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보고서 리포트②] 윤석열정부 3년, 검찰정치는 어떻게 수사통치로 작동했는가
[KtN 정석헌기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2025년 7월 14일 발표한 「윤석열정부 3년 2022-2025 검찰⁺보고서 종합판」은 ‘검사의 나라’라는 상징적 표현 아래 검찰이 국가 운영 전반을 장악한 실체를 추적한다. 이번 보고서는 단순한 수사 통계나 사건 기록이 아니다. 수사라는 법적 행위를 권력 수단으로 변질시킨 윤석열정부의 통치 메커니즘을 실증적으로 해부한 구조 분석서다.
홍익대학교 법학과 오병두 교수는 ‘윤석열정부 검찰 수사 종합평가’에서 50건의 주요 수사 사례를 분석하며 수사권 남용과 정치적 편향성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다. 오병두 교수는 윤석열정부 검찰수사의 양 축을 ‘과잉 수사’와 ‘과소 수사’로 명명했다. 문재인정부 고위 인사와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를 향한 수사는 초고속 진행되었고, 반면 윤석열 대통령 본인과 김건희 여사를 포함한 권력 내부를 향한 수사는 지연되거나 사실상 중단되었다. 이 두 방식의 공존이야말로 윤석열정부 수사정치의 본질이라는 분석이다.
오병두 교수는 대표적인 과잉 수사 사례로 문재인정부의 통계조작 의혹 사건과 서해 피격 사건, 사드 관련 기밀 유출 사건 등을 꼽았다. 이들 사건은 모두 정권 퇴임 이후 검찰이 주도적으로 개시한 역추적 수사이며, 상당수가 감사원의 수사의뢰나 정보제공을 통해 착수된 정황을 갖는다. 보고서는 이 점에서 ‘검찰-감사원 협작 체제’라는 새로운 수사-통치 모델의 등장을 지적한다. 수사기관이 행정기관과 결합해 정치적 목적을 수행하는 방식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도 보기 드물었던 장면이다.
보고서는 과잉 수사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과소 수사를 지목한다. 2021년부터 제기되어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의 특혜 의혹, 양평 공흥지구 관련 특혜 의혹 등은 공통적으로 수사 착수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실질적 수사는 지지부진하거나 사실상 종결되었다. 참여연대는 이를 ‘사건 암장’이라 표현하며, 검찰권의 핵심이 수사 개시가 아닌 사건 은폐로 이동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언론 통제 수사 사례로는 2023년 ‘뉴스타파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수사’가 보고서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뉴스타파는 대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을 보도했고, 이후 해당 보도가 ‘허위사실’이라는 이유로 검찰은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며 피의사실 유출, 통신기록 수집, 전자정보 장기보관 등을 일삼았다. 이 사건은 검찰이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명예훼손’이라는 비교적 경미한 비형사 범주를 무기로 공권력을 남용한 전형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이 사건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사례라고 지적한다. 형사소송법상 명예훼손 사건은 원칙적으로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가능하며, 공적 인물인 대통령의 경우 고소권 행사에 법적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의 검찰은 내부 비공개 예규를 근거로 압수수색을 감행했고, 이후 기소 단계에서도 절차적 위법이 반복되었다. 오병두 교수는 이를 검찰의 직접수사권 남용 사례이자 “법이 아닌 시행령, 시행령이 아닌 예규 통치”의 한 단면으로 해석했다.
윤석열정부의 수사정치가 미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시민사회 전반의 위축이다. 2022년 ‘바이든-날리면’ 발언 보도 이후 MBC 기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공영방송의 공적 기능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노동조직을 간첩단으로 몰거나, 공정위가 화물연대에 수사의뢰한 사건을 검찰이 받아 수사하는 등의 행위는 사실상 조직적 탄압이다. 참여연대는 이 일련의 과정을 ‘입막음의 죽음정치’라 명명하며, 수사권이 시민 권리를 억압하는 정치도구로 전락한 현실을 고발한다.
윤석열정부 3년 동안 검찰의 활동을 뒷받침한 제도적 장치는 시행령 통치였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은 국회를 우회해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고, 이를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참여연대는 이 조치를 “입법권의 침해이자 수사권 복원의 탈법적 방식”이라고 비판하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이 독점하는 구조가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검찰이 행정부 각 기관에 침투한 인사구조도 수사통치를 가능케 한 토양이다. 보고서는 대통령실 민정수석, 법무부 검찰국장, 감사원 감사위원 등 요직이 모두 검찰 출신으로 채워졌으며, 심지어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까지 검찰 이너써클이 진출했다고 서술한다. 이 검찰 인맥은 정책결정에서 감찰, 징계, 수사까지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 결과 수사는 통치의 연장선으로 기능했다.
수사는 ‘정의 실현’이라는 가면 아래 가장 무서운 통치 수단이 될 수 있다. 윤석열정부가 검찰을 통해 보여준 방식은 수사의 정치화, 정치의 수사화였다. 검찰은 정치의 플레이어가 되었고, 야권 정치인과 언론, 시민단체는 반복적으로 타깃이 되었다. 오병두 교수는 “윤석열정부의 검찰은 권력의 도구를 넘어 권력 그 자체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참여연대는 검찰⁺보고서를 통해 “검찰을 파면한다”는 시민의 선언을 제도개혁으로 확장할 것을 요구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검찰권의 행사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검사의 나라’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검찰의 수사통치는 윤석열정부만의 특수사례가 아니다. 오히려 제도적 통제와 시민 감시가 사라졌을 때 언제든 등장할 수 있는 통치 유형이다.
2025년 현재, 윤석열정부는 시민에 의해 파면되었지만 검찰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 권력의 잔재는 행정부 곳곳에 남아 있고, 수사의 정치적 활용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결국 검찰개혁은 과거를 단죄하는 일이자, 미래를 보호하는 일이다. ‘수사 없는 정의, 기소 없는 통치’를 위한 싸움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