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Insight③] 김운용컵은 무엇을 계승하는가 – 무형유산과 문화외교의 실천

태권도는 세계유산으로 진화하고, 김운용컵은 그 실험무대가 되었다

2025-07-06     신명준 기자
제8회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 [KtN 기획]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명준기자] 부산 기장에서 개최된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는 단순한 체육 행사를 넘어, 무형문화유산과 공공외교가 결합된 복합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고(故)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의 철학을 계승하고자 시작된 이 대회는 태권도를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재정의하고,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실천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전통 무예에서 스포츠로, 그리고 문화유산으로 진화한 태권도의 역사적 궤적은, 김운용컵이라는 국제대회를 통해 ‘정체성의 이중화’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태권도가 경기 규범을 기준으로 한 스포츠 정체성과, 정신성과 철학을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으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운용컵은 이 두 방향성을 모두 충족시키려는 시도이며, 동시에 태권도가 세계유산으로 생존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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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 선언을 넘어 구조로

2023년 11월, 대한민국 문화재청은 태권도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위한 ‘국가무형문화재 종목 재정비’와 ‘국제교류 프로그램 연계 실적 축적’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태권도를 문화유산으로 정식 등재하기 위한 사전 구조 정비에 해당하며, 실질적 추진의 핵심 조건은 세 가지다.

정기적인 국제 교류 활동 실적

문화적 전승 체계와 지역성 확보

시민·국제사회 인식 기반 형성

김운용컵은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국내 유일의 실천 무대다. 매년 50개국 이상이 참가하고, 품새·격파·시범 등의 전통 기법이 보존되며, 한국어 구령·국기례·예절 등 문화 요소가 경기와 결합된 구조는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의 실체 요건을 구성하고 있다.

특히 태권도 품새의 정형화된 기술과 예법은 유네스코 등재 기준 중 ‘문화의 비물질적 구조, 지속 가능성, 교육적 전승성’ 요건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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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컵, 유네스코 문화외교의 실증 플랫폼으로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단지 정부기관의 신청서 제출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제사회와의 연계 협업, 공공 외교적 설득, 문화적 교차 교류의 실증적 사례가 병행되어야 한다. 김운용컵은 이 조건을 실현하고 있는 ‘문화외교형 스포츠 행사’로서 구조적 강점을 지닌다.

2024년 2월, KOREA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추진단은 불가리아 왕실 칼리나 공주와 시메온 하산 왕자, 유네스코 친선대사 키틴 무뇨즈 등 국제 인사를 초청해 태권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외빈 접대가 아니라, ‘태권도가 세계문화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문화외교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김운용컵 조직위원회는 이와 같은 국제 인사와의 연계를 대회 운영 구조에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대회 현장에는 유네스코 연계 단체, 국제태권도연맹 인사, 재외 문화원 관계자 등이 공식적으로 참가해 ‘문화적 확산과 협력’의 실질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이는 김운용컵이 단지 국내 태권도인만을 위한 기념 행사가 아닌, 글로벌 문화외교의 실천 플랫폼이라는 점을 구조적으로 증명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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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과 진화의 경계에서 – 태권도의 정체성 논쟁

태권도가 무형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단순히 문화적 명예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전통성과 세계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구조적 긴장을 포함한다.

올림픽 스포츠로서의 태권도는 규칙과 채점, 속도와 기술의 진화를 요구한다. 반면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태권도는 ‘정신의 지속’과 ‘형식의 고정성’을 요구한다. 이 두 요구는 본질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

김운용컵은 이 경계 지점에서 두 정체성을 ‘병존 가능’한 구조로 구현하고 있다. 경기 규칙은 세계태권도연맹(WT) 규정을 따르되, 개막식·시범단 시연·문화공연 등을 통해 전통적 예법과 형식, 서사적 상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김운용시범단의 격파 시범과 국기례 구성, 한국어 구령 방식 등은 경기 외적 요소임에도 유산 보존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실천적 장치로 작동한다.

김운용 정신, 문화유산의 이름으로 이어지다

김운용컵은 고 김운용 전 총재의 유산을 기리는 상징을 넘어, 그의 철학을 ‘세계 문화 시스템’ 안에서 실천하는 구조적 기획이다. 김운용 총재는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으로 끌어올린 정치외교적 역량 외에도, 태권도를 한국 정신문화의 세계화 도구로 정의했던 문화적 전략가였다.

그의 철학은 단지 경기 중심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 규범으로서의 태권도’를 상정했다. 김운용컵은 그러한 철학을 경기장과 시민문화, 국제외교 장면에 동시에 녹여내는 실행 장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기원, 김운용스포츠위원회는 2026년까지 김운용컵을 중심으로 유네스코 등재용 국제 캠페인, 문화공연 해외 순회,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태권도 전승교육 자료 집대성 등의 정책을 기획 중이다. 이 전략은 태권도의 무형유산적 가치를 국제사회에 정식으로 등록하고, 동시에 K-컬처의 핵심 자산으로 제도화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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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리포트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는 태권도를 스포츠 종목으로서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확산할 수 있는 실증적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국제 경기 대회가 아니라, 유네스코 등재라는 세계 문화정치의 구조 안에서 작동하는 문화외교의 장이며, 대한민국이 문화자산을 제도화하는 전략적 실험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와 체육계는 김운용컵을 ‘세계무형유산 실현형 모델’로 규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다자 외교와 국제 협력, 교육 콘텐츠 개발을 통합하는 전략적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태권도는 이미 유산이 되었고, 김운용컵은 그것이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