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K-POP 허브 구축 전략③] 차트를 장악하라

‘The Official Singapore Chart’와 K-POP의 반격

2025-07-18     김동희 기자
'K팝 그룹 전 세계 최초' 블랙핑크, 스포티파이 순위도'JUMP'...브루노 마스와 LA 무대 장악  사진=2025 07.14  YG엔터테인먼트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2025년 1월, 싱가포르 음악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산하 리전 차트 기관인 RIAS는 스포티파이·애플뮤직·유튜브뮤직 등 주요 글로벌 플랫폼의 데이터를 통합한 공식 차트, ‘The Official Singapore Chart’를 출범시켰다. 이 차트는 단순히 순위를 매기는 도구를 넘어, 시장의 구조적 권력관계를 재편하는 ‘게임의 룰’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차트의 가장 큰 특징은 유료 스트리밍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광고 기반의 무료 청취보다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유료 구독의 스트리밍이 차트 점수에서 우선시되며, 이는 미국 빌보드나 영국 오피셜 차트와 동일한 글로벌 기준이자, 콘텐츠의 상업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계산 방식이다.

이 변화는 K-POP 기획사들에게 일대 전략 재편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팬덤의 집단 스트리밍 캠페인이 차트 성과를 좌우했지만, 이제는 팬 개개인의 유료 구독 여부가 성패를 좌우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가입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 사용자층은 곧 싱텔(Singtel)이라는 통신사의 결합 상품 구조를 통해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K-POP 기획사들은 차트 진입 전략으로서 단순한 음원 발매를 넘어, ‘싱텔–스포티파이–K-POP’ 삼각구조를 겨냥한 정밀 마케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신곡 발매와 동시에 “싱텔 고객이 스포티파이 프리미엄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차트 반영 효과가 극대화됩니다”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타겟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아티스트 컴백과 연동된 싱텔 한정 데이터 쿠폰, 프리미엄 구독자 대상 온라인 팬미팅 이벤트 등의 전략적 연계를 모색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차트 순위를 올리는 전술이 아니라, 구독자 전환율을 높이는 구조적 프로모션 전략이 된다.

방탄소년단 정국, 자작곡 ‘Still With You’로 스포티파이 3억 초읽기  사진=2025 04.19  빅히트뮤직 엑스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4년 기준, 싱가포르의 차트 상위권에는 방탄소년단 정국, 르세라핌, 아일릿, 블랙핑크 로제 등 K-POP 아티스트들이 다수 포진하며 성과를 입증했다. 특히 4세대·5세대 아티스트들, 즉 뉴진스, 아이브, 에스파, 엔하이픈 등은 꾸준히 차트 정상권을 유지하며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닌 ‘세대 기반의 콘텐츠 전환’이 진행 중임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성과는 단지 팬덤의 크기를 넘어, 차트 구조에 대한 이해와 대응 능력의 성과로 해석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차트는 무료 사용자와 유료 사용자의 차이를 반영함으로써, 팬덤 경제가 실질적 매출로 이어지는지를 명확하게 가시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랑은 돈이 된다’는 팬심의 상업적 전환 모델이 차트 위에 드러나는 것이다.

또한 차트의 존재는 아티스트의 브랜딩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과거처럼 활동곡 위주의 집중 마케팅이 아니라, 틱톡과 유튜브 숏폼을 통해 비활동곡(B-side track)이 역주행하거나 댄스 챌린지로 급부상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아일릿의 <Magnetic>이나 트레저의 <다라리>는 이러한 ‘풀(Pull) 기반’ 인기의 대표적 사례다. 이는 팬 주도의 바이럴이 기획사의 전략을 초월해 실제 차트 성과로 연결되는 구조를 상징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K-POP 기획사들에게 더욱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시장 감각을 요구한다. 단지 음원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음원이 어떤 플랫폼, 어떤 사용자 그룹, 어떤 구독 구조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스트리밍’으로 환산될 수 있는지를 사전에 설계하는 데이터 기반 기획이 필수적이다. 특히 싱가포르처럼 유료 스트리밍 중심의 차트가 정착한 시장에서는 기획사의 마케팅 부서가 아니라 전략실 전체가 ‘차트 점령 시뮬레이션’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온 ‘해외 콘텐츠 시장의 데이터 가시화’ 정책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2023년부터 정부는 스트리밍 플랫폼별 지표 연동, 국가별 소비자군 분류, 팬덤 구매력 가중지수 등을 포함한 콘텐츠 수출성과 분석 고도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싱가포르 차트는 이러한 정책 흐름에 있어 가장 선도적인 사례로, 한국 정부가 공적 차원에서 콘텐츠 수출을 지원할 때 고려해야 할 시장 모델로서 기능할 수 있다.

차트는 단순한 인기의 증명이 아니라 전략의 결과물이며, K-POP이 싱가포르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또 다른 바로미터다. 싱가포르 차트를 장악하기 위한 반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그 성공 여부는 누가 더 날카롭게 ‘플랫폼–통신–팬덤’ 삼각 구도를 설계하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