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um Tech Insight②] ‘양자 플랫폼’의 시대 – 연산은 이제 클라우드 위에서 이루어진다

하드웨어 중심 경쟁은 끝났다. 플랫폼 주도권을 가진 기업만이 산업화를 설계한다.

2025-06-27     박준식 기자
플랫폼은 기술을 산업화하는 방식이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양자컴퓨팅 산업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물리 큐비트의 집적이나 논리 큐비트 오류율 개선만으로는 산업화를 설명할 수 없다. IBM, AWS, Google, Quantinuum 등 글로벌 기술 기업은 이제 ‘양자 연산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쓰고 있다. 핵심은 물리적 구현이 아니라, 사용자가 접근 가능한 클라우드형 연산 구조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다.

플랫폼은 기술을 산업화하는 방식이다

2024년 이후 IBM은 ‘Quantum System Two’ 체제를 통해 모듈형 하드웨어, 고속 큐비트 연산, Qiskit 기반 소프트웨어 API를 하나의 통합 구조로 구성하고 있다. Quantum-as-a-Service(QaaS) 모델이 실제 연구와 산업연계에 적용되면서, IBM은 물리 큐비트 수보다 연산 환경의 품질과 확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AWS는 Braket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하드웨어 백엔드에 대한 연산 분산 구조를 제공하며, 기존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시스템과의 병렬 연산 기능을 실현하고 있다. 양자 하드웨어와 클라우드 인프라가 통합된 구조는 단순한 API 접근 수준을 넘어선다. 실제 양자 연산이 산업용 시뮬레이션, 물성 계산, 최적화 설계 등에 직접 연결되는 통로가 플랫폼 구조 위에서 구현되고 있다.

연산 구조가 산업을 바꾼다 – ‘Hybrid Stack’의 부상

플랫폼 전략의 본질은 ‘연산의 재설계’다. Google은 2024년 이후 Sycamore 2.0과 TensorFlow Quantum을 통합해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연산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Quantinuum은 InQuanto와 TKET을 연동하여 사용자 맞춤형 화학 시뮬레이션과 머신러닝 모델링이 가능한 API 생태계를 설계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클라우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다. 연산 구조 자체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사용자 정의 플랫폼으로 전환되며, 이는 곧 산업의 표준을 결정하는 권력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누가 더 많은 큐비트를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개발자와 API 사용자를 플랫폼에 묶어두는가’가 양자산업의 새로운 경쟁 기준이 되었다.

양자기술의 새로운 표준 – 개발 언어와 API

2025년 기준으로 IBM의 Qiskit, Google의 Cirq, AWS의 Braket SDK, Quantinuum의 TKET은 각각의 플랫폼에서 고유한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McKinsey는 「Quantum Technology Monitor 2025」에서 양자개발 언어의 플랫폼 종속성이 산업 진입 장벽을 높이는 동시에, 생태계 충성도를 높이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Qiskit은 학계와 공공 연구소를 중심으로 오픈소스 툴킷으로 자리 잡았고, Braket SDK는 산업용 시뮬레이션과 병렬 연산 API에서 높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언어는 기술의 문법이 아니라, 산업 플랫폼의 질서를 구성하는 규칙이다. 따라서 기술 역량의 경쟁은 이제 API 디자인, 사용자 문서, 개발자 커뮤니티의 규모와 지속성에 따라 재구성된다.

한국은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에 머물고 있다

한국 정부와 연구기관은 2025년 양자산업 예산을 통해 다수의 하드웨어 실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나, 플랫폼 전략은 부재한 상태다. IBM, AWS, Google 등이 추진하는 클라우드형 QaaS 생태계에 비해, 국내 플랫폼은 독자적인 API 구조나 개발자 생태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대, KIST, ETRI 등 일부 연구기관이 Qiskit 기반 교육과 실습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는 해외 플랫폼에 종속된 활용에 그친다.

산업적 자립을 위한 플랫폼 독립 전략, 국산 개발언어 구축,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연산 환경 설계 등은 아직 정책과 산업 전략의 범주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산업은 더 이상 장비가 아니다, 구조다

양자산업의 다음 무대는 플랫폼이다. 하드웨어는 플랫폼 내부의 일부일 뿐이며, 산업화의 핵심은 사용자를 묶는 구조다. IBM, AWS, Google은 이미 양자개발 생태계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통합하며, 소프트웨어-API-하드웨어 연계 구조를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큐비트 수나 칩 성능 중심의 실험 경쟁에 머물러 있으며, 기술의 산업화 구조 설계에서는 후발 주자의 위치에 있다.

양자기술은 단일 기술이 아니라 복합 구조다. 복합 구조는 플랫폼으로 구현된다. 플랫폼은 생태계를 만든다. 생태계는 산업을 재편한다. 한국 산업 전략의 전환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구현하는 구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