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포트2025②] ‘광장’이 열어젖힌 대만 OTT 시장의 한국 드라마 르네상스

2025-07-12     임우경 기자
배우 이준혁이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5년 6월, 대만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최상위권에 한국 드라마가 재진입했다. 1위에 오른 작품은 배우 소지섭 주연의 액션 드라마 <광장>이다. ‘한국형 복수극’이라는 오랜 서사 장르가 동아시아 OTT 플랫폼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차트 순위를 넘어, 콘텐츠 소비 양식과 문화적 기대의 변화를 의미한다.

<광장>은 6월 6일 공개 직후 하루 만에 대만 넷플릭스 TV 부문 3위에 진입했고, 이튿날 곧장 1위에 올랐다. 액션, 느와르, 가족 복수라는 고전 서사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복합장르에 능한 한국 드라마 특유의 몰입도 높은 구성으로 현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OTT 플랫폼 속 ‘복수극의 귀환’… <광장>의 감정 밀도에 시청자가 반응했다

대만의 주요 언론사 《NOWnews》는 6월 7일자 보도를 통해 <광장>을 “13년 만에 액션 장르에 복귀한 소지섭이 전직 조직원으로 분해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본격 복수극”이라 소개했다. 작품은 인기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원작의 서사와 캐릭터를 정밀하게 구현한 영상미로 콘텐츠 충성도를 높였다.

대만 내에서는 과거 <마이 네임>, <빈센조>와 같은 장르 드라마의 연장선에서 <광장>을 바라보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Tatler》는 “<광장>은 단순 오락물이 아닌 감정과 스타일을 동시에 설계한 고밀도 드라마”라고 평가했고, “군더더기 없는 7부작의 구성, 압축된 액션 서사, 고감도 촬영 방식이 한 번에 몰아보기를 유도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OTT 환경에 최적화된 한국 드라마의 내러티브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짧고 강한 이야기, 즉시 몰입 가능한 초반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동아시아 대중이 공유하는 ‘정의와 복수’의 정서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은 대만 시청자의 정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배우 소지섭이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소지섭’이라는 브랜드, 콘텐츠 이상으로 소비되는 배우의 힘

흥미로운 점은 <광장>의 흥행이 배우 소지섭 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NOWnews》는 드라마 방영과 동시에 소지섭의 결혼 생활과 과거 인터뷰 발언 등을 재조명하며,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배우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콘텐츠 성공이 곧 배우 브랜드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지는 구조이며, OTT 플랫폼에서의 성공이 배우의 글로벌 IP로 전환되는 방식과 맞물려 있다.

《Marieclaire》, 《ELLE》, 《Tatler》 등 대만의 주요 잡지들은 <광장>의 성공을 계기로 ‘소지섭 재발견’이라는 화두를 확장하고 있다. 팬덤은 ‘스토리’가 아닌 ‘인물’을 소비하고, OTT는 그 욕망을 구체화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이 같은 경향은 OTT 기반 콘텐츠 유통에서 K-드라마가 ‘스타 중심’ 서사로 다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전통 방송 포맷에서 강조되던 ‘캐스팅의 힘’이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방증한다.

<미지의 서울>, <당신의 맛>… ‘정서적 밀도’ 중심 콘텐츠의 성과

대만 넷플릭스 TV 부문 6위에는 <미지의 서울>, 8위에는 <당신의 맛>이 자리했다. 이 두 작품은 각각 아이돌 출신 배우 박진영, 그리고 가족·음식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정서적 드라마다.

<미지의 서울>은 갓세븐 박진영의 연기력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Marieclaire》는 6월 6일자 기사를 통해 “박진영은 아이돌 그룹의 막내에서 연기돌로 성장하며 성실성과 집중력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박진영은 군 복무 후 복귀작으로 해당 작품을 선택하며 ‘공백 없는 재도약’이라는 성공적 내러티브를 구축했다. 아이돌 팬덤과 OTT 드라마 소비층이 중첩되는 구조 속에서 박진영은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새로운 콘텐츠 IP로 부상하고 있다.

<당신의 맛>은 5월 12일 첫 공개 후 점진적으로 시청률을 높이며 6월 3일 3위에 오른 바 있다. 이후 순위가 다소 하락했지만, 콘텐츠 공개 이후 4주 이상 상위권에 머문 안정적 흐름은 가족 중심 드라마의 지속력을 보여주는 신호다. 음식, 관계, 감정이라는 전통적인 소재는 넷플릭스 알고리즘을 통해 ‘감성 코드’ 중심 시청자 군을 흡수한다. 작품 종영을 앞두고 있어 반등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배우 안길강이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잊어도 기억할게>… 한류 콘텐츠의 경쟁작은 이제 ‘대만 로컬 드라마’

<광장>이 넷플릭스 대만 부문 1위에 오르기 전, 장기간 1위를 지켜온 작품은 <잊어도 기억할게(Forget You Not)>였다. 이 드라마는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즉, 대만 시청자들은 감정의 깊이가 있는 서사에 반응하고 있으며, 이는 <당신의 맛>, <미지의 서울> 같은 한국 드라마가 현지 시장에 자연스럽게 안착할 수 있는 정서적 기반을 제공한다. 한류 콘텐츠가 ‘경쟁자’로 마주하는 것은 미국 블록버스터나 일본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이처럼 지역 로컬 콘텐츠의 감정적 밀도다.

이재명 정부의 OTT 콘텐츠 정책과 연결되는 대만 사례

2025년 들어 이재명 정부는 K-콘텐츠의 글로벌 OTT 시장 안착을 주요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형 넷플릭스 펀드’ 조성을 비롯해 K-OTT 콘텐츠 제작에 대한 해외 연계 지원을 강화 중이다.

대만 시장은 이러한 정책의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핵심 테스트베드로 분석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가 OTT 플랫폼에서 현지 콘텐츠와 경쟁하며, 배우 IP·스토리라인·문화코드의 정합성으로 승부하고 있는 상황은 향후 K-콘텐츠 수출 전략의 방향성을 예고한다.

특히 중화권 내 대만은 검열, 정치 규제, 언론 자유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지역으로,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서사와 표현을 실험할 수 있는 중요한 거점이다. 이는 향후 한국 제작사가 대만을 ‘테스트 마켓’으로 삼아 글로벌 콘텐츠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가치가 크다.

OTT, 서사의 질감과 배우의 감정이 승부수 되는 시대

2025년의 대만 OTT 차트는 단순한 유행의 목록이 아니다. 이는 한류 콘텐츠가 동아시아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어떠한 감정과 가치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밀한 문화 데이터다.

<광장>의 상승은 복수극이라는 전통적 장르의 귀환이자, 배우 소지섭이라는 스타의 재정의다. <미지의 서울>과 <당신의 맛>은 K-드라마가 어떻게 정서적 충실도를 높이며 넷플릭스 속 생존력을 확보하는지를 실증하는 사례다. 그리고 <잊어도 기억할게>와 같은 대만 로컬 드라마는 한국 콘텐츠에 중요한 경고이자 자극이 된다.

대만은 이제 K-드라마가 ‘수출’되는 장소가 아니라, ‘현지화’되고 ‘재해석’되는 지점이다. OTT 플랫폼에서 한국 드라마의 진짜 경쟁력은 서사의 질감과 배우의 감정에 달려 있다. 대만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머지않아 전 세계 시청자들 속으로 퍼져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