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K-POP 허브 구축 전략①] 싱가포르, K-POP 동남아 전초기지로 부상하다

2025-07-17     김동희 기자
캠플라주 예술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류볼린이 싱가포르 아트 위크를 맞아 전례 없는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사진= DEC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 2025년 현재, 싱가포르는 단순한 ‘소비시장’을 넘어 K-POP 산업의 동남아시아 전초기지로서 새로운 위상을 획득하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과 콘서트 투어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 거점 도시는 글로벌 음악 산업의 지정학적 변동 속에서 K-POP이 전략적으로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싱가포르 비즈니스센터는 2025년 7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싱가포르가 지닌 문화·경제·법제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이 도시가 “동남아 콘텐츠 유통의 허브이자 글로벌 확산의 기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Universal Music Group, Sony Music Group, Def Jam SEA, The Orchard 등 글로벌 주요 음반사들이 싱가포르에 아시아 본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동남아 아티스트뿐 아니라 한국 K-POP 기획사들에게도 파트너십 체결과 유통 경로 확보의 거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디지털 경제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법률 체계와 고급 소비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문화적 개방성과 다언어적 수용력을 겸비한 도시로 평가받는다. 영어가 공용어로 사용되는 환경 속에서 K-POP의 영어 가사 중심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글로벌 팬덤 유입의 경유지로 기능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싱가포르는 ‘콘서트 투어리즘(Concert Tourism)’이라는 트렌드를 동남아시아 내에서 가장 빠르게 상용화하고 있는 국가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세븐틴, 아이유 등 K-POP 아티스트의 공연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인접국 팬들을 싱가포르로 유인하는 ‘목적지형 이벤트(Destination Event)’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2025년 기준으로 K-POP의 주요 투어는 더 이상 1만 석 규모의 실내체육관에 머물지 않고, 5만5천 석 규모의 국립경기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공연장이 커질수록 소비도 확대되고, 콘텐츠의 외연도 더욱 넓어진다.

K-POP은 단순히 음악 콘텐츠가 아닌 ‘현장 중심의 경험 상품’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 관광청이 적극적인 이벤트 유치를 통해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 전략과 K-POP을 결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싱가포르 정부는 K-POP 공연을 국가 차원의 전략 콘텐츠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는 곧 공연 지원, 비자 정책,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행정 인프라로도 이어진다.

'2NE1' 산다라박, 시원하게 헐벗었다...파격 노출로 싱가포르 워터밤 장악 사진=2024.8.27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러한 정부 차원의 우호적 환경은 K-POP 기업이 새로운 음악 실험을 시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실제로 신인 아티스트의 데뷔곡 반응을 테스트하거나, 새로운 콘셉트의 퍼포먼스를 공개하는 ‘실험의 장’으로서 싱가포르 무대가 활용되고 있다. 2021년 기준, K-POP 굿즈 플랫폼인 위버스샵(Weverse Shop)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해외 직구 앱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는 소비자 기반의 충성도와 구매력을 동시에 입증한 사례다.

K-POP 기획사들이 이 도시를 중시하는 이유는 단지 공연이나 스트리밍 수익 때문이 아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시장 진입의 리스크를 낮추는 ‘테스트베드’이자, 글로벌 팬덤 전략을 정교화하는 ‘전략실험실’로 기능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성공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인근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높이는 지표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는 현지 아티스트와의 협업, 로컬 인플루언서 네트워크 활용, 지역 기반 콘텐츠 제작 등 ‘생태계 편입(Ecosystem Embedding)’ 전략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25년 6월, 싱가포르에 정식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개설하며 글로벌 인재 육성에 착수했고, 이는 단순한 콘텐츠 수출을 넘어 창작의 전 과정을 아세안 현지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K-콘텐츠 글로벌 수출 고도화’ 정책 기조와도 싱가포르 모델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정부는 수출액 확대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현지 생태계 편입을 통한 구조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사례는 바로 이러한 정책 방향성을 반영하는 선도적 현장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