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기획②] 감각의 구조로서의 작업

[사막에서 피어난 감각] 허은선의 예술과 존재 탐색 시리즈 가제(假題)「SILENCE IN THE DUST」

2025-07-15     박준식 기자
[사막에서 피어난 감각] 허은선의 예술과 존재 탐색 시리즈. 사진=허은선(HUH EUN SU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허은선은 사막에서 흔적을 따라갔다. 흐르는 색, 떨리는 빛, 가라앉는 고요—그 모든 것이 감각의 구조가 되었고, 회화는 더 이상 평면이 아닌 존재의 지형이 되었다.

예술은 대상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 대상을 감각하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허은선 작가는 사막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바로 이 ‘감각의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이번 체류에서 경험한 극도의 침묵과 고요, 극단적인 온도와 모래의 질감은 그녀의 작업을 단순한 표현이 아닌 존재의 구축 방식으로 확장시켰다.

[사막에서 피어난 감각] 허은선의 예술과 존재 탐색 시리즈. 사진=허은선(HUH EUN SU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회화는 감각의 밀도로 존재한다

사막은 모든 소리를 지운다. 하지만 허은선에게 그 침묵은 공백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이 들리는 순간이었다. 낮에는 빛이 바닥을 핥고, 밤에는 바람이 천막을 흔든다. 모래는 손가락 끝을 스치며 기억을 흡수하고, 시야는 수평선에 고정된 채 감정의 흐름을 따라간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허은선은 회화를 더 이상 ‘형상’을 담는 그릇이 아닌 ‘감각이 생성되는 공간’으로 다시 정의했다. 그녀의 화면 위에서는 색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금박이 미세하게 떨리며 부유한다. 각 층은 단단하게 고정되지 않고, 서로를 침투하며 균형을 흔든다. 감정은 이미지가 아니라, 구조 그 자체로 나타난다.

[사막에서 피어난 감각] 허은선의 예술과 존재 탐색 시리즈. 사진=허은선(HUH EUN SU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구성된다

사막의 모래는 늘 새로운 흔적을 만들어낸다. 걸음을 멈추면 자국이 남고, 바람이 지나면 그것은 덮이지만 지워지지는 않는다. 허은선은 이 '지워지지 않음'에 주목한다. 감각은 소멸하지 않고, 비물질적인 구조로 남는다. 회화는 그 구조를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장치가 된다.

그녀는 흔적을 쌓는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안료, 반복적으로 흐르는 블루 계열의 층, 금박이 덧입혀진 파편적 흔적들. 이 모든 요소는 일종의 ‘감각 지도’로 작동한다. 관람자는 그것을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더듬게’ 된다. 눈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감각하는 회화—허은선은 바로 그 지점을 탐구하고 있다.

[사막에서 피어난 감각] 허은선의 예술과 존재 탐색 시리즈. 사진=허은선(HUH EUN SU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평면을 해체하는 공간적 회화

허은선은 이번 작업에서 전통적인 캔버스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사막에서 수집한 천 조각, 바람에 날리던 천막의 일부, 모래의 입자 구조 등을 작품의 재료로 도입하고 있다. 회화는 평면을 떠나, 빛과 그림자, 공기 흐름을 함께 담아내는 설치 구조로 확장된다.

그녀는 이 작업을 ‘감각의 구조물’이라 부른다. 침묵은 천장에, 흐름은 바닥에, 흔적은 공기 중에 떠 있다. 이는 단순한 다매체적 접근이 아니라, 감각 그 자체를 건축하는 시도다.

작업 제목인 「SILENCE IN THE DUST」(가제)는 이러한 감각적 사유의 총체를 상징한다. 모래 위에 쌓인 침묵, 그 속에 머무는 감정, 사라지지 않는 흔적—이 모든 것을 허은선은 철저히 감각의 언어로 번역하고 있다.

[사막에서 피어난 감각] 허은선의 예술과 존재 탐색 시리즈. 사진=허은선(HUH EUN SU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감각은 기억의 장소가 된다

허은선의 작업은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기억하게 만든다. 감정은 언어로 남지 않고, 색의 흐름과 재료의 질감으로 남는다. 관람자는 그것을 해석하지 않고, 단지 ‘느끼게’ 된다. 이는 예술을 소통의 도구로 삼는 것이 아니라, 감각의 지형으로 삼으려는 시도다.

그녀는 파리에서, 서울에서, 몽블랑과 사막에서 ‘침묵’을 감각해왔고, 그 침묵을 기억의 밀도로 변환하고 있다. 지금 이 작업은 그 집약적 응답이자, 비물질적 구조를 통해 존재를 감각적으로 구성하는 K-Art의 새로운 문법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