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트렌드①] 잘파 세대는 왜 ‘크림’에 지갑을 여는가
패션 플랫폼, Z세대의 경제를 삼키다
[KtN 김상기기자] 2025년 상반기, 한국의 소비 시장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세대적 전환을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대를 주축으로 한 잘파(Zalpha) 세대가 있다. 잘파 세대는 Z세대 후반부와 알파세대 전반부의 접점을 공유하는 ‘디지털 원어민’ 세대이자, 정체성 표현을 위해 기꺼이 소비하는 세대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크림(KREAM)은 전체 결제금액 중 Z세대 비중이 56.2%에 달했으며, 전년 동기간 대비 30.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결제금액은 약 2.7배 증가, 546,372원을 기록했다. 단일 세대가 하나의 플랫폼 소비를 과반 이상 점유한 사례는 국내 유통 시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Z세대는 브랜드 자체보다 브랜드가 발신하는 ‘문화’와 ‘맥락’에 반응한다. 크림은 단순한 리셀 플랫폼이 아니다. 한정판 스니커즈, 스트리트 웨어, 아트 토이 등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통해 개인 정체성을 표현하고, ‘취향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디지털 쇼룸 역할을 한다. 플랫폼은 곧 사회적 관계망이고, 결제는 사회적 자아를 증명하는 행위로 작동한다.
쏘카(SOCAR)도 Z세대의 이런 소비 성향을 반영한 또 하나의 사례다. 와이즈앱리테일은 쏘카의 2025년 상반기 결제금액 중 Z세대 비율이 50.6%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소유보다 이용을 중시하는 가치관 속에서, 이동의 자유를 확보하되 경제적 효율성도 놓치지 않으려는 Z세대의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네이버페이, 쿠팡, 배달의민족, 삼성전자 등 대형 플랫폼들은 여전히 상위권에 머물고 있으나, Z세대 내부에서의 영향력은 점차 크림·쏘카 등 특화형 플랫폼에 밀리는 추세다. 대중성보다 맥락성, 편의보다 아이덴티티가 우선되는 소비 구조 속에서, 대형 플랫폼은 존재감은 있지만 감동은 없다.
Z세대의 소비는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정치적 행동에 가깝다. 브랜드 선택은 가치 선택이고, 결제는 신념의 발화다. 리셀 플랫폼, 공유 모빌리티, 디지털 콘텐츠 구독은 모두 Z세대의 생존 전략이자 표현 양식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가정책과 산업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재명 정부는 ‘청년 맞춤 디지털 일자리 창출’과 ‘지역 중심 창업 생태계 육성’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고 있으나, 현실의 플랫폼 생태계와의 접점을 구체화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크림과 같은 플랫폼은 단지 유통의 한 축이 아니라, 디지털 자산 유통의 모형이자 1인 경제 주체의 훈련장이기도 하다. 단기 아르바이트, 배송, 중고거래를 넘어, Z세대는 이제 ‘패션 자산가’로 성장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 같은 디지털 기반 비공식 경제를 포착할 수 있는 데이터 시스템과 제도 설계에 착수해야 한다.
동시에 플랫폼 격차는 세대 간 정보격차, 경제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Z세대 중심의 플랫폼 생태계를 육성하되, 타 세대와의 디지털 소비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적 연결고리를 마련해야 한다. 라이브커머스, 리셀 생태계, 창작자 중심 플랫폼 교육 등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크림은 단순한 앱이 아니라 Z세대 소비를 구조화한 ‘문화적 인터페이스’다. 와이즈앱리테일의 데이터는 그 움직임을 수치로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 리테일을 예측하려면, Z세대의 선택을 따라가야 한다. 다음 세대의 경제는, 지금 이 순간 앱에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