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트렌드③] X세대는 ‘수리’와 ‘교육’에 집중한다
실용의 경제학이 소비지도를 다시 그린다
[KtN 김상기기자] 2025년 상반기, 대한민국의 소비시장 한가운데에는 실용성과 책임의 이름으로 소비를 조직해내는 세대가 있다. 바로 X세대, 오늘날 40대~중후반을 중심으로 형성된 세대다. 이들은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 팬데믹 등을 온몸으로 겪으며 경제적 관성보다 ‘경제적 판단’으로 소비를 해온 집단이다.
X세대의 소비는 감각이 아니라 구조다. 와이즈앱리테일이 발표한 2025년 1월~5월 결제 데이터에 따르면, X세대는 여행·레저가 아닌 자동차 수리·가전서비스·자녀 교육 분야에서 가장 높은 소비 비중을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 정비 브랜드 ‘스피드메이트’는 X세대 결제금액 비율이 15.3%포인트 증가해, 전체 세대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X세대의 선택은 물리적 소비보다는 기존 자산을 보호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집중된다. 이는 전통적인 소비 트렌드가 아닌, 리스크 관리 중심의 지출 전략이다. 자동차를 바꾸기보다 고쳐 쓰고, 새 전자제품을 사기보다 기존 가전을 오래 쓰기 위한 유지보수에 투자한다.
삼성스토어와 LG전자서비스의 경우, X세대 결제금액 비율은 각각 6.1%, 4.9%포인트 상승했다. 와이즈앱리테일은 이를 두고 “X세대의 브랜드 신뢰와 제품 수명 연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한, 2025년 상반기 X세대가 가장 많이 결제한 분야 중 하나는 교육 서비스였다. 대교(48.6%), 메가스터디교육(46.8%), 웅진씽크빅(46.6%) 등 교육 관련 브랜드는 X세대 비중이 절반에 달했다. 이는 이 세대가 여전히 학령기 자녀를 둔 ‘부양의 책임세대’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X세대의 교육 소비는 단순한 사교육비 부담을 넘어, ‘미래를 위한 대리 투자’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자녀 교육에 지출하는 돈은 현재를 위한 지출이 아닌, 계층 유지 혹은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한 투자다. 다시 말해, 소비는 욕망이 아니라 생존의 전략이다.
이 같은 소비 행태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정부는 ‘중장년 디지털 역량 강화’와 ‘맞춤형 평생학습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가계 실속지원’과 ‘고령화 대응 스마트복지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책은 기술 교육 중심으로 편향돼 있으며, 실제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책설계는 미진한 편이다.
스피드메이트와 같은 생활밀착형 소비 브랜드에 대한 X세대의 결제 증가는 ‘기술 이전 세대’가 디지털 생태계 밖에서 소비를 조직해 나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는 X세대를 위한 ‘디지털 전환 정책’이 단순한 기기 활용 교육을 넘어서, 실질적 소비 혜택과 결합된 생활형 정책으로 구체화되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 수리비 지원, 에너지 고효율 가전 교체 보조금, 자녀 학습 콘텐츠 구독 지원 등의 방식이 X세대의 실질적 삶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무엇보다, X세대는 지금 대한민국 소비시장에서 ‘확장보다 유지’, ‘혁신보다 신뢰’를 선택하고 있는 유일한 세대다. 새로운 기술보다 검증된 브랜드, 과시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선호하는 이 세대는 소비시장의 중심에서 벗어난 듯 보이지만, 사실상 국가경제의 가장 안정적인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X세대의 소비는 조용하고, 실용적이며, 구조적이다. 와이즈앱리테일이 추적한 수치들은 그것이 단지 중산층의 습성이 아니라, 고도화된 생존 전략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대한민국 소비경제의 허리는 지금, 자동차 수리센터와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서 조용히 지갑을 열고 있다. 그것은 충동이 아닌 확신, 유행이 아닌 책임에서 비롯된 지출이다. 그리고 이 소비의 구조야말로, 정책이 응답해야 할 다음 질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