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d Nation Insight⑨] 자치경찰제도, 치안의 지방화를 넘어 권력의 민주화를 향해
치안권은 행정의 일부인가, 권력 구조의 핵심인가 자치경찰제도의 도입은 분권의 이정표인가
[KtN 최기형기자] 2021년 시행된 자치경찰제도는 지방자치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제도 변화였다. 치안 영역이 중앙정부 경찰청 중심에서 지방정부 산하 자치경찰사무로 일부 이관되며, 행정 권력의 일부가 분권된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일원화·분리형 혼합모델’이라는 타협적 구조로 인해, 실질적 자율성 확보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치안사무의 기획은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나, 인사권과 예산은 여전히 국가경찰이 지닌다. 주민 생활과 직결된 치안서비스가 지역 실정에 맞게 설계되지 못하고, 중앙집권적 인사·예산 구조에 종속된 '절반짜리 분권'이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행정 사무인가, 실질 권력인가
치안은 단순한 행정 서비스가 아니라, 강제력과 정보력을 내포한 권력 작동의 영역이다. 특히 지역 내 범죄 대응, 사회질서 유지, 민원 갈등 조정 등은 지방정부의 통치성과 직결된다. 그러나 현재의 자치경찰은 사무만 지방으로 이관되고, 권력은 중앙에 남은 기형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실제 치안 현장에서 지방정부의 정책 기획력이 제한되며, 경찰 운영의 주도권이 사실상 국가경찰 조직에 계속 남는 결과를 낳고 있다. ‘자치경찰’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실질은 ‘지역배치 경찰’에 불과한 상황이다.
자치경찰과 사법분권, 통합적 구조 전환 필요
자치경찰이 진정한 지방 권력의 일부가 되려면, 사법권 구조와의 연결이 불가피하다. 현재 치안·검찰·법원 체계는 모두 중앙 집중 구조이며, 지역 차원의 권력 견제나 민주적 통제가 부재하다.
따라서 자치경찰제도는 지방검찰제 도입, 자치사법법원 설립 논의와 병행되어야 하며, 경찰–검찰–법원으로 이어지는 수사·기소·재판의 수직 통제 구조를 수평적·지역기반형으로 전환하는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이 구조 전환은 권한의 분산을 넘어서, 지방 내 권력 순환과 주민에 의한 통제를 제도화하는 ‘민주주의의 확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인사권 이양: 자치경찰 지휘부에 대한 임명권을 지방정부에 부여해야 함
재정 자율성 확보: 경찰 운영예산의 일정 비율을 지방세 기반으로 확보
주민참여형 통제 장치: 주민참여감사제, 지역경찰위원회 실질화 필요
광역형 치안 대응 모델 개발: 현행 광역자치단체 중심 자치경찰제를 특광역시·도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설계할 필요 있음
권력의 민주화는 치안의 민주화에서 출발한다
자치경찰제도는 단순한 사무 이전이 아니라, 권력의 새로운 배분 원리를 실험하는 제도적 장치다. 치안의 지방화는 곧 국가 권력의 민주적 분산이며, 자치분권의 실질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이 제도가 사무 위임에 그칠지, 진정한 지역권력 구조의 핵심이 될지는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능 이양이 아니라, 주권의 지리적 재배치와 민주주의의 구조적 확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