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Insight]‘뮤지엄 테라피: 칠(漆) 유어 소울’ 감각의 깊이로 들어가는 마음의 치유술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예술이 마음을 감싸는 공간으로 변모하다
[KtN 임민정기자] 2025년 6월 28일부터 8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전시 ‘뮤지엄 테라피: 칠(漆) 유어 소울’은 단순한 예술 감상의 차원을 넘어, 관람자 개인의 감정과 내면의 균형을 회복하는 공간 경험으로 기획되었다. 전통 칠(漆) 예술의 깊은 뿌리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다시 꺼내 들고, 그 위에 쉼, 생명, 순환, 감각이라는 주제를 얹었다.
전시는 사단법인 아시아태평양공동체, 와린디앤씨, 팔라스파트너스의 공동 주최·주관 아래 진행되며, 갤러리 문, 엘리홀딩스, 아트버디가 후원으로 참여했다. 치유의 키워드로서 '칠'을 다룬 이 기획은 공예와 디자인, 회화와 설치, 일러스트레이션까지 다양한 매체를 결합해, 몸이 아닌 마음을 대상으로 한 ‘미술관적 치료 공간’이라는 개념을 정교하게 구성해냈다.
칠의 물성에서 시작된 철학적 전환 — 공예, 예술, 감정의 경계를 넘다
전통 칠공예는 본래 가구나 생활용품의 장식적 마감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칠은 단지 장인의 기술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유기체로서 전면에 등장한다. 유가연 작가는 칠의 물성에 주목해 생명과 순환, 그리고 고요한 파동을 시각화했다. 그의 작업은 표면이 아닌 깊이를 이야기하며, 칠의 촉각성과 변화 가능성을 감각적으로 구현했다.
이선희 작가의 작품은 꽃과 몽환, 환영의 이미지들이 충돌하며 새로운 감정적 풍경을 형성한다. 환상의 차원에서 현실을 이탈하는 순간, 관람자는 감정의 은밀한 내면을 스스로 마주하게 된다. 김태린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은 칠을 단순한 전통 매체가 아닌, 감정과 경험의 미세한 결들을 담아내는 동시대의 언어로 전환한다. 이들의 작업은 칠의 표면 아래 숨어 있는 철학적 층위와 감정적 파장을 끌어올린다.
배우미 작가의 감각적 전개 — 팝 감성으로 치유를 말하다
한편, 배우미 작가의 섹션은 전시의 정서를 경쾌하게 흔든다. 익숙한 캐릭터를 활용해 팝 아트적 조형과 텍스트 기반의 메시지를 결합한 회화는, 관람객의 즉각적인 감정과 연결되며 ‘감각의 유희’를 제공한다.
작품 ‘This is not a snack’은 고전 애니메이션 속 위기 상황을 유쾌하게 패러디한다. 거대한 고양이 입속에서 탈출을 외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우리가 마주하는 위기의 순간들에 대한 재치 있는 은유로 읽힌다. “이건 스낵이 아니야!”라는 외침과 함께 부각된 레터링은 단순한 그래픽 요소를 넘어, 말과 이미지의 이중 구조를 통해 감정적 반응을 유도한다.
‘Morning birdsong’에서는 트위티의 해체적 구성이 돋보인다. “My life, blooming like a flower. A life like morning birdsong.”이라는 문장은 작가가 자신의 삶을 ‘아침의 새소리’처럼 생동하는 에너지로 상상하는 일종의 자전적 선언이다. 글로리아 캐릭터가 몰래 숨어 작품을 바라보는 설정은 작가 스스로 그림 속에 개입하고 있음을 암시하며, 예술가의 자아와 관람자의 시선을 교차시킨다.
전시 동선과 프로그램 — 감정의 리듬을 따라 걷는 공간
전시는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1·2전시실에서 진행되며, 전체 동선은 구조적으로 ‘개방성’과 ‘몰입’을 유도하도록 설계되었다. 전시장 입구는 밝고 유쾌한 그래픽과 텍스트로 꾸며졌고, 내부로 들어갈수록 점차 깊이 있고 내면적인 분위기로 전환된다. 이 감정의 점층적 구조는 치유라는 추상적 키워드를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주요 전략이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단순한 해설을 넘어서 ‘감정 해석자’로 기능한다. 매주 토·일요일 하루 2회(13시, 16시) 진행되는 특별 도슨트 세션은, 관람자에게 작품 속의 감정적 메시지를 함께 ‘읽어주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메일(museumtherapy@gmail.com)을 통한 사전 신청이 필요하며, 특히 가족 단위 방문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족 관람과 감각 교육 — 전체 관람가로 확장된 공공성
이번 전시는 전체 관람가로 운영되며, 어린이·청소년 대상 할인 정책 및 체험형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다. 칠이라는 재료의 감각적 특성과 조용한 전시장 분위기는, 아이들에게도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도슨트 프로그램 외에도 체험형 공간 일부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예술을 매개로 감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오픈형 동선과 이동식 관람 구조는 유모차, 휠체어 사용자에게도 불편함이 없도록 고려되었다.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은 최소 20인 이상 단체로 신청할 경우,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치유와 생명의 순환 — 예술이 말하는 내면의 시간
‘뮤지엄 테라피: 칠(漆) 유어 소울’은 단지 눈으로 보는 전시가 아니다. 작품을 매개로 자신과 마주하고, 감정을 다독이며, 내면의 물결을 정제해 나가는 감각적 경험이다. 칠이라는 전통적 재료는 그 물성 자체가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특성을 적극적으로 시각화하며, 우리가 마주하는 불안과 균열의 감정을 ‘예술의 시간’ 위에 놓고 사유하게 만든다.
예술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이 전시는 그 질문에 감각적으로,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는 방식으로 응답하고 있다.
전시명: 뮤지엄 테라피 : 칠(漆) 유어 소울
기간: 2025년 6월 28일(토) ~ 8월 10일(일)
운영 시간: 10:00 ~ 19:00 (입장 마감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1·2전시실
관람 요금: 성인 10,000원 / 청소년 8,000원 / 어린이 6,000원 / 단체 20% 할인
도슨트 프로그램: 매주 토·일요일 13시, 16시 (이메일 사전 신청)
주최/주관: 사단법인 아시아태평양공동체, 와린디앤씨, 팔라스파트너스
후원: 갤러리 문, 엘리홀딩스, 아트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