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포트2025③] 호주, 케이팝과 한국영화가 만드는 문화 공진의 현장

2025-07-11     임우경 기자
레드벨벳 시스템의 유산 위에 세운 감성 브랜드.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5년 5월의 호주는 더 이상 ‘K-콘텐츠의 변방’이 아니었다. 케이팝 음반 차트에서부터 아이튠즈 스트리밍, 박스오피스 극장가, 지역 공연장, 그리고 시드니 한복판 전시장까지—한국 문화는 현지 팬들과 커뮤니티 속에서 이미 일상적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호주는 이제 케이팝의 ‘해외 팬덤 거점’이자,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실험장이며, 문화 교류의 전진기지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한류의 다층적 확장은 단순한 인기 현상을 넘어, 지역 사회 속 공진(共振, resonance)의 형태로 진화 중이다.

음반·음원 모두 점령한 세븐틴… 아이돌과 밴드, 세대 넘는 차트 풍경

5월 31일 기준, 호주 아이튠즈의 K-POP 앨범 차트 1위는 ‘유아유(UAU)’의 첫 번째 EP <Playlist #You Are You>였다. 드림캐쳐의 세 멤버가 결성한 유닛 그룹 유아유는 앨범 발매 전 멜버른과 시드니에서의 공연을 통해 현지 팬들과 교감했고, 그 에너지가 음반 구매로 전이된 결과였다.

2위는 레드벨벳의 유닛 아이린&슬기의 두 번째 미니 앨범 <TILT>, 3위는 BTS 진의 솔로 앨범 <ECHO>가 차지했다. 4위에 오른 엔플라잉의 <Everlasting>은 밴드 음악에 대한 팬들의 지속적 관심을 반영하며, 5위부터는 BTS의 <Proof>, 스트레이 키즈, 라이즈,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등 아이돌과 밴드, 신인과 베테랑이 어우러진 독특한 차트 지형을 보여줬다.

아이튠즈 음원 차트에서는 세븐틴이 완벽히 독주했다. 1위 곡은 정규 5집 타이틀곡 <THUNDER>, 이어 <소용돌이>(10위), <April shower>(11위), 에스쿱스 솔로곡 <Jungle>(12위), <HBD>(15위)까지 총 다섯 곡이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 같은 세븐틴의 영향력은 단순한 팬덤 규모를 넘어선다. 일렉트로닉 팝, 발라드, 솔로 힙합 등 다채로운 장르를 아우르며, ‘한 그룹 안의 장르 다양성’이라는 K-POP 고유의 특성을 대표한다. 세븐틴은 데뷔 10주년을 맞아 팀워크와 개별 역량을 동시에 강조하는 ‘집단 퍼포먼스’ 모델의 정점을 증명하고 있다.

명불허전 싸이·BTS… 세대 간 K-POP 경험의 단단한 축

세븐틴의 선전에 뒤이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무려 13년이 지난 지금도 2위에 올라 있다. 이는 단순한 추억 소비가 아니라, K-POP의 정체성과 리듬이 호주 내에 얼마나 깊이 각인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BTS 진의 <Don't Say You Love Me>(6위), 제이홉의 <Sweet Dreams>(8위), 정국의 <Seven>(13위), 그리고 그룹곡 <Dynamite>(7위), <작은 것들을 위한 시>(9위) 등 BTS 멤버들의 솔로·단체 활동은 여전히 강력한 팬덤 지지를 바탕으로 꾸준한 스트리밍을 견인 중이다.

특히 BTS 진의 <ECHO>와 <Don't Say You Love Me>가 앨범·음원 양쪽 모두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며, K-POP이 산업적 기획을 넘어 ‘감정의 언어’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한국 영화, 소극장에서의 지속적 생명력… 그리고 제이홉의 박스오피스 14위

