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술은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조직이 자기 자신을 해석할 준비가 되었을 때만, AI는 질문이 된다

2025-07-17     임우경 기자
HR은 더 이상 ‘적합한 사람’을 찾는 절차가 아니다. HR은 ‘우리 조직은 누구를 적합하다고 정의하고 있는가’를 성찰하는 구조다.  /사진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한 명의 사람을 채용하는 일은, 조직 전체의 무의식을 드러내는 가장 투명한 순간이다. 조직은 늘 묻는다. “누가 우리와 맞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지만, 실은 그 질문의 저변에는 “우리는 어떤 사람과 일할 수 없는가?”, “우리가 공정하다고 믿는 기준은 과연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가?”라는 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HR은 더 이상 ‘적합한 사람’을 찾는 절차가 아니다. HR은 ‘우리 조직은 누구를 적합하다고 정의하고 있는가’를 성찰하는 구조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 HR테크는 이 질문의 구조를 근본부터 흔들어 놓는다. 기술은 분석하고, 점수를 매기고, 패턴을 읽어내지만, 그 모든 데이터는 결과에 불과하다. 조직은 그 결과를 마주하고, 스스로를 해석해야 한다. 기술은 질문이 아니다. 질문은 언제나 조직의 몫이다.

AI는 사람의 언어를 읽지 않는다…사람의 ‘행동’을 읽는다

㈜신나는세상이 개발한 ‘Mind Chaser’는 기존 HR 평가 방식과 철저히 단절된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정답과 오답, 스펙과 경력, 수치화된 MBTI나 성향 지표로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 Mind Chaser는 사람이 질문에 반응하는 방식—침묵의 길이, 목소리의 떨림, 회피의 시선, 반복되는 어휘, 과장된 반응—이 모든 ‘비언어적’ 요소를 데이터로 전환한다.

여기에서 기술의 핵심은 ‘정답을 맞히는가’가 아니라, ‘질문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다. 한 사람의 리듬과 망설임, 주저함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조직적 맥락을 해석할 수 있는 좌표가 된다. 따라서 이 기술은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도구가 아니라, 조직이 특정 성향과 어떤 구조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해석 장치다.

HR은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질문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많은 기업이 HR테크를 도입하면서 공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기대한다. 그러나 이 두 가치는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해석의 태도에 달려 있다. 공정성은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때 가능하다. 효율성은 반복되는 실패의 비용을 줄이는 구조가 설계될 때 확보된다.

Mind Chaser는 그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좋다/나쁘다’로 나누지 않는다. 이 시스템은 특정 성향이 ‘이 팀에서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를 질문한다. 한 개인의 내향성은 A팀에서는 갈등을 유발할 수 있고, B팀에서는 결정적 조화의 축이 될 수도 있다. 같은 수치가 조직에 따라 전혀 다른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기술은 판단을 내리는 도구가 아니다. 기술은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질문의 구조를 제시할 뿐이다.

기술은 조직의 ‘무의식’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기술은 냉정하다. 기술은 감정을 해석하지 않는다. 기술은 회피와 과잉 반응, 주저함 같은 행동의 미세한 흔적을 기록하고, 이를 패턴화한다. 감정의 결을 언어화하지 않지만, 감정이 조직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수치로 드러낸다.

Mind Chaser는 팀장과의 갈등 가능성, 리더십에 대한 내면 저항, 조직문화에 대한 이질감 등을 정량화된 지표로 보여준다. 이 수치는 겉으로 보기엔 결격 사유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떤 조직에선 전환점이 되고, 구조 혁신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문제는 기술이 얼마나 정교한가가 아니라, 조직이 그 기술을 통해 스스로를 얼마나 깊이 해석할 수 있는가다.

조직이 이 데이터를 해석할 수 없다면, 기술은 아무 의미도 없다. 수치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조직의 수준을 반영한다. 데이터는 거울이고, 해석은 철학이다.

HR은 직관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한국의 많은 조직이 여전히 직관에 기반한 HR을 고수하고 있다. 팀장 또는 임원의 개인적 호감, 인터뷰 분위기, 경험에 의한 판단 등은 익숙하면서도 위험한 방식이다. 이는 공정성의 문제이자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기술은 직관을 대체하지 않는다. 기술은 직관을 검증 가능하게 만든다. 해석의 기준을 조직 밖에서 가져오지 않고, 조직 내부의 구조에서 도출하게 만든다. 조직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배제하며, 어떤 다양성을 수용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게 한다. 그러므로 HR테크는 단지 평가의 도구가 아니라, 조직의 ‘무의식’을 구조화하는 언어다.

정책과 산업은 이제 기술보다 질문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2025년 국가디지털전략 보고서를 통해 “AI 기반 채용 시스템 도입 시, 데이터 해석에 대한 공적 윤리 기준을 먼저 확립할 것”이라 밝혔다. 이는 기술의 속도를 추종하지 않고,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철학을 구축하겠다는 선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사람을 판단하는 기술’에서 ‘조직을 해석하는 기술’로 중심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HireVue, 핀란드의 The Science of People 등도 인터뷰 데이터를 단순 점수화하지 않고, 조직문화와의 조응을 분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 역시 Mind Chaser와 같은 기술을 도입하면서, 조직 전략 전반을 재정의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단순 채용 도구가 아니라, 문화와 구조, 리더십, 철학까지 진단할 수 있는 인프라로서의 기술이 필요한 시대다.

조직의 미래는 ‘무엇을 물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지속 가능한 조직은 기술로 유지되지 않는다. 지속 가능성은 언제나 ‘질문’에서 출발한다. “왜 우리는 실패를 반복하는가?”,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있는가?”, “그 기준은 미래에도 유효한가?”—이 질문에 제대로 응답할 수 있어야, 기술은 비로소 전략이 된다.

AI는 단 한 번도 사람을 대신해 판단한 적이 없다. AI는 항상 데이터를 제시할 뿐이며, 판단은 조직의 구조와 철학에 의해 이루어진다. Mind Chaser는 말한다. “데이터로 답을 유도하라.” 그러나 답을 내리는 것은 조직이다.

기술을 수용하는 이유는 효율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기 위해서다. 기술은 질문의 구조를 정교하게 만들고, 그 질문에 응답하는 조직의 태도야말로 미래를 결정짓는다.

AI가 판단하는 시대가 아니다. AI가 조직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대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 설 준비가 된 조직만이, 기술의 시대를 통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