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산업③] ‘AI 칩 봉쇄’ 맞선 중국, 반도체 자립의 두 얼굴… 미국의 기술 통제는 어디까지

2025-07-13     박채빈 기자
 CES 2025에서 엔비디아는 차세대 GPU, AI 기술, 그리고 자율주행 및 로봇 개발을 위한 혁신적 플랫폼을 공개하며 미래 비전을 선보였다.  사진=NVIDIA 유튜브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채빈기자]엔비디아가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한 이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전략과 안보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와 이에 맞선 중국의 기술 자립 전략은 인공지능 반도체를 둘러싼 새로운 형태의 지정학을 형성하고 있다. AI 연산의 표준이 엔비디아 중심으로 고착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엔비디아의 GPU를 우회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10월 ‘CHIPS and Science Act(반도체과학법)’와 함께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 통제를 본격화했고, 2023년과 2024년 추가 제재를 통해 A100, H100 등 고성능 GPU의 중국 내 판매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2025년 들어서는 ‘성능-와트(P/W)’ 기준까지 도입하며, 성능이 일정 수준을 넘는 모든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 저성능 모델인 A800, H800, 최근의 H20 등을 별도로 개발했지만, 기술 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긴 어려운 구조다.

중국은 이에 맞서 ‘반도체 국산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은 2025년까지 AI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반도체 굴기 2.0’을 재가동했고, 화웨이와 SMIC를 중심으로 7nm 수준의 독자 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화웨이는 2023년 자체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통해 반도체 독립 가능성을 시사했고, SMIC는 미국 장비 없이 생산 가능한 공정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자립 전략에는 명확한 한계도 존재한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장비·소프트웨어·설계 툴 제재로 인해, 극자외선(EUV) 공정이나 고성능 설계 자동화 툴(EDA)의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이는 5nm 이하 선단 공정에서의 기술 격차를 지속시키는 요인이며, 중국이 AI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구조적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양적 확장과 내수 중심의 폐쇄형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조합하고 있다.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자사 AI 모델을 위한 독자 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차이나텔레콤 등 국유기업은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GPU 수입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다. 동시에 국영 펀드인 ‘빅펀드(대형반도체산업투자기금)’를 통해 수조 위안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 간 M&A를 촉진해 공급망 내재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기술 자립 시도를 예의주시하며, 통제 범위를 반도체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고성능 네트워크 장비 등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인공지능 연산력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해외 데이터센터의 미국 기술 기반 칩 사용도 규제할 수 있는 행정명령을 검토 중이다. 이는 하드웨어 중심의 봉쇄를 넘어, AI 생태계 전반의 기술 흐름을 통제하려는 시도이며, 사실상 ‘AI 냉전’ 체제를 고착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재명 정부는 미·중 기술 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외교의 중심축을 ‘균형’에 두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과의 전략적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내 공급망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이중 전략을 채택했다. 반도체 부품 및 소재의 국산화를 가속화하면서, AI 반도체 기술의 선도국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대만, 일본, 유럽과의 기술 동맹도 병행 추진 중이다.

엔비디아를 둘러싼 생태계가 글로벌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한 지금, 반도체는 더 이상 기술산업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외교 전략, 산업 주권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각국의 대응은 곧 산업 패권의 향방을 가늠하는 좌표로 기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