자치단체로 이양하고, ‘지방분권형 계획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기능 이양은 형식만 바뀐 중앙지시형 구조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 진정한 분권은 기능의 물리적 분산이 아니라, 기획과 재정, 평가와 피드백까지 자율성을 보장하는 권한의 공유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 이는 지방정부가 단순 집행 주체가 아니라, 국가정책의 공동 설계자로 참여하는 제도적 조건을 의미한다.

분권형 계획제도,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균형발전계획의 권역별 수립, 지역 자체 실행계획 도입, ‘지역균형발전기구’ 신설 등은 현재 개정안의 핵심 골자다. 특히 주목할 변화는 국가계획을 광역-기초단체와 공동으로 수립하는 절차적 제도화이다. 기존에는 중앙정부가 총괄하고, 지방은 의견만 제출하는 구조였지만, 개정안은 계획권의 공동책임체계를 도입한다.

또한, 기존의 예산 중심 지원체계는 성과기반 보조금 체계로 전환된다. 재정의 투입이 아니라 결과에 따른 보상 구조로, 지역의 책임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국가권한의 이양이 아니라, 책임을 공유하는 설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별법 개정, 정치 개헌의 ‘준비 단계’인가

법률 차원의 개정이지만, 그 의미는 헌법적이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실질적으로 행정권 구조의 재설계를 수반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헌법 내 지방정부 지위 규정과 권한 배분 조항 개헌의 전단계로 작동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 법 개정을 “분권형 헌정질서의 첫 걸음”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향후 헌법 개정 없이도 법률·제도적 수준에서 권한의 실질적 공유를 실현할 수 있도록 다층적인 입법을 병행할 계획이다. 자치입법권 보장법, 지방행정권한 전환법 등과 함께 분권 3법 체계로의 통합도 검토 중이다.

자치분권의 미래, 법률 아닌 ‘구조’로 재설계돼야 한다

단일 특별법 개정으로 지방분권이 완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법적 기반이 바뀌지 않으면 행정 권한도, 재정 구조도 변화하지 않는다. ‘권한’이 중앙에서 나오는 설계 구조를 해체하지 않는 한, 분권은 정책의 슬로건에 머물 뿐이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은 중앙집권을 단절하는 법적 시발점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치적 상상력과 제도적 인내가 필요하다. 법률은 도구일 뿐이며, 진정한 분권은 시민과 지방정부, 중앙정치가 공동으로 구축해야 할 ‘정치의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