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웹툰③] 콘텐츠 국경을 넘다: 대만 웹툰의 해외 전략과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KtN 홍은희기자] 웹툰은 더 이상 특정 국가의 산업이 아니다. 국가 경계를 넘어 플랫폼과 장르가 이식되는 시대, 대만 웹툰은 ‘제조국’이 아닌 ‘기획국’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IP 단위의 확장 전략, 다국적 협업 모델, 문화정책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킹은 대만 콘텐츠 산업의 또 다른 실험실이 되고 있다.
시장 진출은 ‘쇼케이스’가 아니라 ‘플랫폼 이식’이다
2022년, 대만콘텐츠진흥원(TAICCA)은 ‘Taiwan Comic City’라는 온라인 허브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다국어 번역, 동영상 삽입, 정적 웹툰의 다감각화(시청각 접목)를 통해 외국 독자에게 감각적으로 접근했고, 약 50여 편의 대만 오리지널 작품을 유럽·동남아 플랫폼에 릴리즈했다.
이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국경을 넘는 사용자 경험’ 설계였다. 기존의 콘텐츠 수출이 수입국 플랫폼의 프레임에 작품을 적응시키는 방식이었다면, 대만은 자국 플랫폼을 현지 감각에 맞춰 재조립한 후 ‘직접 이식’하는 방식을 택했다.
합작이 구조를 만든다: 한·일 콘텐츠 기업과의 실험
2025년 4월, TAICCA는 한국의 CLB(Contents Lab. Blue Tokyo)와 협력해 제작한 <개를 되찾는 완벽한 방법>과 <C급 에스퍼의 비망록>을 CCC 웹툰, 북라이브, 픽코마 등 일본 주요 온라인 플랫폼 10곳에 동시 연재했다. 이 작품은 시나리오 기획부터 작화, 배급까지 모두 대만-한국-일본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플랫폼이 아닌 ‘작품 IP’ 단위로 제작된 최초의 삼국 합작 웹툰이다.
특히 <개를 되찾는 완벽한 방법>은 대만 신인 작가가 주도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픽코마에서 ‘주간 신규작 조회수 1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국과 일본의 스튜디오 시스템, 대만의 오리지널 콘셉트가 조화를 이룬 사례로 평가받는다.
확장은 페이지를 넘어선다: 웹툰 IP의 다중 진화
대만 웹툰 IP는 단순히 연재 콘텐츠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3년간 LINE WEBTOON 대만 플랫폼에서 영화·드라마화된 작품 수는 20편 이상이며, 그중 일부는 태국·홍콩·말레이시아에서 현지화된 영상물로 리메이크되었다.
대표적으로 <워더스요솨이거쉐장(我的室友帥哥學長)>은 2022년 태국 플랫폼에서 공개된 이후, 원작자 비스킷(餠乾)의 구독료 수익만으로 대만 내 원고료를 상회하는 수익을 거뒀다. 이 작품은 BL 장르 특유의 감정선과 로컬 정서를 섬세히 접목해, 동남아 시장에서 BL 웹드라마로 재구성되기도 했다.
이처럼 웹툰 IP의 다중 미디어화(Multi-Media Expansion)는 단지 콘텐츠의 확장이 아니라, 수익모델의 복수화이자 산업 생태계의 체질 전환을 의미한다.
TCCF, 국제 콘텐츠 교류의 허브로
TAICCA는 2020년부터 ‘TCCF(Taiwan Creative Content Fest)’를 운영하며 콘텐츠 쇼케이스와 국제 합작 미팅을 일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매년 20개국 이상, 300여 개 기업이 참가하고 있으며, 웹툰·드라마·VR·게임 등 콘텐츠 전 장르의 국제 피칭이 이뤄진다.
TCCF는 콘텐츠의 국제 유통 구조를 단발성 진출이 아닌 ‘거점형 협력망’으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대만의 신인 작가, 제작자, 기획자들은 이 페스트를 통해 한국·일본·유럽 배급사와 연결되고, 플랫폼 간의 ‘공동 큐레이션’ 체계가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배워야 할 것들
대만 오리지널 인기 웹툰의 절반 이상이 BL·LGBTQ+ 장르.
단순 수출이 아닌 정서적 코드의 로컬라이징이 요구됨.
해당 장르의 기획·스토리텔링 인재 확보가 필수.
LINE WEBTOON, CCC 웹툰은 대만 시장의 쌍두마차.
CCC는 정부 주도 플랫폼이자 실험적 창작이 허용된 공간.
플랫폼 직접 제휴 또는 공동 기획 방식이 바람직.
웹툰 IP의 영상화·굿즈화·전자책화까지 염두에 두는 구조.
대만 시장은 IP 발굴 초기 단계부터 타국 제작사와 연계 가능.
공동제작 초기단계에서 ‘작가와 스토리 개발’까지 직접 개입할 여지 존재.
대만 웹툰 산업은 더 이상 콘텐츠 수입의 소비자에 머물지 않는다. 정책, 플랫폼, 인력, 장르의 측면에서 대만은 문화 수출국으로서의 전략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있으며, 그 전략은 한·일 중심의 콘텐츠 패권 구조를 교란할 수 있는 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대만 웹툰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해외 진출이 아니라, ‘콘텐츠 미래 전략의 실험실’이 이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