한국 영화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상영관 수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차트 진입에 성공했다. 하정우 감독의 <로비>는 누적 매출 8,131달러, 마동석 주연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2만 1,844달러, 유해진·강하늘 주연 <야당>은 3만 8,137달러를 기록했다. 10여 개 이내의 상영관에서 집계된 이 수치는 결코 작지 않다. 이는 현지 시네필들이 한국영화를 ‘전형적인 장르물’이 아닌 ‘감정과 메시지를 품은 드라마’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한편, 제이홉의 콘서트 실황 상영 <홉 온 더 스테이지 인 재팬>은 60개 상영관에서 단 3일 만에 4만 9,331달러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4위에 올랐다. 이는 ‘콘텐츠의 극장화’라는 새로운 유통 모델이 K-POP 산업 안에서도 실현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 실황 영상과 다큐멘터리 영화가 극장과 OTT를 넘나드는 복합 플랫폼 유통을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

공연의 물결… 지드래곤부터 코요태까지 현지 접점은 계속된다

2025년 하반기에도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호주 공연은 계속될 예정이다. 지드래곤은 8년 만에 호주를 찾는다. ‘위버멘쉬 월드투어(G-DRAGON 2025 WORLD TOUR Übermensch)’의 일환으로 7월 2·3일 시드니 쿠도스 뱅크 아레나, 7월 6일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공연하며,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이 매진돼 7월 7일 추가 공연까지 확정됐다.

8월에는 알앤비 아티스트 주니가 투어 일환으로 퍼스, 애들레이드, 브리즈번, 시드니, 멜버른 등 5개 도시를 순회하고, 90년대 아이콘 코요태도 8월 3일 시드니에서 공연을 개최한다.

공연 산업의 확장은 K-POP이 스트리밍을 넘어 ‘직접 체험의 문화’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팬들은 유튜브 댓글이나 온라인 팬싸인을 넘어서, 공연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진짜 연결을 갈망하고 있다.

지드래곤, 8.8억 기부·사이버트럭 등장…머스크 리트윗까지 '완벽한 신호' 사진=2025 06.17  갤럭시코퍼레이션 / 일론 머스크 엑스 갈무리 /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원의 전시와 교민 커뮤니티, ‘한류의 지속력’이 싹트는 공간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은 6월 13일부터 7월 18일까지 특별전시 <너처/네이처>를 개최 중이다. 이 전시는 한 입양 가정의 가족 서사를 기반으로, 이민자 정체성과 예술, 돌봄을 엮은 작품 50여 점을 소개한다. 드로잉, 사암 조각, 펄프 조형물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가족과 자연, 문화적 뿌리에 대한 사유를 끌어낸다.

이 전시는 ‘K-POP’이나 ‘K-드라마’로 대표되는 대중문화가 아닌, 공감과 성찰의 문화로서 한국을 경험하게 만든다. 호주의 다문화 사회 속에서 한국은 더 이상 타자의 문화가 아니다. 오히려, 다층적인 서사와 감성으로 현지 문화에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주체로 재구성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문화주권 전략, ‘지속가능한 한류 생태계’로 이어져야

이재명 정부는 올해부터 한류 콘텐츠의 산업화를 넘어, 문화주권의 강화를 문화정책의 핵심축으로 설정했다. 주한문화원 확대, 지역 기반 창작자 지원, 해외 공연장 확보 등 콘텐츠의 외연 확장뿐 아니라, 정체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외교 기반 마련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호주의 사례는 이 같은 정책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K-POP은 이제 호주의 10대뿐 아니라, 가족 단위, 성인 음악팬, 교민 사회 전반에 걸쳐 향유되고 있다. 영화는 소극장과 박스오피스를 넘나들며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고, 문화원은 미시적 서사로 문화다양성의 지층을 채운다.

이는 단기적 수출 성과가 아닌,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로서 한류를 기획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문화의 접점이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시대

2025년의 호주는 단순한 K-콘텐츠 소비국이 아니다. 이곳은 공연과 전시, 극장과 플랫폼, 팬덤과 교민 커뮤니티가 서로를 밀어올리는 ‘공진의 장소’다.

세븐틴의 노래가 차트 상단에 울려 퍼지고, 지드래곤의 퍼포먼스가 아레나를 진동시키며, 입양 가정의 전시가 정체성을 말하는 이 땅에서, 한국 문화는 기억되고, 호흡되고, 토착화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진짜 ‘지속가능한 한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