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트렌드2025] ⑥ 인재를 다시 정의한다: 직무 중심에서 스킬 중심으로

조직이 찾는 사람은 직함이 아니라 능력이다

2025-07-23     박준식 기자
글로벌 인재 전략의 중심축이 ‘직무(Job)’에서 ‘스킬(Skill)’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2025년 글로벌 인재 전략의 중심축이 ‘직무(Job)’에서 ‘스킬(Skill)’로 이동하고 있다. 전통적인 직무 기술서는 더 이상 인재를 규정하는 기준이 아니며, 조직은 이제 어떤 자리에 누구를 둘 것인가보다,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이 조직에 필요한가를 먼저 묻고 있다.

맥킨지의 『HR Monitor 2025』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정의가 결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과 북미 기업은 과거 직책 중심의 인사 시스템을 점차 해체하고 있으며, ‘스킬 벡터(skill vector)’ 기반의 인재풀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나의 직무에 한 명을 맞추던 방식에서, 하나의 스킬을 가진 사람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조직이 직무 중심 전략에서 스킬 중심 전략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직무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술 진보, 산업 재편, 자동화 확대 속에서 하나의 직무가 수년 내에 사라지거나 전혀 다른 형태로 재구성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둘째, 기존의 직무 기준은 유연한 인재 활용을 가로막는다. 사람은 직무보다 더 다양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해진 역할을 벗어난 성과 창출이 가능하다. 셋째, 스킬 기반 전략은 조직의 전환 속도를 높인다. 시장 변화에 맞춰 필요한 능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내부 인재를 적재적소에 재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킬 중심 전략을 도입한 글로벌 기업은 인재를 ‘학력, 경력, 직함’이 아닌 ‘보유 능력’ 기준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은 최근 300개 직무를 재정의하며, 모든 포지션에 요구되는 스킬을 세분화해 표준화했다. 이후 이 스킬 매트릭스를 기반으로 채용, 승진, 교육, 급여를 설계하고 있으며, 내부 인재의 이동도 이 체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스위스의 글로벌 화학기업 로슈(Roche)는 직원 개개인의 스킬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각 직원은 자기계발 플랫폼을 통해 보유 스킬을 갱신하고, 신규 프로젝트는 해당 스킬을 중심으로 인재를 자동 매칭해 구성된다. 이 시스템은 고정된 부서 구조를 유연한 프로젝트 단위 조직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스킬 기반 인사 전략의 성공 요인은 단순히 스킬 목록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스킬을 어떻게 정의하고, 얼마나 정밀하게 측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인사 제도와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다. 맥킨지는 스킬 정의 기준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스킬은 추상적이지 않아야 하며 구체적인 행동이나 결과로 관찰 가능해야 한다. 둘째, 조직의 전략 목표와 연계되어야 하며, 단순 기술이 아닌 ‘문제 해결 능력’, ‘리더십’, ‘디지털 활용력’ 같은 복합 역량도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각 스킬은 숙련도 수준(Level)으로 나눠 인재 간 비교와 성장 경로 설정이 가능해야 한다.

스킬을 기반으로 인재를 정의하면 교육 전략도 함께 바뀐다. 교육은 직무 수행에 필요한 ‘필수 스킬’과 장기적 조직 성장에 필요한 ‘핵심 스킬’로 나뉘며, 교육과정은 개별 경력개발 계획(CDP)과 맞물려야 한다. 최근 유럽 기업들이 집중하는 ‘러닝 아키텍처(Learning Architecture)’는 각 직무와 스킬 사이의 관계를 시각화하고, 어떤 경로로 어떤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설계하는 도구다.

평가와 보상 체계도 변화하고 있다. 일부 선도 기업은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구조를 폐기하고, ‘스킬 가치 기반 보상’을 도입하고 있다. 특정 스킬이 조직 전략에 기여하는 정도를 수치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급여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에서는 동일한 직급이라도 보유 스킬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 스킬이 곧 가치이고, 가치가 곧 성과로 연결되는 구조다.

한국의 기업 환경도 점차 스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 ESG 대응, 글로벌 확장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은 과거 직무 분류 체계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스킬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으며, HRD 정책도 직무 기반 교육에서 스킬 기반 교육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은 여전히 직책 중심의 인사 구조에 머물고 있으며, 스킬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는 시스템은 미비한 상태다.

한국 조직이 스킬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려면, 각 직무에 필요한 능력을 명확히 정리하고 이를 채용, 승진, 교육 체계에 일관되게 반영해야 한다. 내부 인재의 전환 가능성을 분석하고, 유사 스킬을 가진 인재풀을 기반으로 한 인사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스킬 데이터 기반의 경력개발 체계를 구축해, 조직 전체의 학습 경로를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스킬은 더 이상 ‘교육 항목’이 아니다. 스킬은 조직 전략의 단위이고, 인재를 설계하는 언어이며, 사업 방향을 구체화하는 구조다. 이제 인재는 직책이 아니라 능력으로 정의된다.