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Insight②] 기장군의 반격 – 국제도시 전략과 지역 브랜딩의 전환점
김운용컵이 보여준 '지방정부형 스포츠외교'의 가능성과 구조적 진화
[KtN 신명준기자] 2025년 7월 5일, 부산 기장실내체육관에 집결한 세계 50개국 5,000여 명의 태권도 선수단은 단순한 경기 참가자 집단이 아니다. 이들은 기장군이라는 지방도시가 국제무대에 투영되고 작동하는 하나의 구조적 전환 장면을 구성하고 있다.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의 개최는 기장군이 ‘지방정부 주도형 스포츠외교’ 모델을 실험하고 실행하는 결정적 계기다.
기장군은 부산시 광역행정의 변두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해양관광 자원과 문화시설, 스포츠 인프라를 복합적으로 내재한 지역이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부산시가 추진해온 ‘국제 플랫폼 회복 전략’의 핵심은, 단기 대형행사 유치가 아닌 지속 가능한 다층 국제행사의 분산 배치에 있다. 기장군은 그 전략의 첫 실행 거점으로 선택되었으며, 김운용컵은 그 구조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기장군, 단순 개최지가 아니라 ‘전략 공간’이 되다
김운용컵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위해 스포츠위원회, 국기원, 태권도협회, 기장군청 등 다층적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개막식 환영사에서 “기장군의 역량을 세계무대에서 검증받는 기회”라고 밝히며, 단순한 행정지원이 아닌 ‘도시 정체성의 재정의’ 차원에서 접근했음을 분명히 했다.
기장군은 행사 전부터 국내외 태권도 관계자, 문화기획 전문가, 통역단, K-POP 공연팀, 난타 연출진 등을 조직적으로 연계했다. 개막식 당일, 군악대 행진과 김운용시범단의 격파 시범, K-POP 그룹 V.V.S의 무대, 가수 허공의 공연은 단순한 오프닝을 넘어, 국제도시로서 기장군이 연출한 하나의 문화외교 장면이 되었다.
국내 다수 지자체가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고 있지만, 김운용컵의 기장 모델이 특별한 이유는 ‘경쟁·체험·공연·관광’이 하나의 통합된 스토리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지방정부가 단독으로 외교·산업·문화 기능을 복합적으로 설계하고, 국제 커뮤니케이션의 직접 주체가 된 사례로서 주목할 만하다.
스포츠는 기장군을 국제화했다
기장군은 이번 대회를 통해 ‘스포츠도시’에서 ‘문화외교형 국제도시’로 정체성을 전환하고 있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실내 체육관, 해양 관광 자원, 지역 특산물 기반 체험 콘텐츠, 통역 및 교통 인프라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면서 단순 대회 개최를 넘어선 지속 가능한 도시브랜딩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
실제로 기장군은 대회 기간 중 1일 평균 외래 방문객 수가 8,000명을 상회했으며, 관람과 숙박, 지역 특산물 구매 등으로 이어지는 소비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부산연구원 도시정책연구실이 분석한 2024년 스포츠문화행사 소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태권도 국제대회 1건당 지역 내 경제 파급효과는 약 24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기장군의 사례는 이 수치를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K-컬처 클러스터와 지역산업 생태계의 연결
기장군이 김운용컵을 통해 실험하고 있는 구조는 단순한 국제 이벤트 유치 전략이 아니다. 이는 문화, 체육, 관광, 산업을 연계한 복합 생태계의 구축이다. 대회 기간 동안 기장군은 태권도 체험관, 지역 한식 홍보관, 향토공예 마켓, 라이브 해설 부스를 운영하며 ‘머물고 소비하게 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 구조는 단기 관광 수요를 넘어, 태권도를 매개로 한 장기 문화소비 클러스터 형성의 기반이 된다. 특히 태권도 유소년 교육 프로그램, 국제 학생 교류 캠프, 지역 문화유산 체험 콘텐츠 개발 등은 기장군이 향후 추진할 K-컬처 교육관광 정책의 실증적 기반이 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부터 시행한 ‘지자체 기반 한류 복합축제 육성사업’과도 구조적으로 연계 가능한 이 모델은, 지방정부가 K-컬처의 주체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제도적으로 입증하는 선례로 기능한다.
지방정부 중심 국제행사의 가능성
김운용컵은 서울 중심의 국제행사 유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지방정부가 독립적 국제 교류 행사를 설계하고 주도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지역 브랜딩, 시민참여, 국제 네트워크 구축이 하나의 거버넌스 체계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향후 스포츠외교 정책 전반에도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2024년 제3차 스포츠외교 기본계획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 기반 국제 스포츠교류 플랫폼 확대’를 주요 정책 항목으로 제시했으며, 기장군의 김운용컵 모델은 이 계획의 선도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지방정부는 더 이상 중앙정부의 행정적 수혜자가 아니라, 국가 브랜드 형성의 독립적 주체로 기능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KtN 리포트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의 개최는 기장군이라는 지방도시가 스포츠외교, 지역산업, 문화브랜딩, 국제행정 전략의 주체로 전환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 유치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스스로 글로벌 거버넌스에 진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천적으로 입증한 장면이다.
향후 한국 정부는 국제행사 유치와 문화외교 전략의 구조적 재설계를 위해 지방정부 중심 플랫폼 정책을 확대하고, 기장군과 같은 실행형 모델을 국가 차원의 전략 자산으로 편입시킬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외교는 더 이상 국정 중심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기장군이 증명했듯, 한국형 K-컬처 외교는 이제 지방정부에서 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