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茶변천사③] 청심대유와 황감종: 품종이 바꾼 차 산업의 운명

녹차로의 전환, 국제무역 변화, 그리고 품종의 생존 전략

2025-07-16     임우경 기자
청심대유 품종 / 사진=ⓒ원근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대만 차 산업은 20세기 중반, 전환기를 맞았다. 일제 강점기 이후, 대만은 국제 시장의 흐름에 따라 수출 전략을 수정해야 했고, 이에 따라 주력 생산 품목은 홍차에서 녹차로 전환되었다. 이 흐름을 대만 농업계는 ‘홍개록(紅改綠)’이라 불렀다. 북아프리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대만 정부와 차 업계는 대량 생산에 적합한 녹차 생산 기반을 구축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극명하게 엇갈린 운명을 맞이한 것이 두 품종, 청심대유(青心大有)와 황감종(黃柑種)이었다. 두 품종 모두 중국 복건성에서 유래한 소엽종이었지만, 산업적 선택과 시장 변화에 따라 생존 조건이 달라졌다.

청심대유는 일제 강점기 시절 공식 선발된 4대 명품종 중 하나로, 동방미인을 비롯한 고급 우롱차의 원료로 널리 사용되었다. 이 품종은 수명이 길고, 맛과 향이 풍부하며, 우롱차뿐 아니라 홍차와 녹차에도 활용 가능했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는 청심대유 품종을 원료로 만든 고급 센차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황감종은 생장 속도가 빠르고 병충해에 강해 대량 생산에 적합한 특성을 지닌 품종이었다. 수확량이 많고 생산성이 높다는 점에서 북아프리카 시장의 요구와 맞아떨어졌으며, 대만 녹차 산업 초기에는 각광받았다. 그러나 황감종은 5~6년마다 줄기와 가지를 잘라 새순을 받쳐야 하는 불편이 있었고, 청심대유에 비해 맛과 향의 복합성이 떨어졌다.

1950~60년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대만산 녹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대만 농가들은 황감종 중심의 녹차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황감종은 적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했으며, 단가 경쟁력도 높았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이후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자국산 녹차 생산을 장려하고 수입을 제한하면서, 대만 녹차 수출은 급속히 위축되었다.

대만 농가들은 다시 새로운 수출 시장을 모색해야 했다. 일본은 품질 중심의 소비 성향을 지닌 국가였고, 센차 수요가 높았다. 일본 시장에서는 단가보다는 품질, 향미, 외형의 세밀함이 중요시되었고, 이에 따라 청심대유 품종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일본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농촌 노동력이 부족해졌고, 수요를 외부로부터 조달해야 했다. 대만은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 청심대유로 만든 고급 센차를 수출했고, 일본 소비자들은 이 차를 고급 녹차로 받아들였다.

1970년대, 청심대유는 단지 고급 차 품종의 대명사로서 기능한 것이 아니라, 대만 차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대표하는 품종으로 자리잡는다. 반면 황감종은 북아프리카 시장 붕괴와 일본 시장의 고급화 경향 속에서 점차 외면받았다. 일부 차 가공 공장은 청심대유와 황감종을 분리하여 가격 차등을 두었으며, 농가 단가도 극심한 격차를 보였다. 1974년 《차심(茶訊)》 잡지에 실린 “황감종의 운명” 기사는 이러한 품종 간 격차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당시 황감종 농가들은 점차 재배를 포기하거나, 다른 작물로 전환해야 했다. 품종 경쟁력이 곧 경제 생존을 결정짓는 시기였다. 이에 따라 대만 농업기술연구소와 일부 차 회사는 품종 개량에 착수했다. 청심대유는 그대로 고급 차 품종으로 유지되었고, 황감종은 개량종의 모본으로 활용되었다.

황감종에서 출발한 대차10호(台茶10號), 타이농983호(台農983號) 등 개량 품종은 녹차, 홍차, 우롱차 모두에 대응 가능한 다기능 품종으로 확산되었다. 대차10호는 병충해 저항성과 높은 수확량, 그리고 품질 유지력을 갖춰 1980년대 이후 주요 산지에 널리 보급되었다. 이 과정에서 품종 간 운명은 다시 한번 교차한다. 청심대유는 고급 시장에서, 대차10호는 대중 시장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었다.

품종의 선택은 단순한 농업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무역 구조와 소비자 문화, 지역 경제의 방향성과 깊이 연계된다. 대만 차 산업은 품종 전환의 역사 속에서 ‘기후’, ‘시장’, ‘문화’라는 세 가지 외부 조건과 ‘농가의 기술’, ‘국가의 정책’, ‘산업의 전략’이라는 내부 조건이 어떻게 맞물려야 지속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오늘날 대만의 주요 차 품종 분포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만든 ‘산업의 지도’다. 청심대유는 고산 우롱차의 원료로서 여전히 중심에 있고, 황감종은 기억에서 점차 사라졌지만 개량종으로 그 유전자는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품종의 흥망은 단순한 농사 문제를 넘어서, 차 산업 전체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중요한 역사적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