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d Nation Insight⑦] 지방정부의 시대, 시장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정치는 분권되었는가, 아니면 집중되었는가 ‘자치단체장 중심 체제’는 과연 분권인가
[KtN 최기형기자]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30년간 가장 뚜렷한 변화 중 하나는 단체장 권한의 급속한 강화다. 지방의회와 비교할 때 단체장의 행정·재정·인사 권한은 압도적으로 크며, 시·도지사 혹은 시장·군수·구청장은 사실상 지방정부의 일인 권력자로 기능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모든 정책 결정의 중심이 되는 구조는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형성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방집중’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이 구조는 행정 효율성과 책임정치를 강화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지방의회 무력화, 내부 견제 기능 실종, 소수 엘리트 중심 결정구조 고착화라는 비판도 동시에 수반한다.
지방의회는 왜 무력화되고 있는가
지방의회는 헌법상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률로 기능이 규정된 기관이다. 그러나 그 법률이 실제로 보장하는 권한은 제한적이다. 예산 심의는 대부분 단체장의 제출안에 따라 통과되며, 조례 제정은 현실적으로 주민보다 단체장 측의 입법 추진에 종속돼 있다.
특히 광역단체일수록 의회 견제 기능은 더욱 약화되며, 단체장이 일방적으로 행정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지방정부의 시대’는 실질적으로 지방의회의 시대가 아니라, 단체장 중심 리더십이 주도하는 정치권력 재집중의 시대로 해석된다.
단체장의 정무 기능 강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근 들어 광역단체장은 단순한 행정 집행자가 아니라, 정책 기획자이자 정치적 리더로 인식되고 있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부산시장 등 주요 단체장은 자체 연구기관을 두고 자체 대선주자급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소정부’처럼 기능하면서, 단체장은 지역 내 대통령에 준하는 위상을 가진다.
이는 ‘지방정치의 고도화’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무 비서진 확대, 정치적 예산 편성, 공공기관 인사 전횡 등 민주적 통제 장치의 공백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치단체장이 지역정치의 중심으로 부상한 지금, 지방의회나 주민의 통제력은 제도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지방정치 리더십, 새로운 설계가 필요한 시점
지방정부는 권한의 주체가 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권한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단체장의 권한이 커질수록, 지방의회의 권한은 비례적으로 강화돼야 하며,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 통로 또한 제도화되어야 한다. 지금은 지방정부의 구조적 리더십을 다시 설계할 전환의 시기다.
의회의 전문성 강화,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대, 주민발의와 청원제도 실질화, 지방의회 내 상설 공론장 마련 등은 지방정치 권력의 수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단체장 중심 구조에서 지방정부 전체 구조로의 전환이 없다면, 지방분권은 특정인에게만 권력을 집중시키는 체제에 머무르게 된다.
분권의 완성은 ‘공유하는 권력’에 있다
지방정부 체제는 행정권의 분산을 넘어서, 정치권력의 공유를 위한 구조적 설계로 진화해야 한다. 단체장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견제와 참여를 통해 조정하는 ‘공유 권력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정부는 시민과 의회, 행정이 수평적으로 작동하는 정치 플랫폼이어야 한다. 권한이 중앙에서 지방으로만 이양되는 것이 아니라, 지방 내부에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분산되어야 진정한 분권의 시대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