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문화④] 힙합의 낙관성과 90년대 게임의 해학이 만나면: ‘WIND AND SEA x DE LA SOUL x PaRappa’ 협업 컬렉션이 말하는 것

장르의 경계를 넘은 디자인, 그러나 메시지는 어디에 있는가

2025-07-13     임우경 기자
WIND AND SEA Debuts Triple Collaboration with De La Soul and Parappa the Rapper. 사진=WIND AND SE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5년 7월 12일, 일본 도쿄와 오사카 매장 그리고 온라인 응모 추첨 방식을 통해 윈드 앤 씨(WIND AND SEA)가 새로운 삼자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협업에는 미국 힙합 그룹 디 라 소울(De La Soul), 그리고 1990년대 플레이스테이션 리듬 게임 파라파 더 래퍼(PaRappa the Rapper)가 참여했다. 윈드 앤 씨는 이번 협업이 “리듬, 평화, 창의성(Rhythm, Peace and Creativity)”을 주제로 삼았다고 밝혔으며, 이는 단순한 복고적 향수를 넘어 오늘날 패션 소비 구조와 문화적 기억의 재구성 방식을 점검하게 한다.

데이지(Daisy)와 눈동자: 시각적 기호의 재가공

협업의 시각적 중심은 단연 데이지 문양이다. 데이지는 디 라 소울의 철학이자 아젠다였던 ‘D.A.I.S.Y.’(Da Inner Sound, Y’all)를 상징하며, 파라파 더 래퍼 세계관에서는 주인공 파라파의 연인이자 플라워 캐릭터인 써니 퍼니(Sunny Funny)의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데이지는 재킷, 티셔츠, 양말, 액세서리에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기호와 패턴을 통해 브랜드 연합의 정체성을 시각화한다.

밀리터리풍 재킷 뒷면에는 눈동자와 함께 “DE LA SOUL”과 “PARAPPA THE RAPPER”라는 문구가 자수로 새겨져 있다. 이는 디 라 소울의 대표곡 ‘Eye Know’에서 따온 시각적 오마주이며, 컬렉션 전체가 해당 곡의 낙관적인 사랑의 메시지를 기반으로 설계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파라파가 등장했던 디 라 소울의 과거 뮤직비디오 <Say ‘I Gotta Believe!’>도 이번 협업의 배경으로 명시됐다.

WIND AND SEA Debuts Triple Collaboration with De La Soul and Parappa the Rapper. 사진=WIND AND SE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디자인은 메타포인가, 장식인가

디 라 소울은 힙합 음악이 거칠고 공격적이라는 편견을 유쾌한 상상력으로 돌파한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파라파 더 래퍼는 게임 디자인과 랩 리듬이 결합한 실험적 미디어였다. 윈드 앤 씨는 이번 협업을 통해 두 문화적 아이콘의 정서를 오늘날 패션이라는 매체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하지만 디자인은 단순한 연출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 반팔 티셔츠의 해학적 프린팅, 반바지에 부착된 복고풍 패치, 데이지 자수가 반복된 후디... 시각적 위트는 충분하지만, 그 정체성이 오늘날 사회에 어떤 문화적 해석을 제안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과거의 그래픽을 단지 소비 가능한 이미지로만 재현한다면, 협업의 진정성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Say I Gotta Believe!”는 누구를 위한 외침인가

디 라 소울과 파라파는 모두 대중 접근성이 강했던 콘텐츠다. 1989년 디 라 소울의 데뷔작 『3 Feet High and Rising』은 대중에게 새로운 힙합 감성을 전했고, 파라파 더 래퍼는 누구나 플레이 가능한 게임으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윈드 앤 씨의 협업 방식은 ‘희소성’에 의존하고 있다.

7월 12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온라인 판매는 응모 추첨제 방식이며, 일부 도쿄·오사카 매장에서만 일반 판매가 이뤄진다. 티셔츠 한 장은 약 75달러, 재킷은 280달러 이상이다. 정가 자체는 명품 브랜드 수준은 아니지만, 접근성과 배포 방식은 철저히 프리미엄 소비 구조를 따른다. 과연 이 방식이 힙합과 게임이 공유했던 ‘열림’의 감성과 부합하는지 질문이 필요하다.

WIND AND SEA Debuts Triple Collaboration with De La Soul and Parappa the Rapper. 사진=WIND AND SE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패션이 기념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가

디 라 소울의 ‘Eye Know’는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를 담았고, 파라파 더 래퍼의 시나리오는 용기와 유머, 자아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메시지를 옷에 새겨내는 작업은 분명 가능하다. 그러나 그 메시지가 지금-여기의 맥락과 만날 수 없다면, 협업은 단지 과거의 이미지 소비에 불과하다.

윈드 앤 씨는 데이지 문양, 눈동자 패턴, 게임적 타이포그래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는 모두 독창적인 시도이지만, 동시에 반복적인 브랜드 협업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복고의 아름다움은 단지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메시지를 현재로 끌어오는 데 있다. 이번 협업은 전자의 역할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WIND AND SEA Debuts Triple Collaboration with De La Soul and Parappa the Rapper. 사진=WIND AND SE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반복은 기억이지만, 질문은 아니다

윈드 앤 씨는 과감한 디자인 실험과 트리플 협업이라는 구성을 통해 하나의 시각적 축제를 구성했다. 그러나 그 축제는 추억과 상품 사이에서 어딘가 맴돌고 있다. 힙합은 언제나 자기 시대에 질문을 던지는 장르였다. 파라파 더 래퍼 역시 기묘하게 정치적인 게임이었다. 이 둘이 만난 이번 협업은 ‘질문’보다는 ‘기억’을 택했다.

디자인은 정교했고, 비주얼은 유쾌했지만, 그 너머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이번 협업은 또 하나의 예쁜 캡슐 컬렉션일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구의 문화였고, 누구의 메시지였으며, 지금 누구에게 말 걸고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