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리포트⑥] 플랫폼 네이티브의 반란: HUNTR/X와 sombr, 음악 산업의 문법을 다시 쓰는 세대

2025-07-12     신미희 기자
GoldenHUNTR/X. 사진=빌보드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 2025년 7월 12일, 빌보드 핫100 차트에 이름을 올린 HUNTR/X와 sombr는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구조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다. HUNTR/X는 이번 주 ‘Golden’으로 23위, ‘How It's Done’으로 42위, ‘What It Sounds Like’으로 55위, ‘Takedown’으로 64위에 진입했다. sombr는 ‘Undressed’와 ‘Back To Friends’로 각각 33위, 34위에 올랐다. HUNTR/X와 sombr는 전통적인 음반 유통망이나 라디오 홍보 없이, 오직 플랫폼을 기반으로 청중과 직접 연결된 ‘플랫폼 네이티브 세대’의 대표 주자다.

HUNTR/X는 단일 아티스트가 아닌 크리에이티브 컬렉티브다. HUNTR/X는 작곡가, 영상 디렉터, 퍼포머, 프로듀서 등이 느슨하게 결합된 형태로 구성돼 있으며, 정체성 자체가 유동적이다. HUNTR/X는 특정한 사운드 장르나 정서에 국한되지 않고, 유튜브 쇼츠, TikTok, 디스코드 등을 중심으로 청중과 실시간 소통을 이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HUNTR/X는 이번 주 차트에 동시 진입한 4곡을 각기 다른 사운드 스타일로 구성했다. ‘Golden’은 신스 기반의 엠비언트 팝, ‘Takedown’은 트랩 요소가 가미된 하이퍼팝, ‘What It Sounds Like’는 미니멀 리듬의 다크팝, ‘How It’s Done’은 반복 기반 후렴형 팝이다. HUNTR/X는 매 곡마다 정체성과 음향을 바꿔가며, ‘하나의 스타일’이 아닌 ‘하나의 플랫폼’ 속에서의 적응력으로 승부하고 있다.

sombr는 미국 동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겸 제작자다. sombr는 신원이나 출신 배경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채, 사운드 클라우드와 밴드캠프를 통해 초기에 팬층을 형성했다. sombr는 ‘Undressed’와 ‘Back To Friends’ 두 곡 모두에서 로파이 감성을 바탕으로 정제된 감정 표현을 담아냈다. sombr는 특정 서사 구조를 따르기보다는 단편적인 정서, 짧은 문장, 반복 구절을 중심으로 음악을 구성하며, 이는 TikTok 기반 소비 구조에 최적화된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sombr는 앨범 단위의 전략보다 개별 곡의 순간적 감정 집중도를 중요시하며, 15초에서 30초 안에 청중의 이목을 끄는 기술을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검증해왔다.

HUNTR/X와 sombr는 모두 전통적인 아티스트 서사 구조를 거부하고 있다. HUNTR/X와 sombr는 대형 기획사, 전국 투어, 잡지 인터뷰, 오프라인 프로모션 등의 수순을 밟지 않는다. HUNTR/X와 sombr는 플랫폼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바이럴 유닛을 설계하며, 직접적으로 피드백을 분석하고 곡 구조에 반영한다. HUNTR/X와 sombr는 한 명의 ‘음악인’이 아닌, 콘텐츠 실험자이며 동시에 데이터 기반 전략가로 기능한다. 이들의 곡은 오디언스가 ‘듣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며, ‘소비’가 아닌 ‘유통’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HUNTR/X와 sombr는 자율성과 다변성, 유연성을 무기로 기존 대중음악의 계보를 해체하고 있다. HUNTR/X는 곡마다 다른 멤버 구성을 통해 음악 안에 커뮤니티의 감각을 이식한다. sombr는 개인의 서사를 통해 일상적 피로와 감정 소진을 공감 가능한 언어로 환기한다. HUNTR/X와 sombr는 대중성보다 접속성을 우선하고, 완결보다 파편성을 추구한다. 이는 Z세대 이후 청중의 콘텐츠 소비 습관과 정확히 맞물리며,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음악 산업은 현재 이중 구조 속에 놓여 있다. 하나는 전통적인 레이블 중심 산업 구조이고, 다른 하나는 플랫폼 네이티브 세대가 만들어낸 비공식적 창작·유통 생태계다. HUNTR/X와 sombr는 후자에 속하며, 그 생태계의 가장 빠른 진화형이다. HUNTR/X와 sombr는 신곡을 정식 발매 전에 TikTok 클립으로 공개하고, 사운드의 1초 단위를 기준으로 피드백을 수렴하며, 그 결과에 따라 전체 곡의 구조나 믹싱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들은 음반이 아닌 콘텐츠를 만들며, 청중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우선 대상으로 설정한다.

2025년 빌보드 핫100 차트에 다수의 곡을 올린 HUNTR/X와 sombr는 단지 새로운 이름이 아니다. HUNTR/X와 sombr는 산업 구조 전환기의 한복판에서 자신들의 방식을 시스템으로 증명하고 있다. HUNTR/X와 sombr는 ‘스타’라는 단어보다 ‘네트워크’라는 단어에 가깝다. 그들은 기획되지 않았고, 발굴되지 않았다. HUNTR/X와 sombr는 실시간 피드백과 반복된 실험, 그리고 플랫폼 중심의 전략적 사고를 통해 스스로 등장했다.

2025년의 음악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다. 2025년의 음악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참여 가능성이다. HUNTR/X와 sombr는 그 가능성의 문을 연 인물이다. 이들은 단순히 새로운 세대의 대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문법을 써내려가고 있는 창작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