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보고서 리포트⑦] 검찰은 왜 기소하지 않았나: 부실 수사 10대 사건 정밀 분석

2025-07-15     정석헌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주' 유죄 판결…김건희 여사 방조 혐의 적용 가능성 높아져 사진=2024.09.12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정석헌기자]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윤석열정부 3년간 검찰은 수십 건의 고위공직자 및 권력형 의혹에 대해 수사를 개시했거나 고발을 접수받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기소로 이어진 사건은 손에 꼽힐 정도이며, 상당수는 수사 착수 자체가 지연되거나, 무혐의 처분 혹은 장기 미제 상태로 남아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2025년 7월 14일 발표한 「윤석열정부 3년 검찰⁺보고서 종합판」에서 대표적인 ‘기소 회피형 부실 수사’ 10건을 선정해 분석했다. 이 사건들은 윤석열정부 검찰의 이중 기준, 권력 중심의 수사 회피,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입증하는 상징적 사례로 제시됐다.

첫 번째로 지목된 사건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다. 2010년대 초 김건희 여사가 자금을 출연해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부터 공공연히 제기됐다. 그러나 수사는 2021년부터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었고, 2022년 정권 출범 이후 주요 피의자인 이정필, 권오수 등에 대한 수사는 이루어졌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는 회피됐다. 보고서는 검찰이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면죄부를 제도적으로 구성했다”고 평가한다.

두 번째는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이다. 외교부와 대통령실 직원의 중재로 외교적 대상 인사로부터 고가의 명품백을 수령한 정황이 언론에 공개되었지만,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선물 수령자의 개인적 일탈’로 축소했고, 정작 김건희 여사 본인은 소환조사도 받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 사건에서 검찰의 “무조사 무기소” 원칙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세 번째는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개발 사업과 관련해 공공시설 기부 면제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되었고, 지방정부 차원의 감사와 자료가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수사를 개시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 사건을 “정권 핵심가족 보호를 위한 조직적 무시”라고 명명한다.

네 번째는 관저 이전 관련 특혜 의혹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존 청와대에서 한남동 관저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특정 건설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이권을 얻었다는 의혹에 대해, 국방부와 서울시 자료가 제기됐음에도 검찰은 정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 서울시 담당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만 이뤄졌고, 대통령실과 직결된 인물들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섯 번째는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아들 학폭 은폐 의혹이다. 윤석열정부가 경찰 수사의 총책임자에 검사 출신 정순신을 임명하려다 아들의 학폭 사실이 드러나 사퇴한 사건으로, 교육당국과 학교의 은폐 정황이 존재했지만, 검찰은 수사 착수 자체를 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를 “검찰 출신 인사에 대한 명백한 수사 회피”로 지적한다.

여섯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의 후속 기소 회피이다. 해당 사건은 2021년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고,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보고서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증거 제출과 반론을 극히 소극적으로 진행한 점을 들어, “소극적 기소 유지를 통한 면죄부 부여”라고 평가한다.

일곱 번째 사건은 2023년 서울교통공사 비위 의혹이다. 서울시 감사위 조사 결과 일부 공공기관 간부들의 채용 비리 정황이 확인됐고, 노동조합 관계자의 개입 의혹도 제기됐으나, 검찰은 노동계 수사에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보수진영 인사들에 대한 비위 정황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보고서는 “이중 수사 기준의 전형”이라 명명했다.

여덟 번째는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명예훼손 사건이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정황이 있었지만,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하고도 1년 가까이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반면, 진보 성향 언론의 명예훼손 건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단행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아홉 번째는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의 이태원 참사 직무유기 혐의 사건이다. 참사 이후 행정당국의 대응 실패에 대한 구조적 책임이 제기되었고, 서울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상민 전 장관을 피의자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보고서는 “정권 고위 관료에 대한 형사책임 회피가 유족들의 정의감에 반하는 조치였다”고 지적한다.

열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과 뉴스타파 보도 관련 검찰 수사이다. 해당 보도는 대선 당시 ‘고발사주 의혹’을 제기한 기사로, 대통령 당선 이후 검찰이 언론사를 압수수색하고 수사를 개시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공공연하게 야권 인사들을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시사한 발언에 대해선 전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이 10건의 사례를 통해 검찰이 ‘어떤 사건을 수사하고, 누구를 기소하는가’보다 ‘누구를 수사하지 않고, 어떤 사건을 기소하지 않았는가’가 권력 편향을 드러내는 지표임을 입증했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이중기준과 편의적 수사의 반복이 검찰권 남용의 본질이며, 윤석열정부 3년간 검찰은 단지 무능했던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선택하고 배제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혜경 변호사는 “기소하지 않은 검찰의 선택이 곧 정치였다”고 진단한다. 수사권 남용보다 더 위험한 것은, 수사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권력을 비호하는 방식이며, 이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작동한 사례다.

2025년 현재, 이재명정부는 검찰의 기소권 통제 방안을 포함한 전면적 수사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기소 배제 사유 공개, 시민참여형 기소심의제도, 수사권·기소권 이원화, 외부기소심사위원회 설치 등이 검토되고 있다.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선택적 정의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무엇을 수사했는가보다, 무엇을 끝내 수사하지 않았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기소하지 않은 사건들은 침묵의 기록이며, 정의가 머뭇거린 자리에는 권력의 그림자만이 드리운다. 그 침묵을 기록하는 것이 바로 검찰개혁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