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써클차트 리포트⑤] 써클차트가 기록한 2025년 상반기… K-POP 시장은 다극화, 유통은 분화, 소비는 정서화
[KtN 홍은희기자] 2025년 상반기 대한민국 대중음악 시장은 단일 장르, 단일 플랫폼, 단일 팬덤 중심의 구조를 넘어서는 전환기에 도달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가 7월 11일 발표한 상반기 결산 자료는 그 구조적 변화를 정량적으로 증명한다. 써클차트가 집계한 글로벌K-pop차트, 디지털차트, 스트리밍차트, 다운로드차트, 앨범차트 등 5개 주요 부문에서는 각기 다른 아티스트가 정상을 차지했다. 2025년 상반기는 시장의 중심이 특정 플랫폼이나 장르에 고정되지 않고, 아티스트, 유통사, 소비자 심리, 정책적 구조가 복합적으로 얽힌 다층적 음악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글로벌K-pop차트 부문에서는 로제(ROSE)와 브루노 마스(Bruno Mars)가 협업한 ‘APT.’가 무려 36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협업이 K-POP 산업의 중심축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입증했다. ‘APT.’는 YG PLUS가 주도한 북미·유럽 지역 타깃 마케팅 전략과, 틱톡·쇼츠 등 짧은 영상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 확산 구조를 결합한 사례로, 유통 전략이 글로벌 시장을 어떻게 개입하고 재편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로제가 속한 YG엔터테인먼트와 HYBE 플랫폼 위버스, 브루노 마스의 현지 에이전시, 유통사 간의 교차 협력이 만들어낸 결과는 단순한 음원 흥행을 넘어 글로벌 음악 생태계에서의 K-POP의 주도권 가능성을 타진하는 계기가 됐다.
디지털차트와 스트리밍차트에서는 WOODZ(조승연)의 ‘Drowning’이 2023년 발매 이후 1년 만에 역주행 1위를 기록하며, 곡의 생명력을 좌우하는 기준이 발매 시점이 아니라 ‘정서적 도달 시점’이라는 인식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WOODZ(조승연)의 곡은 특정 방송이나 대형 플랫폼의 후광 없이, 사용자 주도의 콘텐츠 재생과 SNS 공유, 감정형 플레이리스트 기반 추천 구조에 의해 소비 확산이 촉진됐다. WOODZ(조승연)의 ‘Drowning’은 플랫폼 알고리즘이 감정에 반응하고, 감정이 소비를 이끌어내는 구조 속에서 ‘레퍼토리 중심 소비 시장’이라는 새로운 축을 형성한 결정적 사례다.
다운로드차트에서는 임영웅이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OST 동명곡으로 또 한 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임영웅은 2021년 이후 다운로드 부문에서 단 한 차례도 정상을 내준 적이 없는 유일한 아티스트다. 임영웅의 성공은 충성도 높은 중장년층 팬덤과 결합된 ‘소유 기반 디지털 소비 모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임영웅의 팬들은 스트리밍보다 다운로드를 선호하며, 동일 곡에 대한 반복 구매를 통해 물리적 소비에 가까운 디지털 구매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임영웅의 전략은 단순한 팬심에 의존하지 않고, 구매 인증 이벤트, 소극장 팬미팅 연계 다운로드 캠페인 등 팬과 음원의 상호작용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앨범차트에서는 세븐틴이 정규 5집 《HAPPY BURSTDAY》로 총 2,535,883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2025년 상반기 피지컬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세븐틴은 데뷔 10주년을 맞아 멤버별 솔로 트랙을 포함한 16곡 수록이라는 실험적 구성을 시도했고, 피지컬 앨범이 감정과 서사를 담는 매체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세븐틴은 공연 콘텐츠와 앨범 콘텐츠를 동일 콘셉트로 설계했으며, YG PLUS는 패키지 다변화, 랜덤 포토카드, 한정판 굿즈 등을 정교하게 배치해 구매자 간 재거래와 수집 경쟁을 유도하는 유통 전략을 전개했다. 세븐틴은 음악이 아니라 물성, 즉 앨범 자체를 소비하게 만드는 구조를 통해 피지컬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실증했다.
2025년 상반기 써클차트의 다중적 성과는 다섯 가지 구조적 흐름으로 정리된다. 첫째, 협업의 다국적화이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사례는 글로벌 아티스트 간 협업이 단순히 크레딧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통과 마케팅 단계까지 수평적으로 연결될 때 산업적 파급력이 배가된다는 점을 입증했다.
둘째, 콘텐츠 소비의 정서화이다. WOODZ(조승연)의 역주행은 사용자의 감정이 콘텐츠 순환을 지배하는 새로운 구조를 명확히 드러냈다. 발매 시점보다 개인의 감정 상태에 따라 곡이 재발견되고, 스트리밍이 ‘정서적 반응’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플랫폼 구조로 바뀌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산업적 전환이다.
셋째, 플랫폼의 세대 분화이다. 임영웅의 다운로드 독주는 소비자의 세대별 플랫폼 선호가 명확히 구분되는 현장을 보여준다. 10~20대는 숏폼과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30대 이상은 다운로드와 방송 중심 소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분화는 콘텐츠 기획, 유통, 마케팅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넷째, 피지컬의 매개체화이다. 세븐틴의 성과는 물리적 앨범이 단순 수집품을 넘어, 팬덤이 감정을 보관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매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앨범은 음원이 아니라 기념물이며, 콘텐츠가 아니라 증거물로 소비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다섯째, 정책과 유통의 접점 강화이다. 이재명 정부는 2024년 이후 ‘K-콘텐츠 유통 선진화 전략’을 추진하며 글로벌 유통 지원, 피지컬 물류 인프라 확장, 세대별 소비 플랫폼 다변화 정책 등을 병행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써클차트 상위권에 진입한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정책적 지원과 플랫폼 기반 유통 전략을 효과적으로 결합한 사례로 분석된다.
2025년 상반기 써클차트는 인기 순위의 데이터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역동성과 균열을 드러내는 해석 가능한 지표로 작동하고 있다. K-POP 산업은 이제 하나의 중심에서 설명되지 않는다. 산업은 협업, 감정, 세대, 물성, 정책이 교차하는 복합지대로 이행 중이며, 써클차트는 그 변화의 첫 번째 스냅샷을 기록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에 대한 실마리는 이미 상반기 데이터 속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